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한 양심
양심에도 선과 악이 공존하는 것 같다.
직업이 우체국장인 어느 분이 부산행 고속철도(KTX)를 타고 가다가
5만 원권 2000만 원을 비롯해 1만 원 권과 수표를 합쳐
1억2000만 원이 든 돈 가방을 옆자리에서 주워 실수로 돈이 든 가방을
놓고 내려 정신이 나간 상태로 밥도 못 먹고 넋을 놓고 있던
가방주인(74세)에게 돌려주었다는 선행기사를 보았다.
그는 가방 안에 있던 작은 수첩에 적혀있는 전화번호로 일일이
전화를 걸어 수소문하여 김 모 씨를 찾아내 가방을 돌려주었다고 한다.
사례도 마다하며 “큰돈을 잃어버렸으니 상심이 얼마나 컸겠느냐”고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니 참으로 선한양심의 소유자로서
진한 감동을 준다.
며칠 전에 사업상 한정식당에서 몇 분과 점심을 하고 헤어진 후
돌아가다가 지갑이 없어진 것을 알고 참으로 황당하였다.
지갑이라야 신분증을 대용하는 운전면허증과 카드 몇 장이 있고
명함과 10만 원 정도 돈이 들어 있는 조그만 것인데
명함을 교환한 것이 생각나며 식사자리에 빠뜨린 것이 분명하였다.
황급히 다시 식당으로 찾아가 앉았던 자리에 가보니
자리가 말끔히 정돈되어 있고 팁까지 받은 담당종업원을 찾아
물으니 상 아래를 들여다보는 시늉을 하고는 모른다고 잡아떼었다.
심증은 가되 증거가 없으니 아무 말도 못하고 내 탓으로 돌리고
나오면서도 기분이 많이 상하였다.
심증이 간다함은 늦은 점심이어 우리 뒤엔 손님이 없고
독립된 방이어서 다른 사람이 없었기 때문인데 누가 보았건
남의 것이니 잃은 사람을 생각하여 카운터에 맡기는 선한 양심이면
얼마나 좋을까.
누가 가져갔건 간에 돈에 순간적으로 눈이 어두워져 최소한의 양심을
저버린 그 악한 양심에 측은한 감정이 솟는 우울한 하루였다.
이 사건을 계기로 나에게도 악한 양심과 선한 양심이 공존하고
있음을 깨달아 언제나 선한 양심이 악한양심을 쓸어 덮어
악한 양심이 고개를 들지 못하도록 하여 선한 양심이
나를 온통 지배하도록 기원해 보는 아침이다.
<수필가 권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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