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 한낱씩 뿌려둔 뜻은?
며칠 전의 일이다.
올봄에 심은 유실수에 관정물을 호스로 대 주는데
유실수 근처에서 쑥갓 하나를 발견했다.
포크레인으로 땅을 파 뒤엎고,
중장비로 로타리 친 황무지에서 쑥갓이 눈에 띄인다는 게 이상했다.
비닐 피복지 위 흙더미에서 이따금씩 쑥갓 하나가
키가 작은데도 용케도 꽃망울을 터뜨려고 했다.
4월 말 경, 그날 피복지를 깐 인부는 여섯 명.
남의 밭에 와 작업하던, 외지의 이름 모를 노인네들이었는데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이 뿌렸을 성싶다..
어린 묘목에 습기 배고 잡풀이 나지 못하도록 깐 비닐 피복지 위에
흙 한 삽을 얹고 씨앗 하나를 뿌렸을 노인네.
어떤 염원으로 씨앗을 뿌렸을까 ?
그분의 심정과 마음이 궁금했다.
그 분은 흙과 씨앗을 사랑하는 진정한 농사꾼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쑥갓 하나로도 나는 감동을 받았다.
남의 일이던 내 일이던 간에 최선을 다 해야겠다는 사명의식을.
30년 넘게 봉직했던 직장에서 내가 과연 열심히 일했는가를
되돌아 보면서 반성했다.
이제부터는 내게 남은 세월만큼은 조금 더 성실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라도 더욱 정성껏 보살피고
가꿔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수필가 최윤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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