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신행마동

第 二十四 章 潛入 騰天魔勢!

오늘의 쉼터 2016. 6. 2. 12:15

第 二十四 章 潛入 騰天魔勢!

 

{호호호! 그래서 취풍녀가 지금 널 하늘에서 내려온 줄 알고있다는 거야?}
{그럼, 보기보단 영 멍청하더라구.

믿는 듯 하기에 풍을 더 쳤더니 영락없이 넘어가더라!}
주소아가 소일초의 몸위에 엎드려 있다.
{그러면 취풍녀를 좀더 이용해야겠어.

네가 취풍녀를 구워삼아서 그들의 본거지로 가자고 해.}
{싫다. 이제 동선장으로 돌아가자. 응! 시키는 데로 다 해줬잖아.

등마제에도 참가했고 위에도 올려줬잖아.}
주소아가 눈을 흘겼다.
{모든 수고를 물거품으로 만들고 싶어?

어쩌면 이들의 우두머리가 삼수(三秀)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안들어?}
{삼수면 어때, 그들이 평생 신분을 감추고 산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으면 그때 쳐부수면 되지.}
{아이구 이 태평, 고모부하고 고모는 생각지도 않지?}
소일초는 여전히 별 걱정 하는 눈치가 아니다.
{아무도 우리 백인장을 넘보진 못해, 다들 스스로 어딘가에 숨었을 거야.}
{...}
{아버지가 병상에 계셨다 해도 원로들이 있는 한 백인장은 난공불락이야.}

주소아는 답답했다.
소일초가 고집을 부리고 취풍녀에게 접근하지 않겠다면

이 집단의 깊은 비밀을 알아내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소일초의 귀에 대고 무언가를 속삭였다.
순간 소일초의 눈이 갑자기 크게 뜨이고 입이 쩌억 벌어졌다.
{정말이야?}
주소아는 얼굴을 붉히고 고개만 끄덕인다.
{두 말없기다.}
{그래! 약속은 지킬 테니까 내가 시키는 대로나 해.}
{알았어. 뭐든지 시키기만 해. 대교주이건 소교주이건 몽땅 잡아 바치라해도 할께.}

× × ×

달빛이 은가루처럼 떨어져 내리는 밤이었다.
이 어둠 속에서 인류의 역사가 그렇듯이 밤의 거래는 이루어 지고 있었다.

사내와 여인 사이에...
이곳은 침실이었다.
은은히 타오르는 황촉불을 뒤로 하고 침상에 걸터앉아 마주보는 두 사람이 있다.
{정말 부인을 만나고 오셨어요?}
{나는 거짓말 하지 않아.}
소일초는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물론 그의 내심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지만...!
(할필요가 없을 때는 절대...)

{당신 정말 하늘에서 내려왔어요?}
취풍녀가 몽롱한 표정으로 물었다.
{다 잊어 버렸어. 하지만 이십년 쯤 전에는 분명히 하늘에 있었어.}
소일초의 진짜같은 거짓말이 또 시작된다.

하기사 이십년 전에는 세상에 나오지도 않았으니 말은 된다.
{당신 나이는 그럼 얼마예요?}
{내가 형씨라고 불렀던 사람이 지금은 백 수십살이야.}
취풍녀는 더욱 더 자극적으로 소일초의 몸에 자신의 몸을 밀착시킨다.
소일초는 가만히 묵인하고 있다.
이윽고 취풍녀는 자신의 옷을 다 벗고 면사만을 쓴 채 소일초의 옷을 벗겼다.
그리고 그녀가 소일초의 몸을 스다듬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소일초의 손이 취풍녀의 손을 거부했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나는 너를 사랑까지는 몰라도

상당한 호감을 가지고 대하고 있었다. 헌데...}
{?}
{지금...나는 너에게 아주 싫증이 나는 중이다.}
{당신 무슨 그렇게 섭섭한 말을...!

제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은 것이 있나요?}
취풍녀가 소일초의 손을 끌면서 말했다.
{말은 잘들어. 하지만 너무 많이 숨기고 있어!

이러다가 어느날 아침 또 불쑥 날 죽이겠다고 찾아오는 놈들이 있고

너는 옆에서 구경만 하게 될 거야.}
{이제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거예요. 맹세할께요.}
그녀는 면사속의 커다란 눈망울로 간절히 소일초를 보았다.

{그런게 두려운 것은 아니지만 무척 기분 나쁘거든.}
소일초는 다시 그의 손을 취풍녀에게서 빼오면서 말했다.
{지난 오일 동안 넌 오직 나의 몸을 가지고 놀았을 뿐...

나에 대해서도 그다지 알려고 하지 않았고

너에 대해서도 거의 모든 것을 철저하게 숨기고 있었어!

오늘아침에 와서는 그런 수모를 주었지!}
소일초의 말에 취풍녀은 할 말을 잃은 듯 침묵을 지킨다.
그러다 그녀는 슬그머니 자신의 몸을 일으켜 침상에 비스듬히 누워버린 소일초를 보았다.
그런 그녀의 눈빛은 간절하게 소일초에게 뭔가 호소하는 듯 했다.
소일초는 그녀의 눈빛을 보며 생각했다.
(어째서 이 여자는 상당히 남자를 밝히면서도 순진해 빠진 것 같을까? 연극같지도 않은데...)
대체 이 여인의 정신구조를 파악해 낼 수 없었다.
(소아에게 물어보면 대충 알겠지!)
문득 취풍녀은 자신의 면사를 슬며시 걷어올린다.
그리고, 그녀는 독백하듯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좋아요! 당신이 원한다면 저의 모든 것을 보여 주겠어요!}
소일초는 그녀가 이런 행동을 돌연하게 보일 줄은 몰랐다.
그러면서도 주소아의 쪽집게 같은 예측에 감탄하고 있었다.

취풍녀는 자기 앞에서 한번도 벗지 않았던 그 면사를 벗어 던지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이제 완벽한 알몸이 된 것이다.
취풍녀의 나이는 이십 육칠 세 정도,

보면 볼수록 얼굴에 어떤 요사스런 기운이 어려 있는 듯

사람을 잡아끌어당기며 점점 아름답게 보였다.
이런 여인이야 말로 한 번 관계하게 되면 남자가 평생 버릴 수 없는 그런 여인인 것이다.
처음 보았을 때보다 두 번째가,

두 번째 보다는 세 번째가 더욱 아름답게 보이는 취풍녀...
그녀가 말했다.
{모든 것을 바치겠어요. 영혼까지 다가지셔요.}
소일초는 찔끔하면서 힐끗 눈을 들어 천정을 보았다.
{그대신 당신도 저에게 완전한 사랑을 주세요.}
완전한 사랑!

그러자면 정신과 육체가 함께하는 남녀간의 사랑을 하자는 말이 아닌가?
무슨 뜻인지 알아챈 소일초가 잘라 말했다.
{그건 안돼, 깊이 관계를 맺어 버리면 다시는 하늘로 돌아갈 수 없어.}
그가 말하는 하늘이 어떤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주소아를 말하는 것인지 아닌지는 자기도 모를 것이다.

거짓말이니까.
{믿기는 어렵지만, 정말 그렇다면 그것까지 바라진 않겠어요.

대신 다른 때와 같이만 해줘요.}

소일초는 취풍녀의 몸위에서 자신의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자꾸만 뒤통수가 건질 거리는 것을 느끼며...
취풍녀의 몸 구석구석을 색귀에게 배웠던 이론과

주소아와의 무수한 장난(?)을 통해 익힌 실재 기술로서 비벼대고 있는 것이다.

취풍녀는 황홀한 열락 속에서 무엇인가를 쉴 새없이 내뱉고 있다.
{아아! 저는...등천삼교주(騰天三敎主) 중 세번 째로... 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새삼 다시 말하고 있는 취풍녀...

그녀의 무색깔 요기스린 얼굴은 그때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얼굴을 가린 채 할 때와는 또 다른 걸...)
소일초는 시간이 흐를 수록 여러가지 방법으로 절묘하게 그녀를 다루고 있었으며,

취풍녀는 신음을 섞어가며 무엇인가를 열심히 중얼거렸다.
{헉헉... 제 역할은 등마제를 통하여...아아!

무림의 고수들을 끌어들이는 것... 우리는... 등천마세의 세 주인...}
그녀를 절정에 달한 손놀림과 몸놀림으로 다루고 있던 소일초의 눈에 반짝 기광이 일었다.
등천삼교주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이미 등천마세와 관련이 있을 줄은 알았다.

그러나 그녀가 바로 그 세력의 삼인자라니 놀라운 사실이었다.

-등천마세!

이 조직은 정천보과 함께 현세의 무림을 양분한 거대 세력이 아닌가?
취풍녀의 나신은 활처럼 휘어지며 신음과 같은 중얼거림을 계속 흘려내고 있었다.
{헉헉...등천마세의 실질적인 주인은 바로 대교주이고...

그는 무림을 제패하려는 원대한 야망을 지니고 무림에...헉헉...}
소일초는 그녀가 하는 말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고 의무적으로 몸을 움직이며

따가운 뒤통수를 의식하고 있었다.

취풍녀의 말을 귀담아 들을 사람들은 여럿 일 것이기 때문이다.

취풍녀는 이런 순간에도 심신이 흐트러지지 않고 자신의 할 말만은 다 하고 있었다.
그녀의 말은 계속되고 있었다.
{대교주...! 하악! 바로 나의 첫남자이며, 대사형... 아흑... 천하에서 가장 무서운 인물...}
취풍녀는 등천마세에 관한 그녀가 아는 모든 사실을 지금 이야기 한다.

-등천대교주(騰天大敎主)!

그는 또한 이 땅에서 가장 완벽하며 무서운 지혜를 지닌 인물이다.

그러므로 당금의 고수들 어느 누구도 그를 상대할 수가 없다.
그리고 이교주(二敎主) 역시 무서운 야망을 지닌 인물이다.
그러나, 대교주와 이교주 그들은 제각기 야망을 지니고 있기에

등천마세의 힘은 분산되어 정천보를 누르지 못하고 있다.
취풍녀는 대교주인 오공천(吳恭天)에게 일찌기 무공을 익히다

몸을 빼앗긴 후 그의 수족이 되어 움직여 왔다.
오공천은 그녀의 몸을 필요할 때 마다 요구했으나 그녀를 아내로 맞을 생각은 없었다.
그녀의 얼굴에 서린 천생적인 요기로 인해

그녀는 향상 두 사형과 심지어 아홉명이나 되는 사부(師父)들의 뜨거운 시선을 받았으며,
오공천에게 몸을 빼앗긴 후에는 이사형인 마금석(馬金錫) 역시

몸을 요구해 왔었고 사부들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그녀보다 무공이 고강했기 때문에 반항해도 소용이 없었다.
한번 무너진 그녀는 그들이 요구할 때마다 몸을 제공하는 여인이 되어버렸으며,

때때로 무림에 나와서 자신이 남자를 요구할 때도 있게 변해버렸다.

꿈은 사라지고 사내들에게 짓밟히고 자신의 더럽힌 육체만 남았다.
등천마세는 등천마교(騰天魔敎)의 후신이다.
기적적으로 혈기대종사의 겁을 피한 인물들이 남몰래

등천마교의 옛터에서 흩어진 비급들을 발굴하여 새로이 만들어진 단체이다.
그러나, 그들은 전대의 인물들에 비하여 월등히 뛰어난 인재들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짧은 시간에 다시 엄청난 위세로 부활할 수 있었다.
그들은 지금 자기들의 가장 큰 원수로 삼수(三秀)를 꼽고 있다.
삼수, 즉 혈기자의 세제자가 등천마교의 무공,

그러니까 등천마황 조천수가 마교에서 가지고 나왔던 마교칠십이절기(魔敎七十二絶技)중

상당수를 장강변에 있던 등천마교 본단에서 찾아내어 차지해 버렸던 것이다.
게다가 그들은 이만여의 등천마교도들을 죽인 혈기대살겁(血旗大殺劫)의 주역들이 아닌가?
그러한 사실은 소일초와 주소아의 예측을 완전히 빗나간 것이었다.
그들은 등천마세가 삼수(三秀)가 만든 세력일 것이라고 내심 짐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등천마세를 건설한 주역들은 제이대(第二代) 등천구마존(騰天九魔尊)들이었다.
그들은 등천마황 조천수등 제일대(第一代) 등천구마존의 뒤를 잇기위해

절지에 보내져 무공을 익히던 중이었기에 운좋게 살아남았던 것이다.
그리고 등천마세의 세 교주는 그들 제이대 등천구마존에 의해 길러진 제자들이도...!
세상 사람들이 전혀 모르는 이러한 사실을 듣고 가장 좋아할 사람은 따로 있었다.
그들은 바로 소일초도 주소아도 아닌 한천이기인 원천기와 한천녀였다.

그들은 자신들이 기획했다고도 할 수 있는 등천마교의 후신을 찾았으니

아마도 다시 손에 넣고 그들의 천지파멸인가 뭔가에 사용하려 할 것이다.
소일초는 취풍녀의 입에서 끊임없이 말이 흘러나오도록 하면서 연방 천정으로 신경을 모았었다.

조그마한 잘못이라도 꼬투리잡을 지 모르는 감시자를 의식하며...
그러나 이제는 아마도 잘 했으니 상을 받게 될 것이다.

× × ×

{다시는 너에게 그런 일을 시키지 않겠어.}
주소아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
지금 그녀는 막 취풍녀에게서 돌아온 소일초를 씻기고 있는 중이었다.
{아까는 눈물이 다 나왔어, 내가 시키고도 얼마나 후회했는데...}
그녀는 소일초의 몸을 한곳도 빠뜨리지 않고 씻고 또 씻었다.

얼마후 그들은 나란히 침상에 누워 꼭 껴안은 채 도란도란 속삭이고 있었다.
{이제부턴 절대로 떨어지지 말자.}
{그래 우리도 살아선 연리지가 되고 죽어선 비익조가 되자.}
주소아가 백낙천(白樂天)의 장한가(長恨歌)의 한 구절로 답한다.
몇 년을 함께하며 서로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들인지 깊이 깨닫고 있는 그들...

그들은 사랑은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아침이 되었다.
소일초와 취풍녀는 화려한 마차를 타고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마차 안에는 소일초가 품에 다섯 여섯 살 정도로 보이는 여아(女兒)를 안고 있었다.

귀엽고 앙증맞으며 깨물어 터뜨리고 싶을 정도의 여아였다.
취풍녀는 소일초가 아침에 어디서 데려왔는지

어린 계집애를 데리고 와서 함께 가야한다고 할때 어리둥절했었다.
영문을 물어보고 누구냐고 물어봐도 얼버무려 버리고

무조건 자기가 데리고 있어야 할 아이라고 했다.
심지어는 그 여아가 옆에 없으면 자기는 죽고 말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
취풍녀도 예쁜 아이가 싫지 않아서 그들은 지금 함께 가고 있었다.
한데 곳 취풍녀는 행동의 제약을 그 여아로 인해 받아야만 했다.
도무지 소일초의 옆에 다가가지도 못하게 여아가 방해하는 것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사라져 가는 마차를 주시하고 있는 두 사람,

안개 속에서 우뚝 서 있는 그들은 바로 한천이기(恨天二奇)였다.
한천이기!
그들은 언제나 이렇듯 소일초의 그림자처럼 그의 주위에 머물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천지파멸의 뜻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이 땅에 펼쳐지는것이다.}
원천기의 말이었다.
그러자, 한천녀가 무감정하게 그의 말을 받았다.

{이제 그들은 진정한 마교지존이 될 것이다.

우리가 등천마세를 거둠으로 인해서

그는 진정한 우리 칠십이기재들의 수족이 되는 것이다.

군림보다는 복종하는 마교지존이...!}

* * *

<등천마세(騰天魔勢)>

무림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천하의 이대세력의 하나이다
그러나 그 거대한 명성과 세력에도 불구하고

그 본거지가 알려지지 않은 구름 속의 신룡과도 같은 단체다.
헌데 그 등천마세는 뜻밖에도 절강성 서천목산(西天目山)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등천마세!
무림에 나타난 지 일년 만에 사마(邪魔) 무림을 통일하고

천하를 양분한 초유의 잠재력을 지닌 그들!
지난 이년을 피로써 보낸 공포의 단체,

그런 등천마세는 오늘 별난 손님을 맞고 있었다.

무적검이라는 이름을 지닌 덥수룩한 청년을.
그는 등천마세의 삼교주(三敎主)인

취풍녀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있는 인물로 그의 정인이라 한다.
그리고 그는 대교주의 친위처형대(親衛處刑隊)인 은검삼형제의 팔을 자른 인물로

등천마세에 새로운 강자의 한 사람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자신에게 처형을 명한 대교주에게 정면으로 도전하고 나섰다고 했다.
이는 등천마세를 경악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무림은 강자들의 땅,

특히 사마무림은 더욱 그러한 것...

등천마세 역시 강한 자가 쥐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등천마세의 많은 인물들이 오늘 찾아온 무적검이란 청년에게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 × ×

소일초는 아주 천천히 청석으로 이루어진 길을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그의 왼팔에는 귀여운 여아가 안겨져 있다.
이곳은 등천마세의 핵심부로 이르는 길로서

그는 이미 취풍녀가 내준 한 채의 전각을 향해 가는 길이었다.
전각에 이르기 까지 마주치는 많은 사람들은

낯선 그에게 살기를 드러내기도 하고 강한 호기심을 보이기도 한다.
오늘 무적검이란 청년고수가 어린 여자아이를 안고

등천마세로 들어왔다는 것은 모르는 사람이 없다.
무수한 전각들, 그리고 사람들, 등천마세는 과연 사마무림의 종주였다.
소일초가 데리고 있는 여아는 물론 역근천골공으로 몸을 줄여버린 주소아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전각에 들어가 탁자에 앉았다.
주소아가 맞은 편의 의자 앞으로 다가서더니 몸이 스르르 커졌다.
{엇, 옷 터져!}
소일초의 놀람에도 그녀는 생글거리며 그대로 역근천골공을 풀어버렸다.
그러나 소일초의 염려와는 달리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다.

그녀의 몸에 걸치고 있던 작은 여아의 옷은 두겹으로 되어있었던 것이다.

몸이 커져버린 지금 두겹의 옷은 한겹의 크고 넓은 옷으로 변해 역시 그녀에게 꼭 맞았다.
소일초가 감탄을 발했다.
{감쪽같다. 아무도 조금전의 꼬마로 볼 수 없겠어.}

{이래야 아무데서고 몸을 바꿀 수 있지 않겠어?

그때 금릉에서 네가 잘 때 잠 한 숨 안자고 내 옷을 줄이고 겹쳐서 만들었던 거야.}
주소아가 말했다.
{그들도 어딘가에 들어와 있겠지?}
그들이란 물론 한천이기를 말한다.
{그렇겠지. 그들은 이곳이 자기들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소일초가 말한다.
{언제까지 그들이 하는 짓을 보고만 있어야 해?}
{아니, 그들이 이곳을 장악할 때 까지만,

그리고 이들 역시 삼수와는 철천지한이 있으니까 삼수를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야.}
{모르겠다. 나는 그저 소아가 시키는 대로만 하지. 도무지 귀찮아.}
주소아가 찻주전자를 흔들어보이며 말한다.
{우리 술이나 마실까?}
{좋아, 등천마세에 입성한 기념이다.}
주소아가 찻주전자를 들고 찻잔에 차를 따랐다.
그러나, 부어지는 것은 향기로운 술이었다.

바로 백송균화의 신통력인 것이다.
그때 취풍녀가 들어오면서 말했다.
{당신, 이곳이 마음에 들어요?}
{괜찮아.}
취풍녀는 소일초의 옆으로 다가와 의자에 앉았다.
{꼬마를 놓고 대작을 하다니 처량해 보이는 군요.}

{나에겐 가장 좋은 술상대야.}
소일초는 그녀에게 덤덤하게 말하며 주소아에게 술을 따라 준다.
취풍녀가 들어서는 순간에 다시 어린 여자아이로 변해버린 주소아는

취풍녀에게 눈살을 찌푸리고 술을 홀짝 들이킨다.
{전에 마셔본 그 술이군요. 아주 좋아요.}
취풍녀는 술향기를 맡아보고 단번에 알아챈다.
그리고 주저않고 한 잔 마신 후 소일초에게 몽롱한 시선을 보내며 말한다.
{이곳에서 삼교주 다음의 힘을 가지고 있는 자가 누군지 아셔요?}
{?}
{바로 사은자(四隱者)예요.}
취풍녀는 속삭이듯 말했다.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
{어차피 당신은 대교주에게 도전하지 않았어요?

어쩌면 당신은 이 등천마세를 털도 뽑지 않고 삼키려는 지도 모르죠.}
취풍녀는 예의 퇴폐적인 어투로 말했다.
{만약 제 말이 맞다면 사은자(四隱者)를 포섭하셔요.

그들은 강해요. 그리고 우리 삼교주 외에는 아무도 그 정체를 모르죠.}
소일초는 고개를 저었다.
{나에게 이곳을 차지하고 싶은 생각 같은 것은 없어.

그리고 이 등천마세의 진짜 주인을 알고 있다.

뺏어도 그에게서 뺏지, 대교주 따윈 허수아비에 불과하게 될 걸?}
{등천마세의 진짜 주인이라니요?

등천마세는 우리 손으로 만든 것인데...}

취풍녀가 어리둥절한다.
{이미 그들은 움직이기 시작했을 거야.

너도 살고 싶다면 그들의 말을 따르는게 좋아.}
{그런데 사은자는 누구지?}
주소아가 어리고 깜찍한 목소리로 물었다.
취풍녀는 그녀의 물음에 대답해야 마나를 결정하려는지 소일초를 보았다.
소일초의 눈 역시 궁금하게 바라보고 있자 그녀가 짧게 대답했다.
{사마귀(四魔鬼)...!}
{사마귀!}
소일초가 큰 소리로 외쳤다.
(이런 빌어먹을! 그토록 수소문 했는데 이곳에 쳐박혀 있었다니...!)

-사마귀(四魔鬼)!

그들은 등마제를 통하여 이곳에 들어왔다.
그러나 과거와는 비교되지 않는 탁월한 무공으로

이곳에서 사은자를 자처하며 새로운 강자로 떠올라있었던 것이다.
사마귀!
이들은 도대체 연관이 되지 않는 곳이 별로 없다.
백인장과도 소일초를 통해 어느 정도 연관이 있으며

녹림맹의 황녹천과는 끊을 수 없는 모종의 관계를 맺고 있다.
게다가 이제는 등천마세에 몸을 틀고 있다니...
{그들을 알고 있어요?}

{알지 아주 잘! 그런데 그들의 무공이 그 정도로 강하지는 않을 텐데?}
소일초가 회의적으로 물었다.
{아니예요. 그들은 무림에 알려진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요.

더우기 그들은 함께 행동하므로 넷이 모이면 대교주도 상대하기 어려울 거라는 정도예요!}
{그럴리가...}
{정말이예요. 어쩌면 그들도 등천마세를 노리고 있을 지 모르죠.}
등천마세 과연 사마외도의 인물을 끌어모은 곳인지라 복잡다단했다.
강자가 여럿 존재하기에 완전히 정리될 때까지는

아무래도 오합지졸과 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 사람을 중심으로 힘이 합쳐지기만 하면

어느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세력으로 변하고 말 것이다.

헌데 소일초가 생각에 잠겨있을 때였다.
고오오-----!
돌연 사방을 진공상태로 만들면서 정적을 찢어 버릴 듯한 무서운 소리가 들리며

전각의 창문을 뚫고 소일초를 향해 폭사되어 오는 것이었다.
주소아의 눈이 미미하게 흔들렸다.
(가공할 검기(劍氣)...!)
동시에 소일초의 몸에서 무서운 검기가 일어났다.
갑자기 천지를 꿰뚫어 버릴 듯 다가오던 소리가 창문 앞에서 딱 그쳤다.
세 사람의 시선이 창문을 주시하고 있었다.
소일초의 전각 밖 창문,

한 사람이 전각 안의 소일초와 일 장 간격을 둔 채 우뚝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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