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식/세상사는이야기

한여름 밤의 이야기

오늘의 쉼터 2009. 8. 5. 09:07



    ◈한여름 밤의 이야기◈ 맴~맴~맴~매미 우는소리가 요란하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포도나무 아래에 가마니 두어 장 깔고 어머니는 맷돌을 내다 놓으시고 노오랗게 삶아진 콩을 함지박 가득 내오신다. 국자에 체하나, 양은 함지박, 엄마는 맷돌을 돌리시고 나는 조그만 고사리 손으로 한 국자씩 맷돌 구멍에 콩을 부어 넣는다 돌~돌~돌 돌아가는 맷돌 사이 콩이 짓이겨져 허옇게 거품 같은 콩물이 흘러내린다. 어머니는 땀을 뻘뻘 흘리시면서 그 많은 콩을 다 가신다. 콩을 갈아 체에 놓고 거르시고 거른 콩물을 항아리에 담아 네모난 얼음덩이를 하나 사서 넣는다. 커다란 가마솥에 불을 때고 물이 펄펄 끓을 때면 국수 한 다발을 넣어 휘저어가며 거품이 일면 찬물을 조금씩 서너 번 부으신 다음 국수를 건져 바구니에 담으시고 우물가로 가신다. 나는 펌프에 대롱대롱 매달려 가며 펌프질을 한다. 어머니는 시원한 물에 국수를 씻으시고 커다란 양은사발에 국수를 한 움큼씩 넣어서 시원한 콩물을 부어 열무김치와 함께 주신다. 그 맛이 꿀맛이다. 어머니는 음식 솜씨가 무척이나 좋으신 분이다 거기다 인심까지 후하시다 그렇게 삶아놓은 국수를 동네 사람들을 불러 모아다 먹이신다. 그날 저녁은 동네 사람들이 수박이며 감자며 옥수수며 이것저것 가지고 와서 봉당에다 모깃불을 피워놓고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운다. 나는 졸려서 가만히 오빠의 무릎에 눕는다. 하늘에 별들이 총총하다 오빠는 하늘의 별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건 북두칠성이고 저건 게자리야 매일 밤 똑같이 가르쳐 주는 말들 나는 세상에 빛나는 별들은 북두칠성하고 게자리밖에 없는 줄 알았다 오빠가 가르쳐 준 게 두 개밖에 없었으니까…… 그리고 사십 년을 훌쩍 넘긴 세월, 어릴 적 어머님이 돌리시던 맷돌 콩물은 아니지만, 적당히 불린 콩을 삶아 윙윙 믹서기에 갈고 끓는 물에 국수 한 움큼 넣어 삶았다. 보글보글 올라오는 거품이 넘을세라 찬물을 두어 번 부어 헹구어 가지런히 대접에 담아 시원한 열무김치와 함께 어머님 앞에 정갈하게 내어 놓았다 그 옛날 내 어머니의 모습이 이러했겠지 지나온 세월 탓에 얼굴에 주름지고 허리 굽어 머리에 하얗게 서리가 내려앉았지만, 우리 어머니도 곱디곱던 새댁 시절이 있었지, 그 옛날 어머니의 모습이 나이듯이 지금의 팔십이신 어머님 나이 또한 훗날의 내가 아닐까 어머님 오래 사시라 말씀 안 드리겠습니다. 그것이 욕인 줄 제가 이제 알았습니다. 어머님 제가 신이 아니라 어머님 젊은 시절을 되돌려 드릴 수는 없지만 사시는 날까지 건강하옵시기를 비옵니다. 어머님 사랑합니다. <<겨울 무지개 권영숙>> **************************************************************** 맷돌에 곱게 갈아 얼음 동동 띄운 콩국에 국수를 넣어 동네 사람 모두 모여 맛있게 먹고 메케한 모깃불 피워놓고 살 평상에 둘러앉아 밤하늘에 떠있는 별을 헤아리며 밤이 깊도록 이야기를 나누는 정겨운 모습을 펼쳐주신 권영숙님의 이야기로 세상사는 이야기의 아침을 시작합니다, 울타리도 없던 시절, 그때는 누구네 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말하지 않아도 훤히 알 정도로 한 가족처럼 이웃의 정을 키워가던 때가 우리에게도 있었지요. 그러나 지금은 도시나 시골 할 것 없이 굳게 닫힌 대문과 평상이 놓여 있던 흙 냄새 나던 마당엔 딱딱한 시멘트가 덧씌워져 옛날의 정겨웠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어 어린 시절 보고 느꼈던 모습들이 그리울 때가 참 많음을 가끔 느끼곤 합니다. 국보 가족님! 후끈거리는 더위에 자칫 입맛을 잃기 쉬운 계절입니다. 우리 가족님들은 덥다고 찬 것 너무 많이 드시지 마시고 오늘 점심은 시원한 콩국수 한 그릇으로 더위를 달래보시지 않으시렵니까? 오늘도 큰 기쁨으로 영글어가는 아름다운 하루 보내시고 건강한 날들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행복하십시오. ♣김미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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