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신행마동

第 二十六 章 난장판이 된 魔窟

오늘의 쉼터 2016. 6. 7. 17:34

第 二十六 章 난장판이 된 魔窟


등천마세,
가을을 맞은 등천마세는 이미 지난 여름의 등천마세와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시기적(時期的)으로는 소일초가 주소아를 안고 취풍녀와 함께 들어왔을 때 부터이며,

내부적으로는 그들에게 몰래 묻어온 한천이기(恨天二奇)의 공작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겉으로 드러난 변화는 취풍녀가 모든 것을 다 바치고 있는 소일초에게로 많은 고수들이 모여들어,

그는 등천마교 내의 가장 강한 세력으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제삼교주인 취풍녀가 복종하는 소일초,

속을 알 수 없는 등천마세의 인물들은 그를 전혀 진정으로 무서운 인물로 생각하고 있으며

언젠가는 대교주 마저 밀고 일어서리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하여 등천마세의 제이교주 마금석 역시

나름대로 소일초를 요주의 인물로 지목한 채 그 어떤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어떤 움직임이란 그의 제거를 위한 움직임 일 것은 두 말 할 것도 없고...
소일초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주소아와 더불어 술마시고 놀며 온 시간을 다 보내고 있는데

타인에 의해 그의 주변이 만들어 지고 있는 것이다.
등천마세를 장악하는 것은 한천이기의 뜻이고,
등천마세를 이용하려는 것은 주소아의 뜻이다.
소일초의 뜻은 묵묵히 힘을 기르면서 모든 사실이 분명해질 때를 기다리고 싶은 것인데...

주변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그리고 등천마세의 어딘가에 쳐박혀 있을 사마귀는 아직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데...

× × ×

-무적검(無敵劍)!

이것이 현재의 소일초였다.
그는 낙엽이 지는 정원의 나무밑에서 침울한 시선으로 서천목산의 봉우리들을 올려보고 있다.
바람이 불때마다 낙엽의 그의 몸으로 떨어지며 날리는 데

무딘 그의 감정은 자신도 모르게 우울해 지고 있었다.
어딘가에 계실 아버지와 작은 어머니가 부쩍 보고싶어진 것이다.
주소아가 옆에 있으니 그가 신경쓰야 할 일은 하나도 없다고 할 수 있다.
취풍녀도 주소아에게 어떻게 혼이 났는지

소일초 앞에서는 전과는 달리 아주 몸을 사리고 조심스럽게 대할 뿐

전과 같은 요구는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 있었다.
일정한 거처도 없이 지내는 한천이기는 때때로 자신의 전각에서 머물고 가고,

버젓이 드러내 놓고 주소아와 소일초가 사용하는 침상에서 자고 가기도 한다.

그들도 아무튼 조금 사람같아지기는 했는데...
소일초는 갑갑함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의 그의 신분으로는 전처럼 아무에게나 시비걸고

장난친다는 것도 영 체면이 서지 않는 일 인 것이다.
도박을 하려가도 다른 놈들이 슬금슬금 피해버리고 상대를 해주지 않고

술마시는 것만이 유일한 취미생활이었다.
주된 생활은 당연히 주소아와 더불어 하는 그짓이고...

소일초는 병이라도 날 것만 같다.
침울하게 일어서서 낙엽을 밟으며 자신의 전각으로 돌아온다.
윙윙윙!
우웅웅!
그때 돌연 공기를 진동시키며 들려오는 소리에

주변의 나뭇가지들이 잘게 흔들리고 입들이 떨어졌다.
소일초의 검미가 보일 듯 말 듯 꿈틀거렸다.
(또 뭐야? 가만 있는 날 죽이려는 놈들이 왜 이리 많아?

나쁜 년놈 한천이기! 나쁜 놈들! 날죽이려는 것들!)
심심하면 찾아오는 자객(刺客), 이제는 귀찮을 지경이다.
지금 해는 뉘엇뉘엇 넘어가려고 하는데

까마득히 하늘의 한자락을 뒤덮으며 무엇인가가 그를 향해 구름처럼 몰려오고 있었다.
(맙소사! 저게뭐야! 이젠 별 수단 다쓰는 구나.)
구름처럼 몰려오는 것,

그것은 바로 메뚜기 비슷하기도 하고 여치같기도 한 것들로

그가 남만에서 수도 없이 보았던 독충(毒蟲)이 아닌가?
그에게 독은 통할리 없지만 그것들은 눈앞을 가리고 무리를 지어 행동하기 때문에

얼마나 성가신 것인 줄 잘 알고 있는 것이었다.
그는 그것들에 이미 오래 전에 질색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독충떼는 몰려오고 소일초는 냅다 도망쳤다.
죽여도 끝을 보기 힘들고 냄새는 또 얼마나 역겨운가?

그저 보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독충떼는 낙엽이고 나무가지고 스치는 순간에 앙상하게 만들어 버리고

미처 도망가지 못한 새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소일초를 알아보기라도 하듯 그것들은 소일초를 따라오는데

소일초는 그의 전각을 향하여 날아가다가 딱 멈추어섰다.
(이렇게 되면 내 방이란 침대랑 모두 엉망이되고 말잖아.

저놈들은 어쩌면 전각까지 허물어 버릴지도 모르는데...)
멈추어 서는 바람에 독충들은 그에게 더욱 가까와 졌다.
더 생각 할 것도 없이 방향을 틀어 무작정 달렸다.

흰그림자를 그리면서 그의 몸은 무수한 전각들 사이로 달려갔다.
윙윙윙!
그의 뒤를 따라서 독충들이 날고 등천마세는 발칵 뒤집혔다.

-독충이다!
-누군가 독충을 풀었다!

비명과 함께 고함이 터져 나오고 소일초가 지나가는 전각마다

죽어자빠지는 사람, 도망치는 사람 가지각색이었다.
용감한 사람은 장력을 내치며 불로써 독충을 물리치려고 했고

그 많은 독충떼에 질려서 대부분이 독충의 행로를 벗어나 도망치고 있었다.
문득 소일초는 도망치면서 내심 속이 후련함을 느꼈다.

그동안 너무 지겨웠는데 신나게 달리면서 법석을 떠니까 힘이 펄펄나는 것 같았다.
우울한 마음도 갑갑함도 바람처럼 날아가 버렸다.
그는 자기를 추종하는 무리나 대교주와 이교주를 추종하는 무리들이 있는 곳을 가리지 않았다.

어차피 자기 수족이 아닌 그들인데 봐줄 것 없는 것이다.

(나쁜 놈들 잘 죽어봐라! 날 죽이려다 등천마세 다 태울 것이다. 낄낄낄...)
사방에서는 아우성이 터져나오고 그는 신나게 달리고 있었다.
갑자기 그의 앞에 십여 명의 흑의인들이 나타났다.
{멈춰라! 이곳으로 오지마라. 오...오...오지...!}
소일초가 무시하고 달려들자 흑의인은 말을 하다말고 냅다 돌아서서 달아나기 시작했다.

새까맣게 몰려오는 독충들을 오지말라는 말로 막을 수는 없는 것이다.
한 흑의인이 도망치자 나머지도 덩달아 도망쳤다.
소일초는 독충들을 조금 앞서서 이끌고 달리며 그들의 뒤를 쫓았다.
흑의인들은 미친 듯이 도망치지만 여전히 소일초는 자기들의 뒤를 쫓아오고 있다.
{흩어져라! 흩어져.}
한 사람이 외치자 그제서야 방향을 달리하여 도망치기 시작했다.
소일초는 소리친 흑의인의 뒤를 끊질기게 쫓았다.
도망치는 흑의인은 미칠 지경이었다.
{왜 나를 쫓아 오시오? 다른 사람들도 많은데...!}
아무 대답없이 그의 뒤를 쫓기만 하자 다시 소리친다.
{오해가 있는 가 본데, 독충은 내가 풀은 것이 아니오.}
{...}
{정말이요. 오독교(五毒敎)의 오독존자(五毒尊者)가 풀었소.}

{남만의 오독교 말인가?}
{그렇소. 빨리 그에게 가보시오. 그는 외당(外堂)에 있을 것이오.}
흑의인은 그를 떨쳐버리기 위해 상세하게 가르쳐 주었다.
{너는 누구냐?}
{나는 대교주 휘하의 호위중의 하나요.}
{그럼 이 번에는 대교주의 수단이었군.}
소일초가 여전히 그를 바싹 쫓아 가며 말하자,
{나는 말할 수 없소. 나는 그런 말 한 적은 없소.}
그는 말하면서 계속 달려갔다.
그러나 이미 소일초는 방향을 바꾸어 외당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오독존자 이놈 당장 나와라.}
그는 외당으로 뛰어 들면서 소리쳤다.

멀리서 외치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그곳으로 간다. 피해라!}
다른 사람들이 소일초의 행로를 동료들에게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외당에서 키가 자그마한 노인 하나가 뛰쳐나오더니 허둥지둥 도망가고 있었다.
소일초는 그가 오독존자라고 생각하고 고함을 쳤다.
{이놈! 내가 너를 건드리지 않았는데 네가 나를 건드려?}
대꾸도 하지 않고 도망가는 오독존자,

소일초는 순식간에 그의 뒤를 따라잡았다.

한데 오독존자의 앞에 언제 왔는지 까맣게 독충들이 모여 있었다.
{으왓! 속았구나.}
오독존자는 원을 그리며 도망쳐 독충들의 꼬리부분에 당도한 것이다.
오독존자의 꾀임에 빠져 그는 앞뒤로 독충들을 맞이하게 되었다.
{으하하하하!}
오독존자는 득의만만하게 웃으며 작은 깃발을 움직여 그를 완전히 포위해 버렸다.
비릿한 독충의 냄새가 소일초에게 밀려왔다.

그 뒤를 독충들이 새까맣게 그를 향해 몰려들었다.
순간 소일초의 몸이 흐릿해지면서 독충들 사이를 뚫고 오독존자의 목을 움켜쥐었다.
{끅...!}
단숨에 그의 목을 꺽어버리며 깃발을 빼앗고 독충들에게 던져 버렸다.
오독존자는 곧 자기가 키운 독충들에 의해 뼈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 버렸다.

정말 자기 한 몸 팔아서 독충배불린 것인데...
소일초는 깃발을 아무렇게나 휘둘러 독충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깃발을 들고 이리저리 움직이긴 하지만 어떻게 해야 수습할 수 있는지 몰랐다.

흔드는 것을 그만 두면 또다시 자기를 향해 달려 들테고...
마침내, 오독존자가 나왔던 전각안으로 달려가 독충들을 들어오게 했다.
순식간에 전각안은 독충들로 꽉 차는 데...

소일초는 밖으로 빠져 나오면서 문을 닫고 전각에 불을 붙여버렸다.
더러 빠져 나오는 놈도 있었으나 몇 마리에 불과해서 힘을 쓰지 못하고

고스란히 메뚜기 꿉는 냄새를 내면서 재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곤충들은 원래 불 가까이도 못가는 것이니 크지 않은 불과 연기에도 몽땅 죽어버린 것이다.

× × ×

소일초는 오래간만에 침상에 뒹굴며 낄낄거리고 있었다.

저녁 무릅에 신나게 달리고 소동피우고 그기에 불까지 질러 불구경했으니

속이 후련하고 통쾌하기 그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를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눈은 여럿 있었다.
바로 주소아와 한천이기였다.
{당신이 저지른 일로 인해서 당신을 따르는 사람들의 불만이 적지 않소. 왜 그들까지 괴롭혔소?}
원천기가 말했다.
{누가 나를 따른다는 건가? 나를 따르는 건 불과 두 사람 뿐일텐데...

그리고 지금 자네가 나에게 따지는 것인가? 많이 컸다 원천기.}
{...}
{전에는 그래도 마교지존이니 뭐니 꼬박꼬박 붙이더니

요즘은 아예 당신이라 부르며 따지기까지 하는 구나.}
원천기와 한천녀의 얼굴이 굳어졌다.
{너무 핍박하지 마시오.

당신은 어차피 우리 칠십이기재들이 만든 안배에 따랐으니 우리의 뜻을 따라야 하오.}
원천기가 차갑게 말했다.
주소아가 소일초의 옆으로 다가서면서 그들에게 말했다.
{원천기! 뚝하면 칠십이기재들의 뜻 이니 천지파멸의 저주니 하는데,

솔직히 네 마음에는 오히려 무림에 대한 욕망이 들끓고 있지 않느냐?}

한천녀가 말했다.
{그래서, 우리가 야망을 가지면 안된다는 말이냐?}
소일초가 얼굴을 굳히고 일어나 앉았다.
{너희들이 무엇을 하든 말든 나와는 상관이 없다.

하지만, 절대로 내위에 군림하려 하지 마라.

지금 내가 너희들의 뜻대로 여기에 있는 것은 나에게도 그럴 필요가 조금이라도 있기 때문이다.}
{너무 자신하는군!}
원천기가 말했다.
그들의 사이에 살기가 감돌면서 긴장이 고조되었다.
그때 주소아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좋아, 한천이기! 한 번은 양보해 주마.

그렇지만 다음에 우리가 받을 것은 양보가 아닌 너희들의 목이다.}
한천이기는 어디론가 나가버렸고 소일초가 불만스러운 듯 주소아에게 말했다.
{왜 물러섰어? 그들이 대단하기는 해도 전력을 다한다면 나혼자서도 충분히 가능할 텐데...}
{그냥, 이 번 만은 그러고 싶었어.

그리고 아무래도 며칠 내에 등천마세에 큰 변화가 생길 것 같아.

그들이 더욱 날뛰는 것으로 봐도 틀림없을 거야.}
{뭔 기미가 보여?}
{이미 전쟁이 시작된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야.

취풍녀에게도 단단히 일러둬. 대교주와 대항할 때가 다 되었다고...}
소일초는 침상에 벌렁 누웠다.
{난 내키지 않아.

대교주보다 더 무서운 놈들에게 등천마세를 넘겨주어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주소아가 그의 귀에 입을 대었다.
{다 계획이 있어. 조금만 기다려봐.}

× × ×

소일초의 전각을 멀리서 주시하는 한 사람이 있었다.
그의 일신에 백의를 걸치고 있었다.

등에는 한 자루의 장검이 걸려있고 몸에는 달인 인양 조용한 기도를 뿌리고 있다.
바로 등천마세의 이교주 마금석(馬金錫)이었다.
이때 그는 허공을 보며 나직이 중얼거린다.
{사형이 오독존자를 동원하고도 대실패를 하고 말았다.

오히려 수 많은 수하들을 잃어버렸다. 그런데...}
그는 가볍게 시선을 내리깔았다.
{어째서 그는 자기를 따르는 부하들까지도 그런 방법으로 죽거나 다치게 했을까?

불안하다.

대체 이 불안의 근원이 어디로부터 시작되었단 말인가?

무적검인가?

그가 나를 이렇게 불안하게 하고 있단 말인가?}
그의 안색은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는 문득 낙엽을 밟고 싶다는 충동이 생긴다.

그 낙엽에 소일초의 우울하던 모습이 진하게 떠올라 있었기 때문이었다.
문득 그는 다시 독백하듯 중얼거린다.
{하나! 이 불안이 어디에서 시작이 되든 그것은 상관이 없다.

이미 그의 세력은 강대하다.

그를 끌어들일 수 있다면 등천마세는 물론 천하도 장악할 수 있다.}

천하!
그렇다.

이 사나이 또한 그 무공 만큼이나 야망또한 강한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등천마세의 제이교주이므로...
{무적검! 반드시 너를 내 아래에 두리라! 비록 네가 강하다 해도 그것은 어쩔 수 없다.}
수수수...!
낙엽은 어둠 속에서 짙붉은 빛을 뿌리며 떨어져 내리고...
마금석 눈 역시 야망으로 붉게 빛나고 있었다.
{너를 굴복시키는 것이 등천마세를 장악하는 유일한 수단이라면 어떤 수단이라도...}
순간 그는 주위에 감도는 진한 살기를 느꼈다.
그것은 한 사람의 몸에서 뿜어지는 것이 결코 아니었다.

최소한 열 사람의 몸에서 뿜어지는 가공한 살기였고,

그것은 마금석이 한 걸음 앞으로 내딛을 때마다 더욱 진해지고 있었다.
(음! 엄청나다.

이 정도의 살기를 뿜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등천마세의 인물가운데서도 사십위 이내의 무공을 지닌 인물들...)
마금석의 눈빛이 어둡게 변했다.
(무적검! 그가 벌써 이 정도의 인물을 포섭했단 말인가?)
소일초가 언제 고수를 포섭할 생각이나 했던가?

단지 한천이기가 보내온 인물들일 뿐이지!
하나 어쨌든, 그에게 살기를 뿜어내는 인물들은 단지 열 사람 뿐만이 아니었다.

시간이 갈 수록 잠시간에 그들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그는 보이지 않는 상대들에 대해 새삼 경각심을 품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들은 분명히 등천마세의 인물들이다.

아니, 어쩌면 어제까지만 해도 자신의 휘하에서 고개를 조아리던 인물일런지도 모른다.

살기는 점점 진해진다.

이대로 앞으로 나아가다가는 그들은 급기야는 자신을 공격할지도 모른다.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마금석의 얼굴에 경악과 분노가 넘치고 있었다.

그가 언제 이런 경우를 당한 적이 있었던가?
몸에서 폭풍같은 신형검기(身形劍氣)를 일으켰다.
(이대로 걸음을 돌릴 수는 없다.

무적검, 그 자에게 나의 존재를 인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이들을 베어야 한다.)
그렇다. 그가 이런 모욕을 받고도 참는다면

등천마교내에서 어떤 소문이 나돌게 될 지 알 수 없었다.
차라리 이곳에서 죽음을 건 도박을 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그는 어두운 하늘을 주시했다.

검을 펼치기 전에 기를 순수하게 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었다.
순간,
{사형! 그냥 가세요.}
소리, 영혼을 촉촉히 적시는 여인의 음성이 있었다.
한때는 그가 수시로 몸을 탐하기도 했던 여인,

바로 그의 사매인 취풍녀를 음성이었다.
순간 환상이었듯이 사라져 버리는 살기,

순식간에 마금석을 감싸고 있던 그 무서운 살기가 걷혀져 버린 것이다.
어둠의 한 편에서 취풍녀가 걸어나오고 있었다.
그러자 감도는 죽음보다 정막한 정적...
마금석의 눈에 진한 패배의 그늘이 드리워 졌다.
취풍녀는 손을 저어 어둠속에 있는 인물들을 흩어버렸다.

{사형! 내 행복을 깨려고 하지 말아요.

나는 모든 것을 희생해서라도 내 사랑 내 행복을 지킬 준비가 되어있어요.}
마금석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취풍녀는 옛날의 취풍녀가 아니었고 등천마세는 옛날의 등천마세가 아니었다.
순간적으로 모든 것이 낯설어지고 두려워졌다.
야망은 아득히 멀어지고 영원히 잡을 수 없는 무지개처럼 소일초도 멀리있었다.
사형이 범하기 전에는 그도 진정으로 취풍녀를 사랑한 적이 있었는데

마음은 몰라도 몸은 언제나 가까이 있다고 믿었던 그녀마저 꿈결처럼 날아가버렸다.
마금석은 어깨를 늘어뜨리고 자신의 거처로 돌아가고 있었다.

일순간에 그는 노인이 되어버린 듯 했다.

* * *

등천마세에는 세 개의 금역이 존재한다.
첫째는 대교주인 오공천의 전각이고,
둘째는 등천마세의 원로이자 삼교주의 사부들이 머무르는 등천원로각(騰天元老閣)이며,
마지막 세번째는 최근에 생긴 것으로 바로 무적검이라고 불리는 소일초의 전각이다.
이곳들은 각기 외인들의 출입이 일체 금지되는 곳으로

그곳에 함부로 접근한다는 것은 죽음을 부르는 것이 된다.
바로 얼마전에 이교주 마금석이 세번째 금역인

소일초의 전각에 접근하다가 죽을 뻔 한 사건은

이 금역들이 얼마나 무서운 곳인 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한데 이 밤,

삼대금역중 두 번째의 금역으로 알려진 등천원로각에 네 사람의 흑의인이 접근하고 있다.
그들은 도둑 고양이 처럼 살금살금 발소리를 죽이지도 않고

보무도 당당히 등천원로각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등천원로각에 소속된 무사들이 그들을 발견하고 저지하려고 했지만

어느틈에 소리도 없이 쓰러지고 만다.
삼십여 장을 걸어서 등천원로각의 문에 들어설 때까지

그들은 한 번도 멈추지 않고 일정한 걸음으로 다가왔다.
구층으로 된 등천원로각의 문이 열렸다.
여전히 그들은 보무도 당당히 들어섰다.
넓은 공간, 사방 벽에는 등불이 밝혀져 있어 대낯처럼 환했다.
{등천구마존(騰天九魔尊)을 만나러 왔다.}
네 사람의 흑의인들 중 한 사람이 말했다.

그의 허리에는 큼직한 호로병이 뚜껑없이 매달려 있었다.
{간이 부었군, 여기가 어디라고...}
희끗희끗한 머리의 초로 노인이 일층에 있다가 쳐다보지도 않고 느릿하게 말한다.
{천지인음양오행마존(天地人陰陽五行魔尊)이 그렇게 대단한가?

우리가 만나볼 수 도 없을 정도로...}
다시 호로병을 찬 흑의인이 말했다.
{우리를 알고 있는 자가 있다니 놀라운 일이군!}
초로의 노인이 고개를 돌려 그들을 발견하고 소리쳤다.
{사마귀(四魔鬼)!}

{그렇다. 우릴 잊지는 않았군! 토마존(土魔尊)!}
네 사람의 흑의인, 그들은 바로 사마귀였다.
제일 좌측에 있는 호로병을 찬 사람이 주귀(酒鬼)로 언제나 바른말을 하지 않는다는 자였다.

그의 주전신공(酒箭神功)의 뛰어남은 익히 알려진 바이다.
그리고, 불그스레하고 중후한 얼굴의 미남자는 색귀(色鬼)로 대자비수(大慈悲手)의 명인이며,
시원시원한 풍모의 깔끔한 사람은 바로 세상에서 가장 도둑질에 뛰어나다는 투귀(偸鬼)이고,
가장 우측에 있는 무심한 얼굴의 사람이 철저한 도박사인 도귀(賭鬼)이다.

실질적으로 사마귀중 가장 뛰어난 무공을 소유했다고 알려진,

그리고 전설적인 무적검객 검마(劍魔)의 후손...
토마존은 갑작스런 그들의 출현에 놀라와 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들은 서로를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그때였다.
{사마귀가 무슨 일로 야심한 밤에 우릴 찾아왔는가?}
위층에서 여덟명의 노인이 내려오고 있었다.
주귀가 호로를 집어들며 말했다.
{천마존(天魔尊)! 오랫만이다. 같은 곳에 있으면서도 얼굴보기가 힘드는군.}
{무슨 일인가 주귀! 이곳은 네가 함부로 올 곳이 못되는데.}
이때 도귀가 불숙 나섰다.
{그럼 먼저 한 판 벌여서 올 곳인가 못 올 것인가를 결정할까? 이곳이 올 곳이라는데 걸겠다.}
지마존을 얼굴을 찌푸렸다.
{도귀! 함부로 말하지 마라. 지난 정리를 보아 참고 있지만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

{지마존 너야 말로 함부로 나서지 마라. 내 아우의 말이 지당하다.}
주귀가 입에 술을 가득 물고 말했다.
{우리는 오늘 너희 구마존에게 물어볼 것이 있어서 왔다.}
{좋다.무엇을 묻고 싶은 지는 모르지만 오늘 살려서 돌려보내지는 않겠다.}
천마존이 살기를 일으키며 말했다.
으하하하하!
갑자기 사마귀가 일제히 웃었다.
그러더니 뚝 그치고 주귀가 말했다.
{구마존! 우리에게 패해서 다시는 무림에 얼굴도 내놓지 않겠다던 너희들이

제자 잘키워 지금 행세하려는 것이냐?}
일순 구마존의 몸이 부르르 떨었다.
그들이 제일대 등천구마존의 뒤를 잇기위해 이곳 서천목산에서 무공을 익히고 있던 도중

그들 모두가 사마귀에게 패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때는 사마귀도 백인장의 정뇌로 잡혀가기 전이었고 등천마교도 멸망하기 전이었다.
주색투 삼마귀의 무공은 그들로서도 얼마든지 상대할 수 있었지만

도귀(賭鬼)의 수정검우(水晶劍羽)만은 도저히 어떻게 해볼 수 없어

힘도 쓰지 못하고 순식간에 패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것은 그들에게 최고의 치욕이었던 것인데,

오늘 다시 그 일을 떠올리게 하자 결코 사마귀를 살려둘 수 없다고 생각하는 구마존이었다.
이미 그들의 마공은 그때와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고

천하의 강자로 자부할 수 있는 정도였다.

그때도 수정검우만 아니었어도 패하진 않았을 것이다.

구마존은 일제히 몸을 날려 사마귀를 포위했다.
투귀가 차갑게 말했다.
{구마존, 너희들의 무공은 많이 발전했다.

아마 이전의 우리라면 아주 쉽게 이길 수 도 있겠지!하지만,}
{...!}
{우리 역시 예전의 사마귀가 아니야. 한 번 싸워보면 쉽게 알 수 있겠지.}
색귀가 그의 일대 정마(情魔)로서 떨쳤던 부드럽고 중후한 얼굴로 말했다.
{우리는 우리가 듣고 싶었던 말 만 들으면 조용히 가겠다.}
천마존이 침음성을 흘리며 물었다.
{대체 무슨 말이 듣고 싶은가?}
{삼수(三秀)가 숨은 곳!}
도귀가 짧게 대답했다.
천마존은 일순 어이가 없는 듯 했다.
{삼수가 어디있는 지 우리가 어떻게 안단 말이냐?}
{천마존, 바른대로 말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우리는 너희들이 삼수가 있는 곳을 알아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찾아온 것이다.}
주귀는 입가득히 술을 머금고 있었다.
그 술은 어떤 조화를 부릴 지 예측할 수 없다.
{어떤 정보를 입수했다는 것인가?}
구마존은 스스히 포위를 압축시키며 물었다.

{너희들의 등천마교는 삼수에게 멸망했다지?

그리고 나중에는 삼수가 본단에 있는 비급까지 찾아서 가버렸다고 들었다.}
{그말은 사실이다. 우리는 그들과 철천지한이 있다.}
{우리 역시 삼수에게 깊은 원한이 있다.}
천마존이 눈을 둥그렇게 떴다.
{너희 사마귀는 백인장에 원한이 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천만에, 백인장에는 우리가 잘못해서 잡혀간 것,

백인장에는 원한이 없다. 하나!}
{...?}
{삼수는 우리 제자를 죽였다. 이 원한은 반드시 갚아야 한다.}
도귀(賭鬼)의 자르듯 차가운 말에 구마존이 일제히 웃었다.
{도귀, 네 무공이 아주 독보적이라는 것은 우리도 인정한다.

하지만 삼수는 공포의 고수다.

누구도 대적하지 못하는 천하제일인 혈기자의 제자들이고

게다가 등천마교의 절대마공들을 익혔다.}
도귀는 콧웃음을 쳤다.
{삼수는 셋, 사마귀는 넷이다.

그리고 아무리 그들이 강하다고 해도 제자의 복수를 포기하고서는 사부의 자격이 없다.}
{아주 좋은 사부인데, 제자는 어땠는지 모르겠군.}
{우리 제자를 함부로 말하지 마라.

그의 무공은 오히려 우리보다 강했다.

그리고 무림인이라면 어느 누구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할 신분을 지니고 있었다.}
주귀가 자랑스러운 듯 말했다.
{그가 누구였는가?}

천마존이 몹시 궁금한 듯 물었다.
스승보다 강한 제자는 드문 것이다.

더우기 사마귀는 대단한 고수인데,

그들보다 강하다면 필시 무림에 이름있는 고수였으리라 생각한 때문이다.
{먼저 삼수가 어디에 있는지 부터 말해라.}
{좋다, 우리도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수하들의 소식에 의하면

삼수는 뜻밖에도 정천보에 잠입해 있는 것 같다.

자세한 소식은 전하지 못한채 모든 수하들이 죽고 말았다.}
천마존은 사마귀 역시 삼수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다고 하자

동질감이 느껴져서 순순히 알려 준것이다.
{음! 정천보라.

좋아, 우리 제자는 무림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바로 신행마동이다.}
주귀의 자랑스런 말에 구마존은 깜짝 놀랐다.
신행마동!
무림의 골치덩어리 말썽군이면서도 누구도 손댈 수 없었던 존재가 아닌가?
최강의 세력이라고 알려져 온 백인장의 귀공자,

뛰어난 무공으로 삼수와 맞섰다가 목숨을 잃은 신행마동이 사마귀의 제자였을 줄이야!
사마귀가 제자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원수를 갚으려고 발버둥치는 것도 익히 이해가 가는 일이었다.
{천마존, 고마웠다. 그럼 다음에 보자.}
사마귀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려했다.
{잠깐!}
천마존이 소리쳐 불렀다.
{그냥은 못간다. 오랫동안 묶은 감정의 빛을 갚겠다.}

사마귀가 느긋하게 웃었다.
{얼마든지!!}
구마존이 사마귀를 둘러싸고 천천히 원을 그렸다.
그들의 몸이 점차 가지각색의 안개로 뒤덮히기 시작했다.
마공을 일으킨 것이다.
치직-!
칙치익!
안개가 퍼져 나가면서 닿는 것은 무엇이거나 녹아내렸다.
사마귀는 긴장된 표정으로 다가오는 안개를 바라보았다.
도귀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려는 순간 주귀가 그를 저지시켰다.
{막내는 최후의 순간에 나서라 이것은 내가 막겠다.}
순간 그의 입에서 뭉게뭉게 구름같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언젠가 소일초가 선보인바 있는 바로 그 주정(酒精)이었다.
주귀는 술이 부족한 듯 급히 더 들이키고 주정을 피워올렸다.

그의 입이 다물어지는 순간 주정은 거대한 청룡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오색빛깔의 마기에 휩싸여 있던 구마존이 흠칫했다.

거대한 청룡은 주귀의 손끝을 따라서 사마귀를 에워싸고 돌았다.
치이이익!
순간 청룡과 오색의 마기가 부딪치면서 강한 마찰음이 일었다.
구마존은 경악했다.

옛날 주귀의 무공은 자기들 개개인과 비슷했는데

지금은 그들 모두를 동시에 상대해 내지 않는가?

주귀의 얼굴이 붉게 변한 것이 힘든 모양이었으나,

몰려오는 마기를 청룡이 몰아치며 막아내고 있었다.
구마존은 일제히 포위를 압출하며 들어왔다.
청룡은 감옥에 갖힌 듯 몸부림치며 돌았다.

그러나 구마존의 압력을 감당할 수 없는 듯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구마존은 점점 다가서고 청룡은 줄어들어 겨우 사마귀를 보호할 수 있을 뿐

공격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구마존도 함부로 더 다가서지 못하고 있었다.

사마귀중 남은 세마귀는 아직도 손을 쓰지 않고 있는 것이다.
주귀의 얼굴은 벌겋게 되어 굵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
순간, 색귀의 손이 번쩍 치켜올라갔다.
{수강(手剛)!}
고오오오!
구마존이 경악하면서 뒤로 물러섰다.

색귀의 손에서 장력도 수영(手影)도 아닌 검기처럼 예리한 강기가 폭출된 것이다.
구마존은 그 상태에서 맞받을 수가 없어

마기를 수축시키며 일제히 손을 뻗어 수강을 맞이했다.
카카캉!
섬짓한 소리가 들리며 구마존과 색귀가 동시에 비틀거렸다.
{어떻게 소림의 대자비수에서 수강이 나올 수가...?}
지마존이 믿을 수 없는 듯 말했다.
{이 정도가 되지 않고 서야 삼수를 찾아갈 생각이나 했겠나?}

주귀가 청룡을 회수하고 있었다.
이제 서로의 탐색전은 끝나고 본격적이 대결이 시작되려는 것이다.

그들의 용쟁호투는 구름을 부르고 바람을 일으켰다.
도귀를 제외한 삼마귀와 구마존의 접전은 팽팽하게 치닫고 있었으며

사마귀 중 가장 강한 도귀가 버티고 있으니 구마존은 심리적으로 밀리고 있었다.
사마귀의 무공은 과연 놀라웠다.

무림에 알려져 있던 것과는 너무도 달랐다.
물론 그들이 사용하는 수법들은

더욱 능숙하고 보완되었을 뿐 그다지 다를 것이 없었다.
주귀의 주전신공과 색귀의 대자비수,

그리고 투귀의 매화지!
그러나, 그들의 수법은 강한 위력을 지니고 있었으며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원이 높아져 있었다.

어떤 계기로 인하여 그들의 무공이 일제히 높아 졌음에 틀림없다.
갑자기 주귀가 소리쳤다.
{잠깐!}
그 소리에 구마존과 색귀, 투귀가 손을 멈추었다
{무슨 일이냐?}
천마존이 붉은 안개속에서 물었다.
주귀는 도귀를 돌아보며 말했다.
{막내야. 이제 네가 상대해보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도귀는 대답하고 앞으로 나섰다.
색귀와 투귀는 물러서서 그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구마존은 아연 긴장했다.

드디어 가장 염려했던 놈이 나선 것이다.
예전에도 도귀의 무공은 월등했었다.

그런데 이제 다시 더욱 고강해진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구마존은 이미 자신들이 패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상대방은 자기들을 단지 무공을 실험해 보기 위한

상대 정도로 밖에 보지 않고 있는 것이다.
헌데 바로 그때였다.
{사마귀! 여기 숨어있었구나.}
갑자기 등천원로각의 문을 부수듯 열면서 날아들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육척에 달한 훤칠한 키,

영준한 얼굴, 백의를 입은 소일초였다.
사마귀는 물론 구마존도 어리둥절 했다.
퍽-!
소일초는 구마존이 일으키고 있는 오색의 마기를 그대로 뚫고서 사마귀의 앞에 내려섰다.
구마존은 그 충격에 비틀거리며 믿을 수 없는 사실에 경악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마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관통해 버리는 사람이있다니...
사마귀도 그에게서 이루 말할 수 없는 힘을 느끼면서 공력을 최고로 끌어올렸다.
{사마귀! 볼 때마다 어디 갖혀 있다니, 꼴 좋구나.}
소일초는 신나게 떠들었다.
사마귀는 어리둥절했다.

도무지 만난 적도 없는 것 같은 청년이

눈 앞에 나타나 친근감을 보이며 아는 척 하는 것이 아닌가?
{제기랄... 내가 얼마나 찾았다구.

등천마세에 있다면서 이제서야 얼굴을 드러내?}
주귀가 도저히 알수 없다는 듯 물었다.
{당신은 누구요?}
{나? 나를 몰라? 정말 기가 막히는데...}

소일초는 자신이 변한 것은 생각도 못하고 사마귀를 갉는다.
그때,
{무적검!}
천마존이 경악하며 대답했다.

그는 수하들을 통해서 소일초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사마귀도 눈이 번쩍 뛰였다.

그들 역시 등천마세에 있으면서 무적검의 소문을 듣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귀가 소일초에게 한걸음 다가섰다.
{만나서 반갑소. 언젠가 한 번 만나고 싶었소.}
{도귀! 무슨 어울리지 않는 말이야.

그리고 전보다 더 강해진 것같은데...

그리고 보니 주귀 색귀 투귀다 몰라볼 정도로 강해졌는걸...}
사마귀는 입을 딱 벌렸다.

자기들을 정확하게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이 무적검이란 청년을 그들은 도무지 본 적도 없는데...
그때,
{이 멍청이! 내 이럴 줄 알았어. 저래서야 뭘 믿고 시킬 수가 있어야지.}
얼굴에 면사를 가린 늘씬한 몸매의 여인이 들어오며

넋이 빠질 듯 아름다운 목소리로 말한다.
갑작스런 젊은이 들의 잇따른 등장에 구마존과 사마귀가 정신을 못차리는데,

그녀는 사마귀를 보고 고개를 끄덕여 인사했다.
{당신들이 사마귀죠?}
{그렇소? 낭자는...?}
어느틈에 색귀가 얼굴을 돌리고 말한다.

그의 독문수법이 나온 것이다.
{호호호...!}
소녀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뜨리는데

무적검이란 청년이 색귀의 귀를 확잡아당겼다.

{저 여자는 안돼!}
색귀가 그의 손을 의식하고 피하려 했지만 마음뿐 꼼짝없이 잡혀서 얼굴이 돌려졌다.
다른 삼마귀는 그 빠른 손놀림에 멍청해져 손쓸 생각도 하지 못했다.
{여러분들은 저와 함께 가도록 해요.

제가 반가운 사람을 만나게 해드리죠.}
면사로 얼굴을 가린 주소아가 상냥하게 사마귀를 향해서 말했다.
구마존은 어떻게 할 지를 정하지 못한 듯 멈칫멈칫했다.
소일초는 주소아가 이미 온지라

자신의 할 일은 길을 여는 것 뿐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구마존을 향해 몸을 돌렸다.
{당신들이 구마존이라고?}
{그렇다.}
{잘됐어. 이미 당신들 주인이 이곳 어딘가에 와 있을 거야.

그가 나에게 소식을 알려 주어 이렇게 왔으니까?}
구마존은 무슨 소린 지 몰랐다.
{뭘해? 빨리 나와서 길이나 열어주지 않고?}
소일초가 소리쳤지만 사방은 조용하고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당신들 주인이 나오기 싫은 모양인데...}
{...?}
{하는 수 없지 그럼, 당신들이 죽든 살든 보살피지 않는 주인을 원망하라구!}
천마존이 분노했다.
{미친 놈!}
소일초가 그를 바로 쳐다 보았다.

{길을 열지 않으면 내가 저승길을 보여주겠다.}
순간, 주귀가 술을 들이키며 말했다.
{그말 한 번 좋구나.}
구마존의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하며 오색 마기가 더욱 짙어졌다.
{뭘해! 빨리가자.}
주소아가 독촉했다.
그러자, 소일초의 오른손이 앞으로 숙 뻗어졌다.
쩌어엉!
그의 몸 어디에도 보이지 않던 둔중한 마황검이 어느새 그의 손에 쥐어져있었다.

붉은 빛이 빛살처럼 퍼저나가며 마황검이 일 만개로 분리되는 듯 했다.
쇄애애액!
{흐으윽...!}
구마존의 몸에서 흘러나와 구름띠처럼 사마귀와 소일초를 애워싸고 있던

오색마기가 가닥가닥 잘리면서 흩어져 버렸다.
{사마귀! 가자.}
하고 소리치며 구마존의 사이를 성큼걸어나가는 소일초의 손에는

벌써 마황검이 어디로 갔는지 사라지고 보이지 않는다.
사마귀는 고개를 설래설래 흔들며 그를 따라 갔다.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군!}
구마존은 지나가는 그들을 보기만 할 뿐 더이상 손을 쓰지 못했다.

자기들을 발가락새 때만큼도 여기지 않는

소일초의 엄청난 무공에 완전히 질려버린 것이다.
천마존이 탄식을 했다.
{내일은 오공천에게 가봐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