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와 역사/신라

♤ 선덕여왕과 여근곡, 옥문곡, 옥문지

오늘의 쉼터 2008. 11. 9. 14:35

 

 

선덕여왕과 여근곡, 옥문곡, 옥문지

 

삼국사기(三國史記)에서 선덕여왕(善德女王, 재위 632-647) 5년 기사(記事)를 보면

선덕여왕(善德女王)의 예지(豫知)로 백제군(百濟軍)의 습격(襲擊)을 물리친 이야기가 나온다.

삼국사기(三國史記) 권제5(卷第五) 신라본기(新羅本紀) 제5(第五) 선덕왕(善德王) 기사(記事)다.


  五年                  선덕여왕(善德女王) 5년(636)

  春正月                   봄 정월(正月)에

  拜伊飡水品爲上大等    이찬(伊飡) 수품(水品)에게 벼슬을 주어 상대등(上大等)을 삼았다.

  三月                       3월에

  王疾                  임금이 병에 걸렸다.

  醫禱無效              의원(醫員)의 치료와 기도(祈禱)가 다 소용없었다.

  於皇龍寺設百高座      황룡사(皇龍寺)에 백고좌(百高座)를 설치(設置)하고

  集僧講仁王經          중(僧)들을 모아 인왕경(仁王經)을 강독했다.

  許度僧一百人          [백성 중에] 중이 되는 것을 100명 가량(度) 허락하였다(許).

  夏五月                    여름 5월에

  蝦蟇大集宮西玉門池    궁궐(宮闕) 서쪽 보지못(玉門池)에 두꺼비(蝦蟇)들이 떼로 모였다.

  王聞之                     임금이 그 사실을 듣고서

  謂左右曰                좌우(左右)를 보며 가로되

  蝦蟇怒目              "두꺼비(蝦蟇)들의 부릅뜬 눈(怒目)은

  兵士之相也            병사(兵士)들의 모습(相)이다.

  吾嘗聞西南邊          내가 일찍이(嘗) 들으니(聞) 서남쪽 변경(邊境)에도

  亦有地名玉門谷者      보지골(玉門谷)이라는 지명(地名)이 있다고 한다.

  其或有隣國兵          혹시(或) 이웃나라 병사(隣國兵)가

  潛入其中乎            그 안으로(其中) 몰래 들어오지는 않는가(潛入乎)?"라고 하셨다.

  乃命將軍閼川弼呑      이에(乃) 장군 알천(閼川)과 필탄(弼呑)에게 명(命)하여

  率兵往搜之            군사를 거느리고 가서 그곳을 수색(搜)하게 하였다.

  果百濟將軍于召        과연(果) 백제(百濟) 장군(將軍) 우소(于召)가

  欲襲獨山城            독산성(獨山城:忠州)을 습격하려고(欲襲)

  率甲士五百人          갑옷 병사(甲士) 5백명을 거느리고

  來伏其處              그곳(其處)에 와서(來) 잠복(伏)해 있었다.

  閼川掩擊盡殺之        알천(閼川)이 기습공격(掩擊)하여 모두(盡) 죽였다.

  慈藏法師              자장법사(慈藏法師)가

  入唐求法              당나라(唐)에 가서 불법(法)을 구하였다.


  [한자 풀이]

  拜 : [배] 절하다, 벼슬주다

  禱 : [도] 빌다, 기도하다

  度 : [도] 법도, 자, 정도, 단위 [탁] 세다, 셈하다, 재다, 헤아리다

  蝦 : [하] 두꺼비

  蟇 : [마] 두꺼비

  閼 : [알] 막다 [연] 흉노왕비 [어] 한가하다

  弼 : [필] 돕다

  呑 : [탄] 삼키다

  搜 : [수] 찾다

  掩 : [엄] 가리다, 숨기다, 엄습하다(허를 찔러 습격하다)


이와 유사(類似)한 이야기가 삼국유사(三國遺事)에도 나온다.

삼국유사(三國遺事) 권제일(卷第一) 기이(紀異) (篇)의 선덕왕지기삼사(善德王知幾三事)대목이다.


  善德王知幾三事       선덕왕(善德王)이 미리 안 세가지 일

  ...                         ...

  二                        두 번째 이야기

  於靈廟寺玉門池            영묘사(靈廟寺) 보지못(玉門池)에서

  冬月衆蛙集鳴三四日        겨울철에 뭇 개구리들(衆蛙)이 모여 3-4일 동안 울었다.

  國人怪之                  나랏사람(國人)들이 괴이하게 여기고

  問於王                        임금에게 물었다.

  王急命角干閼川弼呑等      임금이 급히 각간(角干) 알천(閼川)과 필탄(弼呑) 등에게 명하셨다.

  鍊精兵二千人               정예(精銳) 군사 이천명을 이끌고

  速去西郊                  급히 서쪽 근교(近郊)로 가서

  問女根谷                 보지골(女根谷)이 [어딘지] 물어보라.

  必有賊兵                 반드시(必) 도적나라의 군사(賊兵)들이 있을 것이다.

  掩取殺之                 기습해서(掩) 죽여라(取殺之)."

  二角干旣受命           두 각간(角干)이 이미 명을 받들어

  各率千人問西郊        각각 군사 천 명을 이끌고 서쪽 교외(郊外)에 가서 보지골이 어디 있는지 물었다.

  富山下果有女根谷        과연(果) 부산(富山) 아래에 보지골(女根谷)이 있었다.

  百濟兵五百人              백제(百濟) 군사 오백명이

  來藏於彼                  그곳에 와서 숨어있었다(藏).

  竝取殺之                  [알천, 필탄이] 함께 백제군을 죽였다.

  百濟將軍亐召者            백제(百濟) 장군(將軍) 우소(亐召)라는 자가

  藏於南山嶺石上            남산(南山) 고개바위(嶺石) 위에 매복해 있었다(藏).

  又圍而射之                  또한 그를 포위하여(圍) 화살로 쏴 죽였다.

  又有後兵一千三百人來    증원군(後兵) 1,300 명이 더 오자

  亦擊而殺之                그들 역시 쳐서 죽였다.

  一無孑遺                  살아남은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한자 풀이]

  幾 : [기] 몇, 얼마, 조짐, 기미

  廟 : [묘] 사당

  郊 : [교] 들, 성밖, 근교

  掩 : [엄] 가리다, 기습하다

  亐 : [우] 于의 변형

  孑 : [혈] 외롭다, 창, 나머지

  遺 : [유] 남기다

  孑遺 : 약간의 나머지, 단 하나 남은 것, 나머지


선덕여왕(
善德女王) 시절(時節)의 신라(新羅)를 공격한 백제(百濟) 임금은 무왕
(武王, 재위 600-641)으로 이 일이 일어난 636년은 무왕(武王) 37년에 해당(該當)한다.


삼국사기(三國史記) 권제27(
卷第二十七) 백제본기(百濟本紀) 제5() 무왕(武王) 37년 기사(記事).


  三十七年               무왕(武王) 37년(636)

  ...                    ...

  夏五月                 여름 5월에

  王命將軍于召           임금이 장군 우소(于召)에게 명(命)하셨다.

  帥甲士五百             "갑옷 병사(甲士) 5백명을 거느리고(帥)

  往襲新羅獨山城          신라(新羅) 독산성(獨山城:忠州)을 가서 습격하라!"

  于召至玉門谷            우소(于召)가 보지골(玉門谷)에 이르렀다.

  日暮解鞍休士            날이 저물자 말안장(鞍)을 풀고 병사들을 쉬게 했다.

  新羅將軍閼川將兵        신라(新羅) 장군(將軍) 알천(閼川)의 군대(將兵)가

  掩至鏖擊之              기습적으로(掩) 다가와서(至) 격렬하게 공격하였다(鏖擊之).

  于召登大石上            우소(于召)는 큰 바위 위에 올라가

  彎弓拒戰                활을 당기며 맞서 싸웠다(拒戰).

  矢盡爲所擒              화살이(矢) 떨어지자(盡) 사로 잡혔다(爲所擒).

  六月旱                   6월에 가뭄이 들었다.

  秋八月                  가을 8월에

  燕群臣於望海樓       망해루(望海樓)에서 군신(群臣)들에게 잔치를 베풀었다.


  [한자 풀이]

  帥 : [솔] 거느리다 [수] 장수

  鞍 : [안] 말안장

  鏖 : [오] 격렬한 싸움을 치르다 (to engage in a furious battle)

  彎 : [만] 굽다, 활을 당기다

  燕 : [연] 제비, 잔치, 잔치를 열다


선덕여왕(
善德女王)이 정말로 개구리나 두꺼비의 울음소리를 듣고 백제군(百濟軍)의 습격(襲擊)
 알아차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신라(新羅)와 백제(百濟) 사이에 전투(戰鬪)는 실제로 벌어졌던 것 같다.

어떻게 백제군(百濟軍)의 습격(襲擊)을 알아차렸는지 선덕여왕(善德女王)한테서 직접 들어보자.


삼국유사(三國遺事)에 나오는 선덕여왕(善德女王)의 답변(答辯)
이다.


  蛙有怒形             개구리(蛙)의 성난 모습(怒形)은

  兵士之像             병사(兵士)들의 모습(像)이다.

  玉門者女根也         보지못의 보지(玉門)는 보지골의 보지(女根)다.

  女爲陰也               여자는 음(陰)이니

  其色白白西方也       그 색(色)은 흰색(白)이고 흰색은 서쪽(西方)의 색이다.

  故知兵在西方         그러므로(故) 서쪽에 군사들이 있는 것을 알았다.

  男根入於女根         자지(男根:백제군사들이 남자임을 비유)가 보지(女根) 속에 들어가면

  則必死矣             반드시(必) 죽는다(死).

  以是知其易捉         이런 이유(以是)로 [적들을] 쉽게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於是                    이에

  群臣皆服其聖智       군신(群臣)들이 모두 임금의 성(聖)스러운 지혜(智)에 감복하였다(服).


  [한자 풀이]

  捉 : [착] 잡다, 체포하다


이제 기사(記事)에 나오는 내용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한다.


흰색은 서쪽의 색 - 음양오행(陰陽五行)

흰색서쪽을 가리킨다는 생각은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에 바탕두고 있다.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은 천문현상(天文現象)에 그 기원(起源)을 둔다고 나는 생각한다.

음양(陰陽)은 달과 해를 가리키고 오행(五行)은 다섯 개의 행성(行星)들을 가리킨다.

태양계(太陽系)의 행성(行星)들이 다섯 개가 넘지 않느냐고 말할지 모르나 맨눈으로 볼 수 있는
 
행성(行星)은 수성(水星), 금성(金星), 화성(火星), 목성(木星), 토성(土星) 다섯 행성(行星)들 뿐이다.

천왕성(天王星)과 해왕성(海王星)은 망원경(望遠鏡)으로만 볼 수 있다.


행성(行星) 대신 혹성(惑星)이라는 말을 쓰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혹성(惑星)은 쓰지 말아야 하는

말이다.

혹성(惑星)은 일본(日本)에서 온 말인데, 고대(古代) 일본인(日本人)들 눈에는 다섯 행성(行星)들이
 
마치 하늘에서 길을 잃은 것처럼 그 위치(位置)가 날마다 변하기 때문
"미혹할 혹" 자를 써서
붙인 이름이다.


고대(古代) 한국인(韓國人)이나 중국인(中國人)들 눈에는 다섯 행성(行星)들이 정해진
길을 따라서
움직이는 것이 보였기 때문에 "갈 행" 자를 써서 행성(行星)이라고 이름 붙였다.


천왕성(天王星)은 영어(英語)로 "우라너스(Uranus)"인데 그 어원(語源)이 되는

우라노스(Uranos)는 그리스 신화(神話)에서 티탄(Titan) 족(族)을 낳은 "하늘의 신"이다.

"하늘의 신"을 한자(漢字)로 "천왕(天王)"이라고 써서 우라너스를 "천왕성(天王星)"이라고 이름지었다.


해왕성(海王星)
은 영어(英語)로 "넵튠(Neptune)"인데, 넵튠은(Neptune)은 로마 신화에서

바다의 신으로 그리스 신화에서는 "포세이돈(Poseidon)"에 해당(該當)한다.

그래서 해왕성(海王星)이라고 이름지었다.


다시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로 돌아가자.

오행(五行)은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이다.

가끔 달력(月曆)의 요일(曜日)을 보고 "화수목금토(火水木金土)"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는데
순서(順序)가 틀렸다.

반드시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라고 불러야 한다.


서양(西洋)의 점성술(占星術)처럼 달과 해, 그리고 다섯 행성(行星)들의 위치로 길흉
(吉凶)을
점치던 것이 나중에 천체(天體)와의 연결고리를 끊어버리고 독자적(獨自的)인
사상체계
(思想體系)로 발전한 것이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오행(五行)에는 색깔, 방위(方位), 계절(季節), 상징동물(象徵動物) 등이 각각 있다. 

 

그것을 정리한 것이 아래 그림이다.

[오행(五行) 그림]


그림에서 보듯이 서쪽의 색깔은 흰색이다.

선덕여왕(善德女王)이 "白西方也"라고 한 이유(理由)가 여기에 있다.


당시 다른 나라들의 사정(事情) - 고구리(高句麗)와 당(唐)

636년은 고구리(高句麗) 영류왕(榮留王, 재위 618∼642) 19년에 해당하는데 삼국사기
(三國史記)
에는 영류왕 19년에 아무런 기사(記事)가 없다.

영류왕(榮留王)은 연개소문(淵蓋蘇文)을 제거하려다 오히려 연개소문(淵蓋蘇文)에게 시해(弑害)된다.

그때가 영류왕(榮留王) 25년(642)으로 여근곡(女根谷) 전투(戰鬪) 후 6년에 일어난다. 


당시 중국(中國)은 당(唐)의 두 번째 황제(皇帝)이세민(李世民)이 다스리고 있었다.

636년은 정관(貞觀) 10년에 해당한다.

구당서(舊唐書)를 보면 정관(貞觀) 10년에 방현령(房玄齡)과 위징(魏徵)이 전조(前朝)의

사서(史書)를 바쳤다고 나와 있다.


  十年春正月壬子       정관 10년(636) 정월 임자(壬子) 일에

  尙書左僕射房玄齡     상서좌복야(尙書左僕射) 방현령(房玄齡)과

  侍中魏徵             시중(侍中) 위징(魏徵)이

  上梁陳齊周隋五代史  양(梁),진(陳),제(齊:北齊),주(周:北周),수(隋) 오대(五代)의 사서(史)를 바쳤다.

  詔藏於秘閣           왕명(詔)으로 비각(秘閣)에 보관하였다(藏).


  [한자 풀이]

  僕 : [복] 종, 시종

  射 : [야] 벼슬이름, 산이름  [사] 쏘다  [석] 맞히다  [역] 싫어하다

  齡 : [령] 나이

  徵 : [징] 부르다, 거두다, 구하다

  詔 : [조] 조서, 왕호, 가르치다


당태종(唐太宗) 이세민(李世民)은 599년 1월 23에 태어나서 649년 7월 10일에 죽었다.

아버지 이연(李淵)을 도와 당(唐)나라를 세우는데 큰 공(功)이 있었다.

626년에 궁궐(宮闕) 북쪽문인 현무문(玄武門)에 매복(埋伏)하여, 입궐(入闕)하던

태자(太子) 이건성(李建成)과 동생 이원길(李元吉)을 죽인 후

당고조(唐高祖) 이연(李淵)을 핍박(逼迫)하여 황제(皇帝) 자리를 물려받았다.

이때 나이가 스물 여덟이었다.

이듬해인 627년에 연호를 정관(貞觀)으로 고쳤다. 

우리나라는 즉위(卽位)한 해를 원년(元年)으로 삼지만 중국은

그 이듬해를 즉위(卽位) 원년(元年)으로 삼는다.


주변국들과 전쟁을 벌여 동돌궐(東突厥), 서돌궐(西突厥), 토곡혼(吐谷渾)

제압(制壓)했고, 640년에 고창국(高昌國)마저 정복(征服)하여 주변국(周邊國)들을 정리하자

보장왕(寶藏王) 3년 - 정관(貞觀) 18년(644)에 고구리(高句麗)를 침공(侵攻)한다.


여근곡(女根谷) 전투가 벌어진 때로부터 8년 후
에 고구리(高句麗)-당(唐) 전쟁(戰爭)이 시작된다.


옥문곡(玉門谷), 여근곡(女根谷)의 위치(位置)

신라군(新羅軍)과 백제군(百濟軍)의 싸움이 벌어진 여근곡(女根谷)은

경주(慶州) 건천(乾川)에 있는 여근곡(女根谷)이라고 한다

[경주 건천(乾川)의 여근곡(女根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