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식/세상사는이야기

자연과의 공존

오늘의 쉼터 2010. 4. 27. 20:58

    자연과의 공존 20 여년 전 우리가 살던 집 부근에는 오래된 저층 주공아파트 단지가 있었는데 산세(山勢)를 잘 이용하여 균형 있게 들어앉아 무척 아담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다른 아파트단지는 보통 건축 부지를 최대한 평지로 만든 이후에 건축을 하기 마련인데, 이곳은 단지 내 산세를 최대한 그대로 살리고, 단지 내의 산언덕과 나무들도 그대로 유지해서 환경 친화적으로 건설한 아파트라고 느껴졌다. 무엇보다 각 단지마다 아담한 조경수와 꽃나무가 어우러져 그야말로 동화속의 천국을 연상할 정도였다. 내가 그 당시 서울 시내의 아파트마다 비교해 보지는 못 했지만 그처럼 조경이 아름답게 된 곳은 없었으리라고 생각된다. 고급아파트라면 인공적으로 고급 수종을 산뜻하게 심어서 정원을 꾸며 놓은데 반해, 그곳은 자연 그대로 소박하고 꾸밈없는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여름철이면 저녁을 일찍 먹고 아내와 함께 아파트 내 샛길을 가끔 산책 하곤 했는데, 그 향긋한 꽃 냄새가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이 상쾌하였으며, 하루의 피로를 시원스럽게 풀어 주는 데는 그만 이었다. 더구나 만개(滿開)한 아카시아의 짙은 향기는 주민들의 후각을 행복하게 해주었다. 비록 평수는 작은 소형 아파트이지만 집집마다 가꾸어 놓은 정원의 풍광을 보노라면 무릉도원에 들어선 기분으로나 비교를 할까? 봄이면 개나리, 진달래, 벚꽃 등으로 시작하여 여름이면 장미, 튤립, 철쭉, 가을이면 국화, 바꽃, 맨드라미, 접시꽃 등 집집마다 수많은 꽃들로 장식되어 우편 배달원까지도 즐거워했었다. 또한 아파트 울타리 부근 중간쯤엔 오래된 노거수(老巨樹) 두 그루가 나란히 서 있었다. 수령은 50,60년 정도로 짐작되지만 높이가 약 30ⅿ이상 자라서 여름이면 그늘을 만들어 사람들의 쉼터가 되기도 했으며 이 아파트 수문장 역할을 하는 듯했다. 우리는 그동안 먼 곳으로 이사를 하게 되어 한동안 정신없이 살다보니 그 동네에 대해서 까마득히 잊고 살다가, 그 아파트가 재개발되고 고층아파트가 들어섰다는 말을 들었다. 내가 직접 살지는 않았지만 동네 공원이나 다름없었던 아름다운 아파트였으며, 주민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산책 장소였는데, 이제는 사라지고 고층 아파트가 들어섰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 후 우연한 기회에 부근을 지나다 생각이 나서 새로운 아파트가 들어선 현장으로 가보았다. 역시 인공이 가미된 조경이 눈에 들어오니 너무나 허전하고 아쉬운 심정을 금할 수 없었으며, 특히 수문장 역할을 해온 두 노거수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을 보고는 인간의 탐욕에 의한 자연의 수난 현장을 목격하니 가슴이 아팠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시골에 선조들의 성묘를 갔다가 오던 길에 예전 수원지 들어가는 길목에 100년이 넘는 10여 그루 아름드리 노거수들을 보니 그 일이 떠올랐다. 나는 마음이 급해져서 해당기관으로 건의성 민원을 보냈다. 반드시 보호수로 지정하여 보호해 달라고,, 지금 이 시간에도 전국 어디에선가 귀중한 나무들이 신음하며 베어져 나가고 있을 것이다. 자연은 인간에게 대가없이 주기만 하건만, 인간은 배은망덕하게도 거리낌 없이 자연을 학대하며 산다. 자연은 넓은 하늘아래서 같이 숨 쉬고 살아가야 할 어머니 같은, 고향 같은 존재가 아닌가? <시인, 수필가 임종은> ******************************************** 가족 여러분... 옛 것들이 그리워지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개발이란 미명 아래 우리들의 소중한 추억과 함께 한 많은 것들이 사라져 가고 있네요. 개발과 자연보존... 함께 갈 수 있는 길을 찾는 게 해법이 아닐까요? 멋진 월요일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