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식/세상사는이야기

◈몸살 하면서 순응한다◈

오늘의 쉼터 2009. 11. 25. 19:57



    ◈몸살 하면서 순응한다◈ 이틀 전 11월 22일. 시제(시향)를 지낸 오후였다. 귀경을 서둘러야 할 시각에 나는 아들 형제를 몰아세우고 삽, 도끼로 나무를 캐내라고 일렀다. 붉은 열매가 자잘하게 열리는 파라킨샤 나무는 내가 열흘 전에 벌써 캐내서 옆으로 뉘어놓았다. 너무 큰 부피와 무게가 나 혼자의 근력으로는 역부족이라 뿌리에만 흙을 살짝 덮어 둔 상태였고, 감나무는 뿌리 돌리기만 조금 흉내 낸 상태였다. 날카로운 가시가 촘촘히 박힌 파라킨샤를 겨우 옮겨 심었다. 대봉감나무 뿌리가 땅속으로 곤장 박혀서 삽질하기가 참으로 힘이 들었다. 돌멩이가 많은 땅속에서 도끼로 찍어서 뿌리를 잘라내는 서툰 작업 과정에서 잔뿌리가 거의 다 훼손되었다. 이식성이 몹시 나쁜 것으로 알려진 감나무였기에 이식하면서도 걱정이 되었다. 어린 묘목은 처음서부터 좋은 위치에 심어 둘 일이다. 커다란 은행나무를 밤나무 근처에 심었더니 그늘이 짙어서 감나무가 제대로 크지 못하고 수형도 뒤틀렸다. 그 결과 올해는 광합성 부족으로 감꽃조차 맺지 못했다. 잔뿌리가 잘려나가고, 이질적인 새 흙이 맞지 않아서 나무들은 심한 몸살을 앓는다. 몸살 하다 때로는 죽기도 하고, 용케 살아남아도 기운을 회복하려면 상당 기간이 흘러야 한다. 꼭 필요한 경우에만 이식하고, 이식하는 시기도 아주 어렸을 적에 해야만 활착률이 더 높다. 사람이건 나무이건 간에 제자리를 옮기면 심한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다. 올여름, 나는 공직 생활을 접고, 가족이 있는 서울을 뒤로 한 채 낙향했다. 수십 년 동안 묵혔던 밭에서 잡목을 베어내고, 잡초를 걷어내면서 밭을 일궈내는 족족 텃밭을 가꾸었다. 상추 씨앗을 뿌리고, 고구마, 고추와 가지의 모종을 얻어 심고, 오이, 방울 토마토, 배추, 양배추의 모종과 쪽파 씨앗은 오일장에서 사다 심었다. 오이, 상추 등 푸성귀는 여름철 내내 밑반찬 노릇을 톡톡히 했으며, 늦가을 지금 텃밭에서는 김장용 배추, 무 백 포기, 쪽파, 시금치, 청 갓이 애벌레에 뜯기면서도 잘도 자란다. 나는 나무보다 이식성이 강한 체하면서 어느새 제2의 삶인 농사꾼으로 변모하여 시골 생활에 정착했다. 엉터리 같은 솜씨로도 작물을 재배하고, 수목을 키우면서 적막한 시골 생활에 조금씩 길들어가지만, 손바닥과 발바닥에는 굳은살이 박였다. 얼굴 피부도 거칠어지고, 마음은 한없이 무디어졌지만, 세월과 자연에 순응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 수필가 최윤환>> ^*^*^*^*^*^*^*^*^*^*^*^*^*^*^*^*^*^*^*^*^*^*^*^*^*^*^*^*^*^*^* 정년퇴임 후 노모가 계신 고향으로 돌아가 자연과 벗하며 시골생활에 젖어가는 풋내기 농부가 된 작가님의 글로 세상사는 이야기의 아침을 시작합니다. 예람이 저에게도 평생 잊지 못할 그리움이 되어 지금도 가슴속을 유영하는 추억이 하나 있습니다. 벌써 삼 년이 지난 일입니다. 복잡한 도시를 떠나 한적한 시골에서 살고픈 마음에 아파트 생활을 접고 전원주택에 터를 잡고 평생을 살 것처럼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는 마당 한켠에 서툰 솜씨로 작은 텃밭을 일궈 상추, 고추 토마토를 심어놓고 혹여 장맛비에 떠내려갈세라 잠 못 이루며 들여다보고 아침이면 방문 열고 텃밭으로 쪼르르 달려나가 ‘어서어서 자라거라.’ 다독이며 물을 주고 흙을 북돋워 주었습니다. 징그럽다고 쳐다보지도 못했던 벌레를 잡아주며 농부의 마음을 알아갔고 익숙하지 못한 삶이 점점 시골생활에 젖어들고 있음을 알기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습니다. 화단엔 색깔과 모양도 각각 다른 꽃들이 이슬을 털어내며 웃음을 선물 해주고 동터오는 봄날 앞산에서 들려오는 뻐꾸기 소리는 마음의 욕심을 버리기에 충분했고, 도포 자락 휘날리듯 서서히 피어나는 운무를 바라볼 때면 마치 신선이라도 되는 양 하루하루가 새롭고 신바람이 났습니다. 부실한 몸 때문에 부득이하게 거처를 옮겼지만, 자연은 우리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고 심은 대로 거두게 한다는 큰 진리를 깨달았던 전원생활 그때가 그리워질 때면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 지금도 울컥 눈물이 나오기도 합니다. 터를 잡고 살던 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 정착하여 정을 붙이기란 쉽지가 않지만, 시간이 가고 세월 흐르면 그곳에 적응하며 살아가도록 창조된 인간이 우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국보 가족님! 풋내나지 않는 곰삭은 묵은지처럼 맛이 담긴 장독대가 있고 어머니가 계시는 고향이 그리운 오늘입니다 오늘도 언제 어디서든 남에게 뒤지지 않고 강하고 성실하게 살아가시는 우리 님들의 가슴 가슴에 기쁨과 행복의 깃발이 종일토록 펄럭이는 기분 좋은 하루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하십시오. ♣김미옥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