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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로 보낸 편지◈
세월 참 야속하지요
왜 이리 힘든 일만 누비바지처럼 겹겹이 몸을 감싸고 떨어지지 않는지
숨이 막혀 죽을 것만 같은 마음, 그러함에도 그 누비옷을 벗어 버리지
못하는 자신이 세월 조각을 덧댄 안타까운 시간보다 더 밉지요
할퀴어 주고 싶을 만큼 입술에 붉은 선혈이 떨어질 때까지 앙다물고
세월에게 반항하고 싸리 회초리로 가슴이 후련할 때까지 피멍이 들도록
후려치고 싶지요.
세월을 걷다 보면 자갈길 돌부리만큼이나 힘든 시간이 많습니다.
길섶에 웃자란 잡초에 걸려 고무신이 벗겨진다고 세상 구경하자고
길 우에서 잠든 노거수의 뿌리가 가는 길에 방해된다고 고무신
벗어 던지고 노거수의 뿌리를 자를 수는 없잖아요.
사람이 갖춘 능력 중에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망각일 겁니다.
몇 초 전의 일도 쉬이 잊을 수 있는 정말 요긴한 기능,
내일 인상 찌푸려 가며 다시 기억하려 애쓸지라도 지금 힘이 들면
그냥 잊으셔요.
내일은 오늘만큼 아프지 않을 거네요.
<< 시인, 수필가 이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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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조차 숨어버린 후덥지근한 밤, 책을 보다 밖으로 나와
밤하늘을 바라봅니다.
중천에 떠있는 보름달이 박꽃처럼 환하게 웃으며 반겨줍니다.
늦은 시간에 소녀처럼 달을 바라보며 지난날의 추억에 잠기는데
갑자기 오래전에 읽었던 이기은 작가님의 글이 생각나 주인의
허락도 없이 들고 나왔습니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다 보면 눈물 나도록 슬픈 날도 있으며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행복한 날이 있습니다.
그런데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은 잠시인 듯 빨리 지나가고 잊히기
쉽지만 슬프고 고통스러웠던 날들의 기억은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아
우리를 괴롭힐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토록 좋지 않은 기억이라 할지라도 세월이 흐르면 망각
속으로 흘러가 버리고 모든 것을 잊게 합니다,
망각은 신이 우리 인간들에게 주신 좋은 선물이지요.
국보가족님!
날마다 반복되는 삶이 아름답고 좋은 날만 계속 된다면 참 좋겠지만
그러지 못해 아프고 힘든 일이 있다면 저 망각의 깊은 강으로 모두
던져 버리시고 즐거웠던 일만 기억하며 행복한 날들을 보내시기를
두 손 모아 빕니다.
오늘도 아픔이 없는 기분 좋은 하루 보내시고 행복하십시오.
♣김미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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