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 매니아
몸무게가 조금 빠진 것 같다는 반가운 이야기를 요즘 자주 듣는다.
두 달 전까지만 하여도 1미터 70센티가 조금 넘는 키에 80Kg 중반이 넘었는데,
6월 말 강원도 인제에서 하는 쎄미나에 참석한 뒤로 그곳 촌장님이
‘밥 따로, 물 따로’라는 새로운 식사법을 가르쳐준 대로 따라하다 보니까
내가 봐도 허리둘레가 많이 줄여둔 기분이 든다.
새로운 식사법이란 대강 이렇다. 밥을 먹을 땐 함께 물을 절대 먹지 말 것.
그리고 밥을 먹은 후 2시간 후에 물을 맘껏 먹을 것,
아침을 거르고 점심, 저녁 2식을 할 것 등으로 아주 간단하다.
‘밥 따로, 물 따로’를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촌장님의 말을 듣고 보니,
나도 수긍이 갔다.
석탄의 힘으로 기차를 움직이려면 불타는 아궁이에 석탄만 부어야 활활 타는데,
거기에 물을 끼얹은 경우가 밥과 함께 물을 먹는 경우와 똑같다며,
우리가 밥을 먹을 때 위(胃)에서 위액이 나오는데 밥만 먹으면 충분히 소화를 시켜
소장으로 내려 보내고, 밥과 함께 물을 먹으면 위액이 묽게 되어
제대로 소화가 안 된다는 이치였다.
그러나 나는 그동안 밥을 먹으면서 물을 자주 먹던 식습관 때문에
처음에 무지 고생을 하였다. 그래서 나는 한 가지만을 생각하였다.
나를 아는 대부분 사람들이 운동을 하지 않고도 ‘살을 뺀다.’는
좋은 약이 많다며 권하는 모습에 진절머리가 낳는데,
이 기회에 돈도 안 드는데 한번 시도나 해보자는 오기 비슷한 게
작용했다고도 할 수 있었다.
결심을 한 다음 날 아침, 어제 술을 마셔서인지 속쓰림 때문에
아침을 굶는다는 게 너무나 힘들었다. 당연히 해장을 해야 하는데,
국도 젓가락만으로 먹어야 효과가 있다는 말을 생각하니
그냥 쓰린 속을 부여잡고 사무실에 출근을 하였다.
숙취를 해갈해 달라는 뱃속의 아우성이 자유수호를 외치는 사람들처럼
인정사정없이 과격하다. 그러나 이왕 시작한 일, 첫날부터 견디지 못하면
안 될 것 같아 꾹꾹 참았다. 그리고 12시 땡 하자마자 음식점으로 달음질쳤다.
그동안 즐겨 먹던 찌개 종류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찌개는 첫 번째 금물이다. 국물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빔밥에 눈길을 주었다. 국물 없이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빔밥은 매력있는 우리나라 대표 음식이다.
그릇에 밥과 여러 가지의 채소, 고기, 계란, 고추장 등을 넣고 섞어서 먹는데
지방과 재료에 따라 구분되며, 각 지방마다 특색이 다르지만 전주비빔밥이
가장 유명하단다. 비빔밥은 입맛이 없는 경우에도 비벼서 먹으면 입맛이 살아난다.
옛날 사람들은 큰 양푼에 비벼 여러 명이 숟가락 들고 둘러앉아 먹어야
제격이라며 말을 했었다. 더구나 요즘은 모 항공사에서도 기내식으로 인기가 좋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고 색감으로도 조화가 잘된 고른 영향과 채식 위주의 식단이
외국에서도 아주 선호한다고 한다.
점심때마다 비빔밥을 먹기 시작하다보니, 이제는 모든 게 편해졌다.
국물 없이 먹다 보니 내 몸도 서서히 변화를 보이기 시작한다.
밥을 먹은 후 2시간 이후에 물을 먹고, 저녁을 먹은 후 다음 날 12시까지
물도 먹지 않은 빈속으로 견디다 보니, 그동안 몸에 넉넉하게 저장되어있는
지방으로 부족한 영향분을 자체 조달하는 기분이 든다.
몸도 점점 가벼워지는 느낌이 든다. 처음엔 4개월 정도 견디려고 했지만,
이제는 욕심이 생긴다. 어느 정도 몸이 적응을 하면 하루에 아침, 점심을 거르고
저녁 1식만 하려고 한다. 그래서 중년의 가장 무서운 비만을 벗어나고 싶다.
그런데 또 하나의 변화가 나에게 생겼다.
운동이라면(아니 움직인다는 말이 더 적당할거다.) 어느 누구보다도 맨 뒤에서
꽁지를 뺄 정도로 관심이 없던 내가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저녁을 먹은 후, 홍제천을 거닐기도 하고, 남들 따라 한강변까지 걷다가 오기도 한다.
오늘 점심도 비빔밥을 직원과 같이 먹었다.
직원에게 섭섭한 일이 있으면 그때그때 말하라고 하면서,
어쩌면 우리네 사는 모습이 비빔밥 같기도 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내가 지닌 맛과 직원이 지닌 맛이 어우러져 모난 곳이 있으면 메워주고,
힘들면 서로에게 등 기대어 쉬기도 하면서 언제 먹어도 싫증나지 않는
사랑의 향기 같은 비빔밥이 되고 싶다.
<시인. 수필가 임수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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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여러분...
이쁜 두 눈이 내게 가장 가까이 있음에도
멀리 있는 것에만 관심이 있는 생각이 종종 듭니다.
어쩌면 행복은 이쁜 두 눈처럼 바로 우리 가까이에 있는데도
우리는 먼 곳에서 찾으려고 모든 것을 낭비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수요일입니다.
자신을 생각하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갖었으면 합니다.
<임수홍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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