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받은 그들도 살아 있다
시골 5일 장터에서 채송화의 잎새에 매달린 듯한 들국화같은 꽃을 보았다.
작은 화분에 꽃 한 잎이 앙증맞게 피었다.
'이름이 뭐래요?'
'화산, 2,000원.'
조금은 비싸다고 생각되었다.
차도 없이 버스 타고 장터에 나왔으니 화분을 손에 들면 손짐이 무겁다는
핑계를 대면서 다음 번에 사겠다고 말했다.
집에 돌아 오는데
수 년 전에 도시에서 이사 온 사람이 지은 새 집의 쓰레기장에 눈길이 멈췄다.
꽃송이와 뿌리들이 햇볕에 축 늘어져 있었다.
뿌리가 뽑혀 내버린 지가 여러 날도 훨씬 더 된 것 같았다.
시골 장터에서 좌판을 벌리는 그들 내외가 집에 없을 터.
쓰레기장에 내다버린 잡초(?)를 거둬 간다고 빈 집에게는 말할 수 없을 터.
그들을 주섬주섬 거둬서 텃밭에 심었다.
말라 비틀어지고 배배 꼬여서 살아날 성싶지도 않았지만 풀뿌리가 사뭇 억새고,
잎새도 채송화처럼 단단하게 생겼기에 충분히 살려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아침 저녁으로 물을 충분히 적셔 주었다.
그들이 되살아 났다,
들국화 같은 꽃을 앙증맞게 피우기 시작했다.
장에서 본 꽃과 내가 살려 낸 꽃이 같은 종류인 지를 장단하지 못하지만
뽑혀 버려진 꽃을 잘 번식시킨 뒤 마을안길에 이식해야겠다.
내 밭 가생이로 새로 낸 마을안길을 지나가는 주민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하고 싶다.
되살아 난 풀도 제 역활을 잘 해 낼 것으로 기대한다.
<수필가 최윤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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