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식/세상사는이야기

경상도 보리 문디

오늘의 쉼터 2009. 6. 5. 14:16



    ◈경상도 보리 문디◈ 나이가 들어가면서 새록새록 생각나는 사람들을 가만히 생각해보면 가족, 친지들, 어릴 적 함께 지냈던 고향사람들, 천둥벌거숭이로 함께 뛰어다니던 죽마지우들, 그리고 처음으로 사회에 발을 들여놓던 시기인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이다. 초등학교 친구들..., 생각만으로 빙긋 웃음 짓게 하는 사람, 초등학교 졸업 후 수십 년을 만나지 못하다가 우연히 길에서 만났어도 자연스레 반말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유일한 친구가 아닐까. 고등학교, 대학교, 군대친구, 사회친구들은 몇 십 년이 아니라 그보다 짧은 시간 헤어져 만나지 못하게 되면 쉬이 잊히며 오랜만에 만나면 그리 긴 세월도 아닌데 어색하여 반말을 해야 할지. 존댓말을 써야할지 고민하게 만들기가 예사이다. 그렇지만 초등학교 친구들만은 십대 초반에 헤어져 50대가 되어 만나도, 머슴애, 가스나 어릴 적 쓰던 호칭들이 그냥 툭툭 튀어나온다.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렇게 말하면서도 서로가 너무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늘 만나던 사이처럼 어쩌면 그리도 스스럼없이 어릴 적 그 시절로 되돌아 갈 수 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현명한 답이 없을 것 같다. 다만, 서로 가림 없이 볼 것 못 볼 것 다 보여주며 살아왔던 사이여서 그럴 것이란 짐작만 할뿐 가장 오래된 기억속의 친구가 가장 최근에 가까이 지내던 친구보다 더 친근한 것이 이상한 일이지만 우리 삶속에서 실제로 그런 관계가 형성되고 그런 관계 속에서 우린 나이가 들면 초등학교 친구들을 찾아 동창회, 동기회를 빌미로 만나고자 애쓴다. 참 정겨운 친구들, 이 글을 쓰는 필자도 지금 이 시간 동그라미 속에 그려진 눈 코 입을 꿰맞추어 이름을 기억하는 초등학교 친구들의 초상화를 마음으로 그려보며 빙긋 미소 짓는다. 만나도 만나지 않아도 늘 정겨움으로 마음에 남아있는 벗들 경상도 사람들이 가장 친한 사람들에게 가장 친하다는 표시로 부르는 호칭이 “보리 문디” 이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내뱉는 첫마디가 ‘야! 이 문디야’ 로 시작하는 경우가 참 많다. 벗이 너무 좋아도 웃음 띤 눈길로 바라보며 ‘이! 문디’ 라며 활짝 웃는다. 한없는 정겨움의 표시 문디, 어디서 온 말인지 분분한 설이 있지만 그중에 몇 가지를 보면 첫 번째 설은 가장 보편적인 생각속의 문둥이(한센병을 앓는 사람) 생각할 수 있다. 보릿고개 넘기가 죽기보다 어렵다던 5, 60년대 시골엔 한센 병 환자가 집중 관리되기 전이어서 이곳저곳에 많이 흩어져 살았다. 하지만 그들은 마을 사람들이 병을 옮길까 기피하였기에 마을에서 살지 못하고 산기슭이나 들판 어디쯤에 움막을 짓고 살기도 했고, 보리밭에 숨어서 지나가는 아이들을 놀라게 하기도 하였기에(아이의 생간을 먹으면 한센 병이 낫는다고 하여 보리밭에 숨어 있다가 아이들이 지나가면 잡아서 간을 빼먹는다는 근거 없는 소문도 있었음) 보리밭에 있는 문둥병환자, 즉 “보리 문디” 란 말이 생겨났다고 한다. 경상도 지방엔 들판보다 산이 많아 보리농사가 많았고, 여름 내내 보리밥 먹고 살던 사람들, 즉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친구란 뜻으로 “문디야”를 사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설이다. 두 번째 설은 문동인(文東人 : 글을 잘하는 동쪽 사람)이 와전되어 문둥이(문디)가 탄생되었다고 하는 설이다. 조선시대에만 해도 호남지방은 예향이라 하여 예술인이 많았고, 경상도 지방엔 문향이라 하여 선비들이 많았다. 글공부를 하는 선비들이 많은 까닭에 벼슬아치 들이 자연 많을 수밖에 없었는데, 나라에서 하는 일이 현격하게 마음에 들지 않을 때에는 지금처럼 도성으로 몰려가 대모를 하는 그런 일이 있었나 보다. 경상도 지방의 선비들이 한양에 올라가 상소문을 올리고, 자신들의 의지를 관철하고자 다수가 모여 단체 행동을 할 때, 같은 생각으로 행동을 함께하는 동향인들을 “문동인(文東人)”이라 칭하다가 그것이 경상도 보리 문둥이(보리 문디)로 변하였다는 설도 있다. 하지만 필자의 가슴에 가장 와 닿는 설은 “묵은 디” 라는 어원을 가진 “문디”이다. “묵은 디”에서 “묵은” 은 묵다([동사]:일정한 때를 지나서 오래된 상태가 되다)라는 뜻을 가진 오래된, 많은 해가 지난 그런 말이며 “묵은 디”에서 “디”는 둥이([접사] 일부 명사 뒤에 붙어) 그러한 성질이 있거나 그와 긴밀한 관련이 있는 사람에서 변화된)라는 말로서 두 가지 단어가 조합된 언어이다. 따라서 “묵은 둥이” 에서 “묵은 디”로 변화된 말로서 오래된 친구, 많은 해를 함께한 친숙한 사이 또는 아주 오래된 것(오래 함께 살았던 나이 많은 소를 “묵은디”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함)이란 말로 통용되는 언어이다. 그런고로 경상도 사람들이 오랜 벗을 만나서 첫인사로 대신하는 “이 문디야” 이 말은 오랜 친구야, 가슴에 깊이 새겨진 정다운 친구야, 내가 참 많이 사랑하는 둘도 없는 친구야, 이런 정도로 해석해도 그리 어긋나는 해석은 아니리라 생각된다. 이렇게 스스럼없이 문디야... 부를 수 있는 친구가 아마도 초등학교 친구이지 싶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그들의 모습에는 어릴 적 함께 소꿉놀이하던 기억들과 드넓은 운동장에서 함께 넘어지며 다치며 뛰놀던 기억, 배고팠던 기억들, 부끄러울 것도 못 보여 줄 것도 없는 형제 같은 벗이기 때문은 아닐까. 영희, 향숙이, 상구, 상돈이, 석택이, 경자, 숙자...... 참 많은 이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보고 싶다 친구들아... <시인, 수필가 이기은> ::::::::::::::::::::::::::::::::::::::::::::::::::::::::::::: 어린 시절의 친구들 이름을 불러봅니다. 지금은 중년이 되어 지난 추억을 안고 사는 사람들... 이기은 문학연구소장의 '보리문디' 해설에 공감을 표하면서 오늘은 늦은 시간에 '세상사는 이야기'를 보내드립니다. 국보 고운님! 오늘은 사랑으로 가족과 이웃을 품으시는 기분 좋은 하루 보내시고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임수홍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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