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아홉골 전설
굽이굽이 이어지는 99개의 봉우리와 계곡이 신비로운 절경을 만들고 있는 아흔아홉골에는 외딴 섬, 제주의 한과 큰 꿈을 가질 수 없었던 처지에 대한 회한 서린 제주설화가 전해 내려온다.
제주시에서 한라산 방향 1100도로로 올라가다가 보면, 어승생오름 못 미처 동쪽 동산에 아흔아홉골(九九谷)이라는 산줄기가 있다. 밭고랑처럼 뻗어 내린 기이한 봉우리 아흔아홉개가 모여 아흔아홉개의 골짜기를 이루고 있는데, 이 밭이랑 같은 기봉마다에는 수림이 울창한데다 형형색색의 기암괴석이 솟아있고, 골짜기마다에는 언제나 맑은 물이 한가로이 흐르는 등 신선도에나 나올법한 정취를 느끼게 한다.
그런데 100골이 아니고 왜 아흔아홉골이라 하였을까.
흔희 설화를 보면 100일, 1000개 등 딱 맞게 채우지 못하여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는 내용이 많다. 아흔아홉골도 그와 같은 맥락으로 원래는 100골이 있었다고 한다. 중국에서 온 스님이 그 한 골을 없애 호랑이나 사자 같은 맹수가 사라지게 되었고, 그로 인해 큰 인물이 나지 않게 되어 결국 오래도록 지배와 침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설움의 세월을 살아야했던 제주인의 회한이 서려있다.
어느 옛날 아주 아득한 옛날이었다. 이 골짜기엔 본래 백골이 있었는데, 그 때에는 많은 맹수들이 나와 날뛰고 있었다고 한다. 많은 맹수들이 들끓어 백성들이 무서움에 떨며, 마음 놓고 다니지를 못했다. 이때 중국에서 스님 한 사람이 들어와서 섬 안 곳곳을 다니다가 이곳에 이르렀다.
“다 여기로 모이시요!”그는 마을 마을을 다 돌아다니면서 소리를 질렀다.
“어서 모이시오. 이 산에 살고 있는 맹수들을 모두 없이해 줄 테니 다들 모이시오.”
사람들은 그 소리에 그만 귀가 솔깃했다. 맹수들이 나타나서 사람들을 해치고, 곡식밭을 망쳐 놓아서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모이니 “여러분들, 이제 다들,‘대국동물대왕 입도’ 라고 큰소리로 외치시오.”하였다. 사람들은 호랑이니 사자 등 맹수들을 없이해 준다니좋아서 시키는 대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한라산에 있던 맹수들이 다 이 골짜기로 모여들었다. 스님은 불경을 오랫동안 외우고 나서 모여든 맹수들을 향해서 소리를 질렀다.
“너희들은 이제, 살기 좋은 곳으로 돌아가라, 너희들이 지금 모여 있는 이 골짜기는 없어질 것이고, 너희 종족은 멸종하게 될 것이다.” 스님이 고함을 쳤다.
그 순간이었다. 하늘에서 천둥이 치고 바람이 거세게 불더니 짐승들이 모여 있던 골짜기가 순식
간에 없어져 버렸다. 물론 거기에 있던 맹수들도 간 곳이 없었다.
그 후로부터 제주에는 맹수도 나지 않게 되었고, 맹수가 나지 않게 되자 왕도 큰 인물도 나오지 않게 되어버렸다고 한다. 왕이 날 수 없으니까, 계속 육지부 사람들의 지배를 받으며 살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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