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식/세상사는이야기

◈끝 모를 욕심◈

오늘의 쉼터 2009. 10. 22. 08:28



    ◈끝 모를 욕심◈ 산소 묘역 근처 은행나무 아래 성묘 나온 일가족들이 은행 알 줍기에 정신이 없다. 한 사내가 낚싯대를 장대 삼아 은행나무 가지를 마구 치고 있다. 시퍼런 잎사귀가 수북하게 땅에 떨어져 있는 모습이 보기 좋지 못했다, ‘오늘 같은 날(추석 다음 날), 은행 알 터는 모습이 별로 좋아 뵈지 않네요.’ 라는 내 말에 뚱한 표정으로 은행 알을 강제로 떨던 사내가 나를 노려본다, 일가족 예닐곱 명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나를 째려본다. ‘저 숲 속 뒤편에는 은행나무가 즐비하니 그곳으로 가서 많이 주우세요. 은행 알에는 독이 있으니 아이들 손을 물로 잘 씻도록 하세요. 독이 오르면 고생할 겁니다.’하고 나는 산자락 뒤편을 가리키면서 아이들이 걱정되어 손을 개울물로 닦도록 주의까지 주었다. 요즘 은행나무 아래서 은행 알을 줍는 아낙들이 제법 많다. 이따금 비닐봉지가 묵직해 보일 만큼 많이 주은 사람도 보인다. 때로는 시퍼런 은행잎이 무수히 떨어져 땅바닥에 어지럽혀져 있기도 한다. 은행 알을 따기 위해 돌멩이질하고, 발길질하고, 긴 막대 등으로 은행나무 가지를 후려쳐서 생긴 후유증에 잔가지가 많이 꺾이고 상한 흔적이 더러더러 눈에 띈다. 은행 알이 익어 자연스럽게 땅에 떨어지면 그때 주우면 얼마나 좋으랴만 욕심 사나운 사람들은 억지로 은행 알을 턴다. 그럴 때마다 잔가지가 꺾이고 상하며 그 후유증은 오랫동안 남아 은행나무의 성장에 나쁜 영향을 주기도 한다. 꺾인 잔가지에 새싹이 돋아나지도 않을뿐더러 돋아난다 해도 수형(樹形)이 아주 부실하기 마련이다. 그러니 열매인들 제대로 열랴? 겁 없이, 생면부지의 남한테 잔소리를 할 만큼 내가 나이 든 탓일까? 나도 이제 이런 일에는 싫은 소리를 그만 했으면 싶다. 생기는 것도 없이 남의 미움만 받을 이유도 없다. 남의 일에 간섭한 내가 아직 철이 덜 든 탓이겠지만 공연히 눈칫밥 먹고 싶지 않지만 어쩌랴……. <<수필가, 최윤환>> *********************************************************** 길가에 늘어선 저 커다란 은행 나뭇가지에 매달린 은행 알을 누가 따가고 언제 따는지 안중에 없었던 터라 샛노랗게 물들어가는 은행잎을 보며 아름답다 라고만 생각하며 길을 걸었습니다. 은행나무 이파리만큼이나 노란 잠바를 입은 아줌마들이 기세도 당당하게 팔을 휘두르며 걷다가 일제히 은행나무 아래 걸음을 멈춥니다. 혹시 ‘쓰레기를 줍는 봉사대원들인가?’ 호기심에 가득 찬 눈으로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그들은 후두두, 후두두, 은행을 터는 것입니다. 참 간도 크구나. 그것도 밤이 아닌 이 대낮에 잡혀가면 어쩌려고……. 정작 은행을 터는 아주머니들보다 지켜보는 제 가슴이 더 콩당콩당 방망이질을 합니다. 한참 지나고서 지금은 관청에 신고만 하면 누구나 은행을 털 수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았습니다만, 세상일에 밝지 못한 나의 미련이 들통난 오후였습니다. 말없이 서 있는 나무들도 생명이 있기에 상처가 나거나 꺾이면 아프고 쓰리기는 사람과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인간의 욕심과 이기가 자연을 훼손시키고도 자연이 주는 재앙 앞에서 뉘우침이나 후회를 하지 않는 어리석음을 반복하고 있으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지요? 노란 레인코트에 노란 우산을 받쳐 들고 고독한 척, 은행잎이 뒹구는 신작로를 걷던 기억 하나쯤 다 간직하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인위적으로 떨어져 놀라 빛바랜 은행잎이 아닌 자연색으로 곱게 물든 은행잎 쌓인 거리를 이 가을에 걸어 볼 수 있도록 작은 욕심을 버리고 입으로만 부르짖는 자연보호가 아닌 몸으로 실천하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국보가족님! 오늘 하루도 가슴 터질 듯 즐거움이 밀려드는 좋은 날 보내시고 환한 미소로 하루를 마감하시는 우리 님들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행복 하십시오. ♣김미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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