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서유기2

제9장 야마 행성 7 - 도망쳐나온 오공은 작전을 다시 짜고

오늘의 쉼터 2016. 6. 26. 15:44

제9장 야마 행성 7


- 도망쳐나온 오공은 작전을 다시 짜고




나는 도망쳤다.

오정이 없었다면 앞을 못 보는 나는 업금강의 작살에 죽었을 지도 모른다.

우리는 졸개 흡혈귀들을 무찌른 지하 광장으로, 다시 천정이 낮은 협로로 달아났고

업금강은 온 몸의 불꽃을 거두며 동굴로 돌아가고 말았다.

 

나는 최초의 계단을 지나 햇볕 쏟아지는 바깥으로 기어 나왔다.

온 몸의 털이란 털들은 핏물이 엉겨 말라붙었고 전신에 십여 군데의 상처를 입고 있었다.

눈의 통증은 점점 더 심해졌다.

온 몸의 물이 눈으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을 만큼 눈물이 쏟아졌다.

 

“큰형, 지프로 돌아가자.”

 

“스승님은 어떡하고.”

 

“나중에 다시 오자. 우선 그 눈부터 고쳐야 무얼 하지.”

 

구름을 타고 지프가 있는 곳으로 돌아온 나는 기진맥진하여 차의 뒷좌석에 쓰러졌다.

온 몸의 상처가 불로 타는 듯 욱신거려서 숨쉬기조차 귀찮았다.

나는 죽은 듯이 잠이 들었다. 얼마 후 오정이 나를 깨웠다.

 

“큰형, 이걸 넣어보자.

꽃으로 만든 생약 성분의 안약이야.

삼매신풍을 맞아 병든 눈을 고치는 삼화구자고(三花九子膏)래.”

 

몸이 후들후들 떨리며 열이 나는 가운데 눈 앞을 빨간 섬광 같은 것이 가로막고 있었다.

눈동자와 눈자위가 참을 수 없이 아팠다.

 

“신통방통한 녀석 …… 안약을 어떻게 구했어?”

 

“우주 정보통신망 하이퍼넷의 검색엔진에 <삼매신풍>이라고 처넣었지.

다행히 안약 제조 프로그램을 파는 사이트가 있더라고.

형의 은행 계좌로 온라인 결재하고 샀어.

이건 다운 받은 안약 파일을 유전자 복제기로 출력한 거야.”

 

오정은 나의 눈꺼풀을 벌리고 약을 넣었다.

그리고는 내가 편히 쉴 수 있도록 베개를 만들어주고 담요를 덮어주었다.

나는 다시 잠이 들었다가 깨어났다.

눈을 비비고 떠 보니 과연 좋은 약이었다.

S자를 그리며 움직이는 야마 행성의 태양이 지평선 위로 떨어지면서

아름다운 석양의 풍경을 펼치고 있었다.

통증이 씻은 듯이 가시고 오히려 여느 때보다 더 잘 보이는 듯 했다.

나는 손뼉을 치며 환호작약했고 오정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눈이 나아서 다행이야.

그런데 그 고약한 흡혈귀 소굴에서 스승님이 무사하신 지 걱정되는데.”

 

“다시 가자. 이 흡혈귀 자식들, 왕사지옥(枉死地獄)까지도 쫓아가서 요절을 낼 거야.”

 

“큰형, 너무 큰소리 치지 마. 솔직히 우리 힘으로 놈을 제압하기는 힘들어.

큰형은 변신술을 잘 하니까 모기 같은 날벌레로 변신해서 동굴로 잠입해 줘.

사정을 염탐하고 있다가 스승님이 위태로우면 막아달라고.”

 

“너는?”

 

“나는 가까운 이웃 별의 사원으로 가서 확실한 무기를 가져올께.

조금 전에 화상통신으로 관세음보살님께 호소했어.

정보통신망의 자료를 읽어 보니 불법승(佛法僧) 삼보의 기운이 갈무리된 구슬로

상대의 도력을 뚫고 들어가서 모든 바람을 제압하는 강력한 타격무기가 있어.

삼보정풍주(三寶定風珠)라더군. 만추스리, 문수보살(文殊菩薩)이 가지고 있는데

관세음보살께서 빌려서 보내주신대.”

 

오정은 구름을 타고 삼보정풍주가 배달될 이웃 행성으로 달려갔다.

나는 혈전을 벌인 지하 동굴의 입구로 날아갔다.

내가 박살내버린 원형의 신전은 흡혈귀도 사람도 없이 괴괴한 침묵만이 감돌고 있었다.

 

“아카샤!”

 

나는 주문을 외우고 몸을 번뜩여서 한 마리 모기로 둔갑했다.

약 5센티 정도, 모기치고는 몸집이 좀 컸지만 조심하면 이목을 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동굴 속으로 날아들었다. 정말 한 점의 빛도 없는 칠흑 같은 어둠이 밀려왔다.

횃불도 없이 먼저 번의 기억을 더듬어 앞으로 나아가자 수도 없이 바위 벽에 부딪혔다.

 

지하 광장으로 들어가자 차츰 어둠에 눈이 익었다.

주위를 살펴보니 바위 벽 곳곳에 움푹 들어간 동혈(洞穴)이 있고

그런 구멍마다 하나씩 흡혈귀 연화금강들이 자고 있었다.

지하 광장 전체가 자연이 만들어놓은 거대한 납골당이었다.

지하 광장 한쪽에 주황색 불꽃이 보였다.

업금강이 몇 명의 졸개들과 함께 있었다.

 

나는 그 자리를 피해 뒤편으로 날아갔다.

지하광장을 지나 한참을 나가자 엄중하게 단속해놓은 나무문 하나가 있었다.

 

작아진 몸을 더욱 움츠려 문의 틈바구니로 빠져나가니 널따란 빈터가 나왔다.

퀴퀴한 악취와 습기가 코를 찌르는 그곳에는 수백 개의 기둥이 있고

기둥마다 푸줏간의 고기덩어리처럼 탈진한 사람들이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매달려 있었다.

나는 안쪽 기둥에서 두 팔을 치켜든 자세로 강철 사슬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스승과 팔계를 발견했다.

나는 나래를 접고 스승의 머리 위에 내려 앉았다.

 

“스승님!”

 

삼장법사는 담박에 나의 목소리를 알아챘다.

 

“오공아! 무척 기다리고 있었다. 너는 어디 있느냐?”

 

“머리 위입니다. 조금만 참으세요.

오정이 놈들을 때려잡을 무기를 구하러 갔습니다.

자! 일단 사슬을 풀어 드릴께요.”

 

그런데 이 때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려왔다.

나무문이 벌컥 열리더니 큰 덩치의 흡혈귀 다섯이 나타났다.

놈들은 곧바로 스승이 매달린 기둥으로 걸어왔다.

 

“털복숭이 요괴 놈 때문에 동족이 쉰 명도 넘게 당했어.

대장님의 명령이야. 이 놈들을 죽여서 한풀이를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