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밤에 쓰는 편지 ◈
계절이 나를 불렀습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냥 나갔습니다.
노랑 꿈이 여물고 쑥부쟁이 나풀거리던 들판에 어느덧 늙어버린 꿈들이
늘어져 있고 사이를 비집고 짧은 세월 동안에 열매를 맺겠다고 다 자라지
못한 작은 잎에서 분홍색 꽃눈 터진 코스모스 그들의 무리 속에
하나 될 수 없는 이방인인 줄 알지만, 옆에 앉아보았습니다.
따슨 햇살이 귓가에 내려와 속살거리는 이야기, 들리는 대로만 이해하며
고개를 주억거려 봅니다.
그것이 이방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 여겨져 가을이 애써 여물게 한
이야기에 도리질할 자신이 없어 한편 허전한 가슴에 핏빛 외로움이
날 아프게 하지만 그냥 자연의 속삭임에 마음 맡겨봅니다.
오늘은 그런 날이더이다.
그것이 참 좋더이다.
계절과 다투지 않고 계절과 시선을 일치시키며 가슴 속에 금잔화 닮은
작은 사랑 만들고 이 계절이 가기 전에 무향 일지언정 꽃 피우고픈 마음
많이 욕심내지 않고 구름 닮은 따뜻한 솜사탕으로 달콤한
오늘 하루이고픈 마음 그런 마음으로 계절의 부름에 응하였습니다.
홀로 외로운 이방인이 되기 싫어서
이 계절이 주는 행복에 젖어보고 싶어서.
<< 시인, 수필가 이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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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간 가을을 붙잡기라도 하듯 새벽공기를 마시며 휘적휘적 바쁘게
걸어 공원에 다다랐습니다.
이슬 젖은 낙엽을 밟으며 토끼처럼 폴짝폴짝 뛰다가 그만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누가 볼까 부끄러워 얼른 일어나 주변을 휘익 돌아보고 천연덕스럽게
다시 낙엽 위를 걷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아야~~하는 큰소리가 들립니다.
돌아보니 새댁으로 보이는 젊은 여인이 나처럼 넘어졌습니다.
손을 탈탈 털고 일어서며 “이래서 가을은 싫어”라며 원망을 늘어놓습니다.
옆자리로 옮겨가면서도 구시렁구시렁…… 참, 말도 많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있어 아름답다는 것을 아마 그 여인이
알았더라면 무릎이 깨지고 멍이 들어도 가을을 탓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해봅니다.
국보 가족님!
다가오는 계절을 거부하지 않고 계절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우리네 삶이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지요?
가을을 보내고 겨울을 맞이한 우리 님들은 계절 앞에 이방인이 아닌
동반자가 되어 겨울이주는 하얀 눈의 선물과 따뜻한 아랫목에서 주고받는
훈훈한 이야기에 아름다운 추억을 쌓아가는 행복한 날들이 되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해봅니다.
오늘은 별 밤 편지 한 장 써도 좋을 사연 하나 만들어가는 멋진 하루
보내시고 감사와 미소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고운 날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행복하십시오.
♣김미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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