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이 가는 길◈
아득한 땅을 내려다보며 수족을 잘라낸 어미에게 원망의 눈길을 보낸다.
어쩌겠는가. 세월이 죄인 것을 불어오는 말간 바람을 못 오게 할 눈곱 만한
이유도 없어 누렇게 뜬 초점 잃은 모습으로 소슬바람 따라 어제에 잠들
채비를 한다.
그리 멀지도 않은 봄날에 여린 새순 키우며 그리도 자상하던 모정이건만
그 여름 칠점 무당벌레 활개치던 날에도 끈끈한 사랑으로 부둥켜안고
움켜잡은 손에 땀이 배게 사랑하고 의지하며 지냈었건만, 점차 대지가
가까울수록 습한 바람이 분다.
간간히 산국 향기 혼재된 들 바람은 허수아비의 한숨 섞인 넋두리를
쏟아놓는다.
다시금 만나자는 기약도 없이 흐르는 강물에 놓아버린 상념처럼 서늘한
가슴으로 떨어져 내리는 달뜬 몸뚱어리 낙엽이라 이름 지었던가…….
돌아보면 화려했던 세월이었으나 떨어져 내리면 이름 없는 잿빛의
가랑잎으로 삭풍에 이리저리 휘둘리다가 어느 마을 양지쪽 토담 아래
웅크리고, 된서리 겨우 피해야 하는 모진 삶, 겨울을 나기도 전에 거대한
발길에 흔적조차도 남기지 못하고 바스러진 영혼이 되지는 않을지,
아직도 삶에 대한 미련이 남아 모태에서 떨어져 어두운 시간 속으로
떠나는 길은 지극히 짧은 순간처럼 느껴진다.
화려했던 봄부터 여름까지 가슴 가득 환희로 채웠던 날들 모태와 이어진
모세관으로 햇살이 만들어준 자양분과 실뿌리가 뽑아 올린 투명한 물을
부족함 없이 나누어 주던 모정 어제와 오늘의 경계가 찰나이듯 사랑과
미움의 경계는 안개처럼 모호하여 사랑도 미움인 듯 미움도 사랑인 듯
계절이 안겨준 고약한 이별에 회한에 찬 눈길을 보내보지만, 누구라
끊어진 모정을 이어줄 것인가, 섭리가 그런 것을 그렇게 거름이 되고,
자양분이 되어 모태의 몸속으로 다시금 돌아가 기나긴 잔설을 녹여낸
봄바람이 부는 날 잠 덜 깬 작은 몸뚱어리 어미의 생살 찢으며, 어미의
극심한 고통 속에서 환희의 찬가를 부르며 또 다른 세월을 만나게 되어져
있는 것을, 약속이리라 세월과의 약속 이별과의 약속 서운케도 수족을
잘라 낸 죽어야만 살아가는 어미의 비정한 사랑과의 약속 비록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한바 없어도 삶의 이치와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지리라 아침이면
다시 만날 태양도 노을을 등에 업고 있을 땐 처연한 슬픔이다.
다시금 화려한 생을 살기 위한 이별이지만 이별이기에 아프다.
누렇게 익어가는 볏 잎이 보이더니 살랑살랑 살사리꽃이 반긴다.
푸른 옷 벗어 던진 잔디 위에 살포시 내려앉으면 폼 나겠지 두리번거리는
눈가엔 색 바랜 잔디는 어디에도 없다. 먼지 쌓인 비탈을 지나 냄새 나는
시궁창이 보인다.
“아니야, 여긴 아니야.” 혼자만의 아우성 소슬바람은 알바 아니란 듯
물속에 내동댕이치고는 저 혼자 구릉을 지나 어둠살이 내리는 산으로 간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휑하니. 그렇게 흘러가다가, 물에 젖고, 돌에 긁히고
바람에 짓이겨진, 누렇게 뜬 모습이 초췌해져 퀴퀴한 잿빛이 되었다.
다리를 지나, 작은 도심을 지나면 다시금 강이 있고, 강 따라 흐르다 보면
파란 바다 있으련만 운명은 바다를 선물로 주지 않았다.
웃자란 풀에 걸려 메마른 갈바람에 떨다가 마음도, 몸도 산산이 부서져
낙엽이란 이름조차 잃었을 때 그제야 행복이 이런 것이구나, 끝이되
끝이 아닌 하나의 마디를 완성한 생명 봄을 기다리며 물줄기 따라 다시금
모태가 되어줄 튼실한 밑동을 바라보며 삶에 지친 눈길로 눈웃음을 보낸다.
<<시인, 수필가 이기은>>
***************************************************
봄이면 싹을 틔우고 여름이면 무성한 잎을 만들어 천둥과 번개, 비바람에도
끄덕하지 않던 나뭇잎들은 가을을 이기지 못하고 “낙엽”이 되어 하나, 둘,
떨어집니다.
손 놓아버린 가지를 떠나 바람이 시키는 대로 땅바닥에 뒹구는 나뭇잎은
엄동을 지나 다시 다가올 봄을위한 자양분이 되기 위해 이별 아닌 이별을
서러워하며 서서히 사그라져 갈 것입니다.
부모 품을 떠날 때가 되어도 홀로서지 못하고 어른이 되어서도 부모님의
그늘로 도움과 보호받기를 원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계절 따라
변하는 자연의 섭리 앞에 부끄러움으로 고개 숙입니다
국보 가족님!
찬물에 손 담그기가 싫어지는 걸 보니 가을이 물러날 채비를 하나 봅니다.
주변에 감기 환자가 많아 걱정도 됩니다.
우리 가족님들은 맑은 하늘처럼 털끝 하나 다치지 않는 건강함으로 남아있는
가을을 마음껏 누리시는 기쁨의 날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소원하는 모든 일을 이루어 가시는 행운이 가득한 수요일 되십시오,
♣김미옥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