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에 만난 연꽃처럼 ◈
하루해가 서산에 걸려 그네를 타는 시간, 산책을 하기 위해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
퇴근시간이 가까워지자 거리는 사람과 차들로 혼잡을 이룬다.
미꾸라지처럼 요리조리 부딪치는 가슴을 피해 빛 고운 배롱나무 꽃의
안내를 받으며 “운천저수지”에 도착했다,
매연을 품어대며 자동차들이 쌩쌩 달리는 도심 속에 있는 저수지는
오늘도 바쁘게 살아가는 도시인들의 걸음을 붙잡고, 마음을 쉬게 하는
쉼터의 구실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귀밑머리를 적시며 흘러내리는 땀을 손등으로 닦으며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본다. 아직 열기 가득한 하늘을 여유롭게 나는 해오라기의
아름다운 날갯짓에 지는 석양도 숨을 멈춘다.
지붕 위의 하얀 박처럼 탐스런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며 빠르게 걷는
배가 나온 여인의 허걱거리는 숨소리,
저만치 팔을 걷어붙이고 걸어온 삶의 깊이만큼 낚싯대를 던진 중년,
아이스크림을 손에 들고 졸래졸래 엄마 뒤를 따르는 아가의 모습,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앉아 물수제비를 뜨는 연인들의 밝은 웃음이
찰랑거리는 수면으로 내려앉아 홀로 산책 나온 나를 부럽게 한다.
얼마를 바라보았을까? 향기를 내뿜고 피어난 연꽃을 보기 위해
발길을 돌린다.
각양각색의 사람이 모여든 이만 이천여 평의 저수지를 가득 메운
연꽃은 이곳 “운천저수지”의 자랑이기도 하다.
연꽃은 냄새 나는 흙탕물에 몸을 담그고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지만
한 점 흙탕물도 보듬지 않고 주변 환경을 탓하지 않으며 청초함을
잃지 않고 피어 가까이 다가서지 않아도 향기를 뿜어준다.
대나무처럼 속은 비어 있으나 휘어지지 않은 곧은줄기는 기개를
잃지 않는 선비를 닮았을까? 산책길에 바라본 연꽃은 내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연잎에 담긴 물방울이 또르르 굴러 떨어진다.
모인 물방울을 보듬고 너울거리다 자신이 감당할 만큼만 간직하고
무거워지면 욕심 없이 비워버리는 연잎을 보니 비우지 못한
내 마음의 욕심은 날마다 커져가고 있음에 홀로 있어도 부끄럽다.
날마다 비우고 비워서 정갈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연꽃 닮은 청초한
삶을 살고 싶은 가슴에 파랑 바람이 분다.
해오라기 한 마리 머리 위를 날아간다,
<<시인, 수필가 김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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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에 달라붙어 불이 꺼지도록 노래하던 매미 소리도 그치고
시원한 바람 불어 땀 흘리지 않는 조용한 시간에 계절의
법칙 앞에 한없이 작아지는 부끄러운 내 모습을 봅니다.
하루치의 삶을 가만히 내려놓고 자신을 돌아보고 싶을 때면
간간이 찾아가는 “운천저수지”에 피어난 아름다운 연꽃은
세상에 찌든 마음을 정갈하게 헹궈주고 내가 처한 환경과
조건을 탓하지 않는 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국보 가족님!
우리 님들도 혹여 세상을 탓하거나 원망해 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진흙 속의 연꽃이 오물 하나 묻히지 않고 청초하게 피어나듯
국보 가족님들은 남을 탓하거나 원망하지 않고 어려운
가운데서도 승리하는 삶으로 이 가을을 풍성하게 채워가는
아름다운 님들이 되시기를 마음 다해 기원합니다.
오늘도 향기로운 미소로 하루를 채워가는 고운 날 되소서.
♣김미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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