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식/세상사는이야기

애기똥풀

오늘의 쉼터 2009. 5. 6. 09:41



    ◈ 애기똥풀◈ 참 오랜만에 아침 산책을 나섰다. 호젓한 숲길을 지나, 군부대 철조망 곁을 스치면 고요히 잠든 무덤들 잠깨지 않은 무덤들 사이로 사뿐사뿐 '혹여 영면에 드신 분 방해될까' 걷다 보면 참나무 우거진 숲이 다시 반긴다. 작은 연못 스치듯 지나면 잠시 만나는 아스팔트 길 산자락 휘감아 돈 오솔길로 다시 들어서 솔향 그윽한 길을 걷는다. 지난여름이었던가? 서른이 되었을까, 젊은 새댁이 산책 나선 내게 쭈뼛쭈뼛 다가와 말을 걸어왔다. “아저씨, 뭐 좀 물어봐도 될까요?” 아이고 겁부터 덜컥이다. 나도 모르는 어려운 거 물어볼까 봐 순간 긴장했다. ‘예, 말씀하세요.’ 피부가 참 곱다. 우리 큰 딸처럼 뽀얀 피부에 통통한 모습, 얼른 스쳐보아도 친근감이 가는 모습이다. “저, 애기똥풀이 어떤 거예요?” 듣는 순간 절로 내 입가엔 미소가 피어났다. ‘아, 애기똥풀이요 그걸 어디에 쓰시려고 그러세요?’ “예, 아기가 아토피가 있어서요, 애기똥풀이 좋다고 하데요.” 그랬다. 애기똥풀의 뿌리를 달여서 그 물로 아토피로 고생하는 아이의 피부를 씻겨주면 아토피가 낫는다는 민간요법이 생각났다. (중략) 푸른 숲길을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같은 아파트 옆 동에 사는 새댁이란다. 아기가 아직 어린 데 아토피가 심하여 걱정이라며 꼭 나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 모습, 아기에 대한 사랑이 가득하다.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기도처럼 들린다. 잠시 걸어 노랗게 지천으로 피어 있는 애기똥풀을 만났다. ‘저기 노란 꽃 핀 풀들이 전부 애기똥풀입니다.’ ‘뿌리를 캐야 하는데 아무것도 없이 캘 수 있겠어요?’ 잠시 바라본 눈길에 걱정이 가득한 걸 보니 호미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를 -서울내기 다마내기- 인가 싶다. 주변에서 마른 나뭇가지를 꺾어 뿌리를 캘 수 있도록 대충 만들었다. 땅이 푸석푸석하여 나무 막대기로도 쉽게 땅이 파여 금세 두어 뿌리 캐며, 시범을 보여줬더니 백합처럼 얼굴이 환해졌다. ‘예, 아기 아토피 꼭 치료되길 바래요.’ 얼른 나으라, 인사 남기고 돌아서는 길, 비탈길에 구부정하게 자란 소나무에서 청설모 한 마리 엿보고 있었나 보다. 눈이 마주치자 후다닥 도망가는 모습이 앙큼스럽다. 1년이 지난 오늘 아침 산책길에서 그 여인을 만났다. 반가운 마음에‘안녕하세요?’가 아닌‘아이 좀 어때요?’란 말이 불쑥 나왔다. 의아한 듯 바라보는 눈길, 일 년이 지났으니 잊었나 보다 싶었는데, “아! 그 아저씨” 하면서 알은체를 한다. “덕분에 많이 좋아졌어요.”‘아 그래요, 다행입니다.’ 스쳐가는 바람에 향긋한 화장품 냄새가 난다.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1년에 한 번이라도 만나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옛날 시골에 살 때는 누구 집 헛간이 어디쯤이고, 헛간에 무엇이 들어 있고, 정지 어디쯤 뒤주가 있는지 정말 숟가락이 몇 개나 있는지 다 알 정도로 가까이 지냈는데, 도회의 생활이란 것이 얼마나 바쁘고 각박한지 1년에 한 번 만남도 큰 인연처럼 여겨지니, 그래도 잊지 않고 환한 웃음으로 나눈 인사가 정겹다. 아직 애기똥풀은 필 때가 아닌데 괜히 그곳으로 눈길이 간다. 쌓인 낙엽 사이로 파릇한 봄이 기지개를 켠다. 상쾌한 주말 아침, 이런 날은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아무것도 아닌 일 갖고……. <<시인, 수필가 이기은>> ::::::::::::::::::::::::::::::::::::::::::::::::::::::::::::: 습관처럼 창문을 열고 하늘을 바라봅니다. 오늘도 어제처럼 훈기 머금은 바람이 가슴에 철썩 안깁니다. 마당이 훤히 내다보이는 엉성하게 엮은 사립문을 열어놓고 서로 정을 나누며 지냈던 “이웃사촌”이란 말이 무색해져 버리고 현관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찰칵~~잠금장치부터 확인하고 앞집과 옆집에 누가 사는지조차 모르는 요즘에 나에게는 하찮거나 아무 일도 아닌 것이라 여기며 작은 도움을 주고 배려를 했을 때 상대에 따라선 그 일이 평생 잊지 못할 감사의 조건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아침에 다시 한 번 생각해봅니다. 국보 가족님! 오늘은 엘리베이터 안이나 골목길에서 옷깃을 스치는 인연이면서도 모른 체 지냈던 이웃은 없었는지 돌아보며 차 한 잔 나눌 수 있는 가슴 따뜻한 하루를 보냈으면 참 좋겠다 싶습니다. 고운님 모두 건강하시고 장미보다 더 아름다운 하루 되소서 ♣김미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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