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식/세상사는이야기

아까운 거

오늘의 쉼터 2009. 3. 19. 09:32

 



    아까운 거 본의 아니게 전업주부(?)가 된 지 일주 일체다. 낙상으로 골절상을 입은 아내의 역할을 대신하는 중이다. 부엌일이나 청소 같은 허드렛일이 뭐 그리 대단하랴 했지만 할수록 깨닫게 되는 일이 한둘이 아니다.  그중에 평소 아내에게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일이 있었는데 냉장고에 그릇 그릇 남은 반찬이라던가, 이 구석 저 구석 두고 평생 가야 쓸까 말까 한 그릇들, 심지어는 빨래를 헹군 물이나 쌀을 씻은 물을 베란다 이곳저곳에 벌려있을 때면 종종 짜증을 냈다. 그럴 때마다 아내는 다 쓸데가 있으니 내버려 두란다. 요즈음 몇 번 밥을 해보고 나서‘아하 그렇구나.’하고 깨달음이 오는 게 있었다. 밥을 태우기도 하고 죽도 되고 술밥처럼 되기도 하여 그야말로 입맛대로 안 되는 까다로움이 있었다. 그래서 그랬던지 밥을 다하고 나서 밥을 풀 때 조금이라도 흘리게 되면 냉큼 집어먹어 버린다.  떨어진 곳이 어디이든 간에 버리기가 아까운 것이다. 국도 그렇고 반찬도 그렇다. 하다못해 김칫국물이라도……. 밥 짓는 것조차 어려울진대, 한 농부의 손끝에서 심어지고 자라고 유통과정을 거처 식탁에 올라오기까지를 생각하면 이것이 어디 보통 인연인가? 정말 함부로 버릴 일은 아닌 것 같다. 아내가 화분에 주던 물이 쌀 씻은 뜨물이었고 빨래를 헹군 물로 걸레를 빨던 것도 물론 물을 아끼기 위함이었다. 이런 살림살이가 나의 쥐꼬리만 한 박봉으로 대식구를 먹여 살려야 했던 아내의 지혜였음을 생각할 때, 뒤늦게 깨달음을 준 아내의 부상이 어떻게 보면 고맙기도 하다.  <수필가 이진영> ^*^*^*^*^*^*^*^*^*^*^*^*^*^*^*^*^*^*^*^*^*^*^*^*^ 늦은 시간에 마트에 갔습니다. 여기저기 눈길을 두고 무엇을 살까 망설이다 겨우 손에 쥔 건 게란 한 줄과 콩나물 한 봉지였습니다. 식구가 없는 탓도 있지만 이것저것 장만하다 보면 다 먹지 못하고 버릴 때도 잦기 때문에 그날그날 필요한 부식만 사기 때문입니다. 계산대로 다가서는데 덩치 큰 아주머니가 다짜고짜 밀치고 앞에 섭니다. 어이없어하는데 뒤에서 낯선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얼른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목발을 짚고선 아저씨가 미안하다는 말씀을 하시며 아주머니를 불러 세우시는 것을 보고서야 이해가 되었습니다. 다리가 불편한 남편과 함께 마트에 오셨다가 힘이 들어 먼저 계산을 하시려 했나 봅니다. 두 손 꼭 잡고 서 계시는 두 분께 자리를 양보하면서도 부러운 마음은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오늘은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되어 아내는 가장(家長)이라는 이름으로 힘들고 고단해도 쉼이 없이 수고를 아끼지 않는 남편의 어깨를 다독여주고 남편은 부산하게 일을 해도 끝이 없는 집안일에 하루를 보내는 아내를 위해 따순 가슴으로 안아줄 수 있는 아름답고 행복한 하루가 되었으면 참 좋겠다는 바람을 해봅니다. 국보 고운님! 오늘은 사랑을 먹고 사랑을 나눠주는 고운 마음으로 숨 쉬는 순간마다 행복이 퐁퐁 솟아나는 아름다운 하루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비 소식이 있습니다. 감기 조심하십시오. ♥김미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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