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에 다녀오는 길 ♥
본격적인 여름으로 들어서는 날씨
비가 내리기 직전이라선지 아니면 한 주가 끝나갈 무렵이라
그런 건지 피로가 차곡차곡 쌓여가는 것이 보일 지경이었다.
토요일 늦게까지 자면서 꿈도 꾸었고 그 사이 몇 번
잠에서 깨기도 하였지만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고는 했다.
이런 곤한 잠은 오랜만의 일이었지만 일어나서도
여전히 피로함은 남아있었다.
그래서 다음날은 새벽까지 잠들지 못하고
이것저것 하다 이른 아침을 맞이하고 말았다.
당장 누우면 곧 잠으로 빠져들 것 같았지만 뭔가 할 일이,
꼭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는 사람처럼 잠들지 못하다가 결국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섰다.
그 전주부터 절에 가기로 마음을 먹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새벽까지 깨어있게 되면서 이른 아침 산중에 있는 절에 간다면
기분이 상쾌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약간은 어둑한 새벽에 집을 나섰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을 뒤로 하며 절로 향했다.
전날 하루 종일 쏟아진 비로 대기는 많이 깨끗해졌겠지?
숲과 나무의 향이 진하게 다가왔다.
부지런한 사람들, 규칙적인 바깥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절 옆으로 나 있는 산길을 올라갔다 이미 내려오는 길이었다.
그들을 보니 정말 사는 것 같았다.
하루 몇 시간씩 걸으며 삶의 의지를 다잡았던
과거의 한 시절이 조금 스쳐 지나갔다.
삶을 살면서 웅크리고 있는 나를 보기도 하지만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됐다면 된 거라고 다독였다.
내일은 더 나은 내가 되어 있을 거야. 자신에게 솔직하다면
숨김없는 당당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개인의 내적인 성향과는 무관하게.
내가 좋아하는 절로 들어서니 아침 청소가 한창이었다.
지인을 통해 알게 된 곳인데 근래 정서적인 위안을 얻고
나를 다잡기 위해 몇 차례 들른 곳이었다. 이럴 때가 있다.
신이 네가 힘든 것을 알고 있으니 이곳을, 이것을, 이 사람을
통해 잘 극복하라 알려준다고 느껴질 때. 일종의 계시처럼.
절을 방문할 때마다 짖어대는 개를 보살님이
제지하는 뒤로 난 아무 말 없이 법당으로 들어섰다.
부처님께 인사를 드리고 내 마음을 보여드릴 수 있는
시주와 함께 향과 초에 불을 붙였다.
오면서 조금 고민하였지만 그 전주에 이어 다시 108배를 하였다.
108배를 하는 길고도 짧은 시간에 많은 생각들이 올라왔다.
처음에는 잡념이라 생각하며 절에만 집중하려 하였는데 생각해보니
그건 지금 나의 가장 큰 고민들이었고 또 나를 둘러싼 상황들이었다.
그것들이 법당에서 부처님께 절을 하면서 떠오름으로써 나를 조금
더 알게 되고, 내 상황을 조금 더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원하면서도 확신하지 못함, 이루어지지 않을 일인지도 모른다는 현실.
그리고 위로도 얻었다. 내 의지를 넘어선 일로 괴로워해야 할 때,
성당에서 기도를 하며 느끼는 감정과 유사하다고 생각했다.
극적인 감정은 조금 덜하지만 말이다.
아직은 조금 급한 108배를 마치고 법당에 잠시 앉아있다
촛불을 끄고 밖으로 나와서 법당 옆에 있는 정자에 앉아 쉬었다.
비가 온 다음이라 더욱 좋았고,
나 외에 다른 사람 없이 편안히 있을 수 있어 좋았다.
가족이 분명하다고 느껴지는 까치 무리가
절 잔디에 내려와 아침을 먹고 있었다.
과거도 미래도 생각하지 않고 현실 또한 잠시 접어둔 채
그 순간에 머무르니 편안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수필가 고 수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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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불교는 깨달음의 종교라 했던가요.…
인간 스스로가 생각하고 깨달음을 얻기까지의
시행착오는 힘든 삶의 여정인가 봅니다.
등산을 갔다 오다 스님의 불경소리에 마음의
위안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눈 덮인 산사의 모습만 생각해도 마음의 평안이 옵니다.
각자 마음의 은신처 한 곳은 두고 계시겠죠.
연약한 인간이기에 일상을 접어 둔 채 한번쯤은
쉬어가며 가던 길을 되돌아봄도 살아가는 지혜가
아닐까 생각을 해 봅니다.
가족 여러분…
거리에는 쌓인 눈을 치우느라 고생들이 많습니다.
혼자 하려면 힘들지만 나누어 하면 쉽지 않을까요.
내 집 앞 내가 치우며 이웃과도 인사 나누시고
미소 짓는 하루 되시면 좋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 이 규 자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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