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식/세상사는이야기

순수한 사랑

오늘의 쉼터 2010. 7. 8. 08:14

 

 

    순수한 사랑 아주 오래된 1941년의 이야기이다. 그해 8월 길거리에서 우연히 두 사람의 남녀가 만나게 된다. 남자는 이탈리아의 장교였던 루이지였고, 여자는 그리스의 처녀인 안겔리키였다. 길을 묻는 적군 장교에게 그 처녀는 친절하게 그 길을 안내해주었다. 그 일을 계기로 해서 두 사람은 마음을 나눌 만큼 가까워졌다. 장교였던 루이지는 그녀가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는 것을 알고는 전투식량과 음식물들을 그녀에게 수시로 건네주었다. 그렇게 두 사람의 만남 속에서 비밀스러운 사랑은 깊어만 갔다. 비록 적군의 장교였지만 루이지는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청혼을 했다. 그녀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의 청혼을 받아들였다. 이탈리아로 돌아간 루이지는 1,000일 동안 그녀에게 매일 편지를 썼으나 아무런 답장을 받지 못했다. 그 이유는 그녀의 고모가 결혼을 막기 위하여 그 편지들을 전부 소각해버렸기 때문이었다. 실망한 루이지는 할 수 없이 다른 여자와 결혼을 했다. 긴 세월이 흘러 그의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되자,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56년이나 지났지만 첫사랑이었던 안겔리키를 찾으려고 애를 썼다. 스카이 방송사에서 일하는 기자들의 도움을 받아 그는 그녀를 만날 수 있는 기적을 경험하게 되었다. 반세기를 지난 다음에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게 된 그들은 너무도 감격해서 그 자리에서 결혼을 약속했다. 그 당시 그들의 나이는 77세와 79세였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다음해 1월에 결혼식을 2주 남겨놓고 그 할머니는 그가 보낸 사랑의 편지들을 가슴에 안고 숨을 거두었다. 주변 사람들은 루이지 할아버지의 건강을 염려해서 그 할머니의 죽음을 비밀로 하고, 결혼식이 연기되었다고만 알려주었다. 그 루이지 할아버지는 그날부터 계속해서 첫사랑이었던 안겔리키에게 사랑의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편지는 결국 그 안겔리키 할머니의 무덤 위에 수북이 쌓이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 편지의 끝에는 '영원한 사랑Amore Sempre'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가슴 찡한 한편의 영화와 같은 스토리가 아닐 수 없다. 그 노인들의 사랑 이야기가 전 세계에 알려지면서 유럽의 젊은이들은 큰 감동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오늘날 처럼 너무도 쉽게 만나고 헤어지는 젊은이들에게 뭔가 경종을 울려주는 스토리가 아닐 수 없다. 어쩌면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은 고리타분한 구시대의 사건이라고 비웃으면서 그들의 애절한 사랑을 외면할지도 모른다. 일시적인 감정에 휩쓸리는 인스탄트적인 가벼운 사랑이 아니라, 깊고 순수하며 눈부시게 아름다운 사랑의 탑을 쌓아가는 젊은이들미 지구촌에 많아졌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소설가 김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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