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손자병법

4篇 (11) 싸움에는 자와 저울이 필요하다.

오늘의 쉼터 2017. 12. 27. 18:52

손자병법(孫子兵法) 4篇 <군형편(軍形篇)>
‘군형’이란 군의 배치형태를 뜻한다.

군의 힘을 최대로 발휘하는 것은 세력이다.

그리고 이 세력은 군의 배치 형태에 따라서  강하거나 약하게 된다. 

군의 행동은 개개인의 행동의 집합이 아니라 군이라는 한집단의 일부분으로서

개개인의 행동이 존재한다.







(11) 싸움에는 자와 저울이 필요하다.


故勝兵(고승병) 若以鎰稱銖(약이일칭수)
그러므로 승병은 일(鎰)로써 수(銖)를 비교함과 같고,
敗兵(패병) 若以銖稱鎰(약이수칭일)
패병은 수로써 일을 비교함과 같다.
勝者之戰(승자지전)
승자의 싸움은,
若決積水於千仞之谿者形也(약결적수어천인지계자형야)
적수(積水)가 천길 골짜기로 쏟아져 내리는 것과 같은 형세이다.


승리를 약속받은 군 조직과 패전을 약속받은 군 조직 사이는

100원과 1만원의 차이라고나 할까,

극히 큰차이가 있으므로 싸움이 시작되면 댐의 물을터서 깊은 골짜기로 떨어뜨리듯

숨쉴 사이도 없이 공략해 버리는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승전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참된 뜻에서의 균형이며 태세이다.
별로 해설할 필요가 없는 결론이다.

어른이 아이를 상대하는 정도의 실력차는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화] 싸움에는 자와 저울이 필요하다
勝兵(승병) 若以鎰稱銖(약이일칭수)
승병은 일(鎰)로써 수(銖)를 비교함과 같고,
敗兵(패병) 若以銖稱鎰(약이수칭일)
패병은 수로써 일을 비교함과 같다.


수나 일은 황금의 무게단위이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수수 100알의 무게가 수(銖)이고, 수의 480배의 무게가 일(鎰)이다.

승리하는 군대와 패하는 군대는 저울에 달아보면 당연히 무게가 무거운 쪽이 이긴다는 뜻이다.

이 말은 즉 병법에도 자나 저울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테면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전장의 넓이나 거리를 재고 그곳에 투입할 물량을 계산하며,

동원해야 할 병사의 수를 정하고, 다시 적과 아군의 능력을 비교하여 승패의 결말을 계산하는

숫자의 필요성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진(秦)나라 왕 정(政:후의 시황제)이 형(荊)나라와 싸우고 있을때의 일이다.


그는 형나라를 공략할 생각을 하고, 장군 이신(李信)에게 어느정도의 군사가 있으면 족한가를

물었다.

이신은 수천명의 군사로  연나라 태자  단(丹)을 추적하여 연수(衍水)에서 단을 사로잡은

용맹한 장수였다.

 이신은 대답하였다.
"아마 20만 명은 필요합니다"
진의 왕은 다시 왕전(王翦)이란 장군에게 물었다.

"60만 명은 필요합니다"
왕전은 전에 조(趙)나라 왕을 항복시키고 조나라를 평정한 다음 다시 연나라를 공격하여

수도인 계(薊)를 평정한 노련한 장군이었다.


진의 왕은 두 사람의  대답을 듣고, 

‘왕 장군은 늙었군. 겁이 많아. 그러나 이 장군은 용맹스러워’ 라고 생각 하였다.

그래서 진의 왕은 이신(李信)과 몽염(蒙恬)에게 20만 명의 군사를 주었다.

처음에 두 사람은 형군(荊軍)을 크게 격파 하였다.

그러나 두 사람의 군대가 서쪽으로 진군하여 성부(城父)에 이르렀을 때는

형나라 군의 3일 동안 계속된 공격으로 대패하고 말았다.

그리하여 다시 왕전이 출격하게 되었다.

60만명의 군대가 온다는 말을 듣고 형나라는 온 나라의 군사를 동원하여

진을 막아 내려고 하였다.

왕전은 도착하여 진을 친 후 지키기만 할뿐 싸우려고 하지 않았으므로,

병사들은 마음껏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어느 날 왕전은 부하들의 진중으로 사람을 보내어 병사들이 무슨놀이를 하고 있는 가를

알아 보게 하였다. 

"돌팔매질도 하고, 뜀뛰기도 하고, 씨름도 하면서 놀고 있습니다"하니,

왕전은 "좋다!"하고 큰 소리로 외쳤다.

그는 병사들의 심신이 모두 건전한 것을 확인한 것이다.

한편 아무리 도전을 해도 싸우려고 하지 않는 진나라 군을 보고 형나라 군대는 퇴각하기 시작했다.

이때 왕전은 비로소 출격을 명하였다.
그렇게 하여 1년 후, 형나라는 진나라에 평정되었다.


이부분은 군형편의 총괄이다.

형(形)이란 말은 즉 태세라는 뜻이나 여기서는 눈에 보이는 형만을 말한것은 아니다.

"지키기를 잘하는 자는 구지(九地) 밑에 숨고, 공격을 잘 하는 자는 구천(九天) 위에서 움직인다"

라는 말과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형도 포함한다.

이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형에 비중이 걸려 있다.

무형의 형이란 고정된 정적인 형이 아니라 무한한 변화를 안에 숨기고 있는 동적인

형이기 때문이다.

손자가 제 6장  허실편에서 말하기를, 

"병사를 형(形)하는 극치는 무형에 이른다"하고,

"무릇 병의 형은 물과 같다"라고 말한 것은 이를 뜻하는 것이다.


예를들면 바둑의 정석(定石)과도 같다.

정석이란 무수한 실전 속에서 생겨나는 것으로서 앞으로도 무수하게 생겨날 가능성이 있다. 

 정석도 역시 각각 일정한 형을 가지면서 동시에 다음 한 수에 대하여 무한한 변화를

내포하고 있다.

초심자가 갓 배운 정석을 써서 참패하는것은 눈에 보이는 형에만 골몰하고,

그 형이 안에 숨기고 있는 비약의 묘를 모르기 때문이다.

그로써 담담하게 놓인 바둑알이 어느 틈엔가 거대한 벽이 되기도 하고, 

항거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일거에 덮쳐 들기도 한다.

공격을 당하는 측에서 보면 눈깜짝할 사이의 일로서 정신이 들었을 때는 이미 지고 있는 것이다.


싸움에 이기는 자의 용병은 말하자면

가득 괸 물을 터서 천인의 골짜기로 떨어 뜨리는 것과 같다.

이것이야말로 용맹의 형이다.

둑으로 막힌물은 움직이지 않는다.


정(靜)의 상태이다.

결전을 앞두고 숨을 죽이고 있는 군대가 이것이다.

그 군대가 맹렬한 파괴력을 내포 하면서 짐짓 유연히 휴양을 취하고 있다. 

지휘관은 휘하의 군대를 그러한 상태로까지 이끌고 가는 것이다.

그 후에는 적의 허를 찔러서 돌격명령을 내리면 된다.

이 군대가 정(靜)에서 동(動)으로 움직이는 순간 굉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와 같은 움직임의 전기(轉機)를 내포하고 있는 정(靜), 이 정의 상태를 형(形)이라고 한다. 

따라서 ‘형(=靜) 뒤에 오는 것은 동(=勢)’이기 때문에 손자는 다음의 제5장 병세편에서

실전의 용병법에 대해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