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방에 햇빛 밝게 비친다.
허실생백(虛室生白)이란 말이 있다.
마음을 비우면 밝음이 그 빈자리를 채운다는 뜻이다.
“저 텅빈 것을 잘 보라. 텅 빈 방에 햇빛이 밝게 비치지 않는가.
행복은 텅빈 곳에 머문다.[瞻彼闕者 虛室生白 吉祥止止
(첨피궐자 허실생백 길상지지)]” (장자)
선물을 들고 온 수자를 보고 도둑놈이라고 일갈한 스님이 있었다.
선물을 보관하고 또 잃어버리거나 흠집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것 자체가
선물에 마음을 도둑맞은 것이다.
스님은 그렇듯 선물이 자신의 마음을 훔쳐갈 수 있으므로
그것을 들고 온 사람을 도둑놈이라고 한 것이다.
예전에 같이 일하던 젊은 친구가 나에게 남의 이목도 있는데
차를 바꾸는게 어떠냐고 말한 적이 있었다.
남에게 으스대는게 행복일까? 좋은 차를 가지고 어디 긁힐까,
누가 와서 박을까, 주차해 둔 사이 누가 흠집을 내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사는 것과 좀 낡은 차를 가지고 차에 마음 빼앗길 시간에 책도 보고
친구도 만나고 여행도 다니며 자유롭고 편하게 사는 것,
과연 어느 것이 더 행복하겠는가? 좋은 차도 알고보면 도둑인 것이다.
모두가 방 속에다 이것저것을 그득하게 쌓아 두려고 한다.
도둑놈을 부르고 있는 것이다. 방이 가득차면 근심도 가득차게 된다.
방이 비어 있으면 누구나 편안하다. 편안한 마음이 곧 행복이다.
편안한 마음은 텅 빈 방에 햇빛이 가득한 모습과 같다.
행복은 따뜻하고 안온하며 언제나 밝다.
자물쇠를 걸어 둔 방은 싸늘하고 흉흉하고 침침하다.
항상 열어 놓고 있는 방처럼 행복한 마음은 무엇이건 다 들어와 노닐게 한다.
재물을 탐하면 도둑을 피해 숨어야 하듯,
욕심을 탐하면 컴컴한 방 안에 숨어 있어야 한다.
황금은 썩은 지렁이의 몸집과 같다.
지렁이의 시체에는 개미떼가 모이고 황금의 덩어리에는 도둑떼가 모인다.
황금이 많을수록 마음은 근심, 걱정으로 휘어지게 된다.
마음이 무거워지니 휘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비어있다면 문을 잠글 필요도 개를 키울 필요도 없으며
홀가분한 마음으로 단잠을 자게 된다. 단잠을 자는 마음이란 언제나 가볍다.
기허즉수물(器虛則受物)이요, 심허즉수도(心虛則受道)다.
그릇을 비우면 물건을 담을 수 있고, 마음을 비우면 도를 담을 수 있다.
행복하게 사는 것은 마음을 가볍게 하는 것이고
불행하게 사는 것은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이다.
텅빈 방에 햇빛이 노닐 듯 가벼운 마음속에 행복이 노닐게 해야 할 것이다.
<수필가 황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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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여러분...
언젠가 자기 집 대문을 없애는 운동을 한 적이 있습니다.
옆집과의 소통이 가장 큰 목적이 아닐까 생각을 해봅니다.
목요일입니다.
마음속에 빗장을 걸고 있다면
오늘은 과감히 자물쇠를 풀고 소통의 행복을 느껴보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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