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명품커피
오래 전부터 필리핀의 원주민들이 즐겨 마시는 커피가 있었다고 한다.
한 번은 어떤 부부가 그 마을을 방문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그들은 커피 한 잔을 얻어먹게 되었다.
그런데 그 맛이 기가 막힐 정도로 너무 좋았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커피의 황홀한 맛이었다.
그들은 원주민들에게 그 커피를 만드는 방법을 물어보았다.
원주민들은 커피열매를 까는 것이 귀찮아서 사향고양이(Asian palm civet)의 배설물에서
나온 원두를 씻어 말려서 그것으로 커피를 끓였다고 그들에게 가르쳐 주었다.
그 사향고양이들은 커피열매들 중에서 제일 향이 좋고 잘 익은 것들을
골라서 먹는다고 한다.
그 동물의 뱃속에 들어간 열매는 겉껍질과 과육은 소화가 되고,
속껍질만 남는다.
그리고 그것들은 마치 땅콩엿강정처럼 서로 붙은 상태로 조금 굵고
긴 배설물이 되어 항문으로 빠져나온다.
그러면 인부들은 그것을 모두 수거해서 세척하고 속껍질을 벗긴 다음에 로스팅을 한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서 질 좋은 커피원두가 탄생되는 것이다.
그 커피는 현재 50그램에 약 39만 원선에서 거래가 된다고 한다.
그 커피 한 잔 값은 자그마치 5만원이다.
자판기에서 막 커피를 뽑을 경우 200잔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진짜 수준급의 커피 마니아나 부유층에 속한 사람이 아니라면,
그 커피를 즐기기엔 상당히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그것을 “코피 루왁(Kopi Luwak)”이라고도 하고,
필리핀에서는 “커피 알라미드(Kape Alamid)”라고 부른다.
루왁이나 알라미드는 사향고양이를 뜻하는 단어라고 한다.
세계 최고의 명품 커피가 사향고양이의 똥에서 생산된다니
참으로 기가 막히고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농가에서도 사향 고양이를 많이 기르고 커피열매들을 잔뜩 먹여서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커피 알라미드가 대량으로 생산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대량생산해서 한 잔에 3,000원만해도 어느 정도 대중성이 있는
기호 식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 같은 서민들도 그 맛을 한 번 음미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수 있을 것이다.
커피 알라미드를 생산하는 사업가들의 입장에서는
사향고양이의 배설물은 똥이 아니라 황금이다.
그 놈이 얼마나 많은 량의 똥을 쏟아놓느냐에 따라서 수입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그 커피가 세계 최고의 명품가치를 지니게 된 것은
희귀성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감동적인 맛 때문일 것이다.
오늘은 세계 최고의 명품 커피는 아닐지라도,
차가운 냉커피보다는 김이 모락모락 나면서 그윽한 향이 머릿속까지
은은하게 스며드는 양질의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싶다.
마음이 소통되는 깊은 눈을 가진 문인과 함께라면
그 커피의 맛은 더욱 근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가 김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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