지독히 인색한 사람의 행동을 우스꽝스럽게 과장하여 다룬 설화. ‘자린곱이·자린꼽쟁이·꼬꼽쟁이·꼽재기·자리꼼쟁이’ 설화로도 불린다. ‘자린고비’라는 말은 어느 지독한 구두쇠 양반이 부모 제사 때 쓸 제문의 종이를 아껴 태우지 않고 접어 두었다가 두고두고 써서 제문 속의 아비 ‘고(考)’ 어미 ‘비(驢)’ 자가 절었다고 하여 ‘저린 고비’에서 생겨났다고 전한다. 구전 자료가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으며, 지역적으로는 청주의 자린고비가 가장 유명하다. 가장 흔한 이야기로는,
지독한 구두쇠인 어떤 영감이 며느리에게 지키도록 한 장이 자꾸 줄어드는 것을 이상히 여겨 스스로 지키고 있노라니 파리가 앉았다 날아가는 양을 보고 어느 만큼인가를 좇아가 결국 파리를 잡아서 뒷다리에 묻은 장을 빨아먹고 왔다는 내용이 있다.
도망가던 파리가 어정대던 곳이라서 ‘어정개’, 자린고비 영감이 파리를 놓치고 “아차 이제 놓쳤구나!” 하였다고 해서 ‘아차지고개’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등의 지명전설과 연결되기도 한다.
구전 자료에는 위와 같은 유형이 많이 보이지만 세간에 더 알려진 것은 자반고등어에 얽힌 이야기이다. 구두쇠 영감이 자반 생선을 한 마리 사서 천장에 매달아 놓고 식구들에게 밥 한 숟가락 떠먹고는 자반을 한 번씩 쳐다보게 하였는데, 아들이 어쩌다가 자반을 두 번 쳐다보니 구두쇠 영감이 “얼마나 물을 켜려고 그러느냐.” 하고 아들을 야단쳤다는 내용이다.
이 이야기는 더 발전되어 어떤 사람이 구두쇠 영감이 어쩌나 보려고 담 밖에서 자반 생선을 한 마리 던져 넣자 마당을 쓸고 있던 영감이 “아이쿠 밥도둑놈.” 하고 질겁을 하면서 생선을 도로 담 밖으로 던져 버렸다는 내용으로 변하기도 한다.
보통 과장담은 과장 행위가 일회로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대립 내지 점층을 이루어 중첩되는 예가 많은데, 자린고비설화도 두 명의 구두쇠가 등장하여 경쟁담 형식을 띠는 예화가 많이 있다. 점층되는 형식에서 주인공 구두쇠와 대비되는 인물은 동네 사람·친구·아들·사돈 등 다양하지만 대표적인 인물은 며느리이다.
며느리 역시 구두쇠로 생선장수가 오자 짐짓 사는 척 한참 주물럭거리다가 고기는 사지 않은 채 생선장수는 돌려보내고 생선을 주물럭거리던 손을 씻어 그 물로 국을 끓였더니, 자린고비 시아버지는 며느리더러 그 손을 물독에 넣어 씻었더라면 두고두고 고깃국을 먹을 것을 아깝다고 나무랐다는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자린고비설화는 두 명의 구두쇠가 등장해서 누가 더 지독한가를 겨루는 본격적인 경쟁담 형식을 띠기도 한다. 가령, 주인공은 부채를 아끼느라 살을 두 개만 펴서 부치는데, 또 한 구두쇠는 부채를 편 채 고개만 할랑할랑 흔들더라는 이야기이다.
이런 이야기는 예로부터 전승되어 오던 것으로서 문헌설화에도 종종 나타난다. 대표적인 예화로 ≪태평한화골계전 太平閑話滑稽傳≫의 이야기를 보면 청주의 구두쇠와 충주의 구두쇠가 만나 전자가 후자에게 문종이를 주었다 돌려받았는데 후자는 그 창호지에 묻은 자기네 밥풀을 돌려 달라고 하였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설화는 지독하게 인색한 사람을 풍자하는 과장담이지만, 화자들은 단지 우스갯소리로 여기는 것만이 아니라 “그만큼 아꼈다.”, “부자인데도 일을 손에 놓지 않았다.” 등의 설명을 첨부하면서 근검한 생활의 모범을 보인다는 면에서 교훈적인 내용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참고문헌≫ 太平閑話滑稽傳, 韓國口碑文學大系(韓國精神文化硏究院, 1980∼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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