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부리영감설화
한 혹부리 영감이 도깨비를 속여서 부자가 되고, 이를 흉내낸 다른 혹부리 영감은 망신만 당하였다는 내용의 설화. 소화(笑話) 중 모방담(模倣譚)에 속한다. ‘혹 떼러 갔다 혹 붙인 영감’·‘혹부리 영감과 도깨비’ 등으로도 불린다. 우리 나라 전 지역에서 전승되고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혹부리 영감이 어느 날 도깨비들을 우연히 만난 곳에서 노래를 불렀다. 도깨비들이 그 노래가 어디서 나오느냐고 묻자 혹에서 나온다고 하였다. 도깨비들은 그 혹을 떼고는 재물을 주고 가서, 그 영감은 잘살게 되었다.
이 소문을 들은 이웃의 또 다른 혹부리 영감이 도깨비를 찾아가 노래를 하였다. 노래가 나오는 곳을 묻는 도깨비들에게 혹에서 나온다 하자, 도깨비들이 거짓말쟁이라 하면서 다른 혹마저 붙여 주었다. 그 사람은 망신만 당하고 혹 하나를 더 붙이게 되었다.
이 설화의 기본 구조인 모방 형식은 범세계적이며, 〈도깨비방망이〉·〈여우 잡은 소금장수〉·〈금도끼 은도끼〉와 같은 다른 이야기에서도 같은 구조를 볼 수 있다.
각 편에 따라서 혹부리 영감 대신 ‘김첨지’·‘최영감’ 등의 이름이 붙여지기도 하고, 혹을 떼는 부분에서 도깨비와 흥정하는 장면이 흥미롭게 부연되기도 한다. 또한, 혹을 뗀 영감은 가난하면서 착한 인물로, 혹을 더 붙인 영감은 부자이면서 인색한 인물로 성격이 부여되기도 한다.
이 설화는 선행자(先行者)는 행운을 얻는 반면, 모방자는 불운을 겪는 내용으로서, 창조적 행위를 긍정하고 모방 행위는 부정하고 있다. 도깨비가 노래가 나오는 곳도 몰라 혹을 사는 행위와 혹을 마음대로 떼었다 붙였다 하는 행위는 어리석은 인간의 모습과 초월적인 신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어서, 도깨비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는 골계적 존재이다.
그래서 아무리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두 번 거듭 속지 않는다는 점과 더불어, 누구를 속여서 잘되고자 하는 의도는 간혹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나, 결국에는 실패하고 만다는 가르침이 반영되어 있다.
우리나라에 널리 알려져 있고, 민간신앙의 대상인 도깨비가 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고유의 설화라 할 수 있으며, 그 기본 구조는 〈흥부전〉 같은 소설에도 수용되었다.
≪참고문헌≫
朝鮮童話大集(沈宣麟,漢城圖書,1926),韓國口碑文學大系(韓國精神文化硏究院, 1980∼1988),
模倣譚의 構造와 意味(徐大錫, 韓國古典散文硏究, 同和文化社, 19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