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 二十二 章 騰魔祭主의 正體
검은 사두마차의 벽에 비스듬히 기댄 채 잠을 자는 소일초,
그
얼굴은 오직 술에 절은 평범한 얼굴일 뿐이다.
하나,
그 얼굴을 주시하는 정천수호군의 군주인 왕혜려는
내심 알 수 없는 전율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보면 볼수록 그 평범한 얼굴에 마음이 이끌려 가고 있었던 것이다.
(알
수 없는 일이다.
대체 저자의 어디에 이렇게 마음이 끌리는 것일까?
무례하기
짝이 없는 사람인데...)
자신에게
묘한 회의감을 느끼기까지 하는 왕혜려였다.
과거
수 많은 무림의 청년을 보아 온 그녀가 아닌가?
그
중에는 정천수호군의 부군주인 북궁헌 같은 미남자도 상당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
미남자들을 죽 보아오면서 아직까지 이런 묘한 기분에 사로잡힌 채
마음이
끌리는 것을 느껴 본 적이 없는 그녀였다.
밤...
그녀의
마음은 이 어두움 속에서 갈대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처음
만난 남자에게 정신없이 끌려들면서...
한데,
그녀의 생각을 홀연히 깨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스스스!
마차의
바닥에서 소리없이 꿈틀대며 일어나는 그림자가 있었으니...
흰
머리(白髮),
회색의
눈동자,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칙칙한 죽음의 기운,
절세미남자가
바로 소일초의 면전으로 솟아오르고 있지 않은가?
모든
사람들이 경악하는 시선을 집중한 가운데...
문득
소일초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
눈은 천천히 그 백발의 절세미남자의 아름다운 손으로 향하고
곧
고개를 끄덕이며 그 손이 내미는 한 장의 서찰을 받아들었다.
순간
그 절세미남자는 마치 원래부터 그곳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소리없이
스물스물 사라져 버리지 않는가?
한편
그 백발의 미남자가 나타나자
정천수호군의 인물들은 그에게서 풍겨지는
소름끼치는
사기에 몸서리를 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같은 가공할 사기는 그들이 일찌기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인간의
몸에서 저런 엄청난 사기가 뿌려질 수 도 있다니...
대체 그는 누구인가?
저
무적검이란 자의 손에 들린 서찰은 또 무엇인지?)
그들은
의혹과 경악의 표정으로 소일초를 주시했다.
그때,
소일초는 그 신비의 서찰을 천천히 읽어 내리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한천이기 중 원천기가 전한 것이었던 것이다.
<서략(序略)...
등마제주(騰魔際主)에 대해 알아본 바에 의하면...
그자는 등마제를 주재하는 인물로 어떤 단체에 속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소이다.
그 단체에 대해서는 아직 알수 없소이다.>
(등마제주!)
소일초는
그 이름을 나직이 되뇌이며 계속 글을 읽어 내려갔다.
그때,
그는 나직이 소리를 내어 읽고 있었으므로
주위의 인물들도 모두 서찰의 내용을 알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존재는 신비하고 또한 엄청난 잠재력이 있소이다.
그리고... 교주께서 타신 검은 사두마차는
등마제주을 제외한 삼십 육명의 흑의복면인이 사방을 완전히 차단하고 따르고 있으며...
그들의 무공은 일파의 종주와 비견될 만큼 가공할 경지에 올라 있습니다.
한데 놀랍게도 이 마차 외에도 수 많은 마차들이
검은 포장을 한 채 대파산을 향해 질주하고 있소이다.>
(모두가
제물을 실은 마차겠지!)
소일초의
얼굴에 가볍게 놀라움의 빛이 떠올랐다가
나타날 때보다 빠르게 사라져갔다.
<그 마차들은 대파산의 중심으로 사방에서 사망림(死亡林)으로 향하고 있으며...
그들을 포위한 채 정천보의 정천수호군이 따르고 있습니다.>
소일초는
손아귀속에 서찰을 움켜쥐었다.
파지직-
연기를
내면서 서찰은 사라져 버렸다.
더이상
아무 할 일이 그에겐 없다는 듯이
소일초는
다시 스르르 눈을 감고 졸고 있었다.
그리고
그를 바라보는 정천수호군의 인물들은
그의
진실한 정체에 온 관심이 집중되어 있었으니...
무적검!
이것이 그들이 소일초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의 전부였지만
이 서찰을 전한 조금 전의 신비인 하나만 보더라도 그의 존재가
자신들의
짐작보다 엄청나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지 않는가?
신비인!
그는
등마제주와 삼십 육 인의 호위들의 포위망을
교묘히
뚫고 들어 올 수 있으리만큼 대단한 무공을 소유했다.
그
정도의 인물을 수하로 거느린 소일초...
그의
존재에 대해 그들은 새삼 다시 인식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데
그때였다.
파아아아!!
돌연
마차의 천정을 뚫고 떨어지는 또 다른 무엇인가가 있었다.
그것은
한 마리의 금빛 전서구(傳書鳩)였다.
그
전서구는 곧장 왕혜려의 손으로 날아들었다.
{이제야
연락이 왔군.}
왕혜려를
비롯한 정천수호군의 인물과의 긴밀한 연락용이었던 것이다.
그
전서구의 발에는 죽통이 매달려 있었고 한 장의 서찰이 들어 있었다.
정천수호군의
군주인 왕혜려는 그 서찰을 빠르게 읽어 나간다.
소일초는
눈을 감은 채 생각한다.
(정천보의
정천수호군의 능력도 보통이 아니군.
전서구를
이곳으로 전할 수가 있다니... 대단한데...)
소일초
역시 정천수호군의 잠재력을 인식하지않을 수가 없었다.
한데
그의 뇌리에는 엉뚱한 생각도 있었으니...
(등마제주! 그가 등마제를 주관하는 인물들 중 한 사람이라면...
그는 이미 이 모든 것을 잘 알고 있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이 모든 것을 무시하고 있는 것은 그에게 자신있다는 말인데...)
지금
벌어지고 있는 모든 것이 치밀하며
어떤
계획적인 신경전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정천수호군!
등마제주!
그리고
자신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한 치의 빈틈도 찾아 볼 수 없는
계획
속에 움직이고 있음을 짐작할 수가 있었다.
한편
서찰을 읽고 난 다음 북궁헌과 왕혜려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그들이 받은 서찰의 내용이 소일초가 받은 서찰의 내용과
완벽하리만큼
일치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마차는 더욱 더 빠르게 질주하고 있었으며...
대파산은 가까와 지고 있었다.
× × ×
-사망림(死亡林),
이곳은
죽음의 숲이다.
하늘이
외면하고 인간마저 외면한 죽음의 오지(奧地),
그
버려진 땅은 광대하다.
방원
백여 리가 안개의 밭이요 무성한 잡초만이 늘어진 황량한 광야이다.
황폐한
땅,
오직
가시덤불과 잡초들만 뒤덮혀 있다.
그리고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고사목(枯死木)들...
독충들이
우글거리며 인간의 발길을 거부하고 있었기에
언젠가 부터 버림 받은 땅 사망림!
그
위에도 십오야의 만월(滿月)은 떴다.
한데
그 만월아래 모여드는 이 일단의 무리들...
그리고
검은 마차...
모여드는
무리들의 소매에 붉은 악마화가 그려져있고,
사망림은
마두들로 물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붉은
악마화을 그려넣고 사망림에 모여들고 있는 인물들!
오늘은
보름달이 뜬 날이다.
-등마제(騰魔祭).
바로
이것이다.
이것이
이 죽음의 땅에 인간을 부르고 있는 것이다.
붉은
악마화를 그려넣고 나타난 인물들은 바로 이 등마제에 초대받은 악인들이고,
그들은 흥분하고 있었다.
잠재된
온갖 악을 행할 수 있으리라는 강렬한 기대에 사로잡히면서...
그들의
수효는 어림 잡아도 이 천여 명,
그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사망림으로...
사망림으로...
마차들도
사망림으로 다가들고,
그 가운데 한 대,
바로 소일초가 타고 있는 검은 사두마차 역시
그때
사망림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소일초는
느끼고 있었다.
사망림의
전체를 뒤덮고 있는 엄청난 마의 기운을...
그
기운은 광적으로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것은 마의 폭발이요,
욕망의
분출이었다.
(등마제주!
등마제!
과연 여기서 무엇을 알아낼 수 있을까?
취풍녀가 관련이 있다는 외에는...)
소일초의
마음은 의욕보다는 회의가 더 많았다.
주소아의
말을 듣지 않을 수 없어 참석한 등마제,
하지만
일단 부딪쳤으니 닥치는 대로 일은 해보고 볼 일이다.
그때
정천수호군주 왕혜려를 비롯한 정천수호군의 인물들은
짐짓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애써
긴장을 감추려 하는 태도가 역력하게 소일초의 눈에 들어왔다.
{긴장하고
있는가 흥분하고 있는가?
궂이
숨길 필요야 있나 다 사람마음에 있는 것인데.}
소일초의
말은 장난처럼 흘러나왔다.
그러나
정천수호군의 인물들은 눈빛을 빛내며 잠잠히 있었다.
밖에
있는 적들도 무섭지만,
마차 안에 있는 괴상한 청년 무적검도 종잡을 수 없어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소일초는 마차 밖의 상황을 훤히 알고 있었다.
그는
검은 사두마차가 사망림의 깊숙한 지점으로 진입하고 있음도 알고 있다.
한천이기가
계속하여 그에게 전음으로
앞 뒤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망림!
이곳으로
얼마나 들어갔을까?
돌연
검은 사두마차가 그 움직임을 멈춘다.
그곳은
잡초가 파도처럼 출렁이는 소리가 을씨년스럽게 들리는 곳이었다.
소일초는
눈을 떴다.
그러자
왕혜려의 시선을 강하게 느낄 수가 있었다.
그녀의 해맑은 동공이 가득 그를 담고 있었으며
그 어떤 기이한 감정을 풀어놓고 있지 않은가?
그런 왕혜려를 보며 소일초는 빙긋 웃음 지어 보였다.
그런
후 말했다.
{너무
늦었어! 난 이미 임자있는 몸이야!}
순간,
왕혜려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며 고개를 돌렸다.
마음을 들킨 것이 부끄럽기도 하고
그의
매정한 말에 화가 나기도 했던 것이다.
소일초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드디어
구렁이 뱃속이야. 두꺼비 친구들 잘해봐.}
왕혜려
역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어떻든
다시 만날 수 있게 되길 바라겠어요!}
그녀의
말투에는 감출 수 없는 정이 깃들어 있었다.
소일초는
그런 그녀가 바라보며 말했다.
{좋은
곳에서 만나게 되길...!
기왕이면
친구도 적도 아닌 사이로...!}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한데
그 말이 막 끝나자 마자,
쿠르르르!
마차의
철문이 둔중한 소리를 내며 열린다.
그리고,
한 사람이 모습을 나타낸다.
그는
한 명의 흑의복면인이었다.
눈빛이
회색빛을 띠고 있는 그 흑의복면인은
잠시
마차 안을 살핀 후 감정없는 억양으로 말했다.
{먼길을
오느라 수고들 했다.
이제 그대들은 이곳에서 가장 안락한 죽음을 맞게 될 것이다.
행운이요! 다시 맛볼 수 없는 축복이 될 것이다.}
죽음을
행운이라고 말하는 이 흑의복면인,
{내려와라.
한 사람도 빠짐없이...}
흑의복면인의
말은 죽음의 기운을 강하게 담고 있었다.
사망림에
소용돌이 치는 죽음의 기운 만큼이나 진하게...
정천수호군의
인물들은 아무 말없이 마차에서 내렸다.
이어
소일초 역시 검은 사두마차에서 천천히 내려갔다.
안개의
소용돌이가 무섭게 사위를 휘감고 있었다.
달빛에
물든 푸른 안개...
그것은
마치 지옥을 방불케 할 만큼 사망림을 음사하게 침잠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이 검은 사두마차를 중심으로
어둠
속 여기저기에 보이는 저 수 많은 붉은 악마화...
그것은
악마의 혓바닥처럼 사이하게 어둠 속에서 그 푸른 빛을 뿌리고 있었다.
(음!
대단하군.
어떻게 되던 빨리 신나게 한판 붙어라,
어떻게 좀 정리가 되야 뭘 알아 내기도 쉽겠지!
이
어르신은 어부지리를 취해주마.)
소일초의
마음은 야릇한 기대감에 차있었다.
이런
기분은 아마 마장탑에서 빠져 나온 뒤 처음으로 느껴본 것이리라.
스스스...!
이
악마의 땅 위로 죽음의 기운을 뿌리며 스쳐 지나가는 일진 음풍에
소일초는
표표히 옷자락을 나부끼며 사방을 살폈다.
우선,
수십 대의 또 다른 마차 즉 검은 사두마차가 눈에 들어왔다.
그
검은 사두마차 역시 이 죽음의 제전에 쓰일 제물을 싣고 온 것이리라.
인간
제물들!
그들은
대부분이 청년들과 소녀들이었다.
용모가 준수한, 그래서 그들 대부분이
무림의
기재기녀(奇才奇女)들임을 느끼게 하는...
한데,
그때 그들은 공포에 떨고 있었다.
그들은
곧 전개될 이 죽음의 제전에 대해 엄청난 전율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들의 공포는 무엇으로도 가다듬을 수 없는 것이다.
일단
그들이 사망림에 들어 온 이상
그들은
체념 이외에 달리 어떤 행동을 취할 수가 없는 것이다.
물론
그들 중에는 정천수호군의 인물들도 포함이 되어 있었다.
소일초는
다시 시선을 돌려 방금 그들이 타고 온 검은 사두마차를 바라보았다.
붉은
악마화이 걸려 있는 검은 사두마차 주위로는
정확히 삼십 육 명의 흑의인들이
마치
흔들리는 안개의 일부분인 양 희미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즉
그들은 검은 사두마차의 사방을 완전히 차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일초는
생각했다.
(한천이기의
말대로 저들의 무공은 일파종사의 경지에 올라있다.
놀라운 일이로군.
등마제의 일개 주구들인 저들의 무공이 저정도라니…
정천수호군은
버겁겠는데...)
한데
그때 정천수호군의 인물들의 표정은 완전히 경악에 질려 잇는 것이 아닌가?
그들의
시선은 한 곳에 고정되어 있었다.
바로
방금 그들이 타고 온 검은 사두마차의 지붕에
한
마리의 독수리가 나래를 접은 채 고요히 앉아 있지 않은가?
한데
그 독수리의 날카로운 두 발 사이에 끼어있는 몇 마리의 날짐승,
그것은 바로 정천보의 인물 사이에 연락용으로 쓰이던
바로 그 금색 전서구들이었다.
그것은 그 동안 정천보의 모든 기밀이
등마제주라는
인물에게 완전히 간파당하고 있었다는 결론을 말하고 있었는데...
그것을
본 정천수호군주 왕혜려와
나머지
정천보의 정천수호군 소속 인물들이 경악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리라.
소일초는
혀를 찼다.
{그
정도는 짐작했어야지!
등마제주도
합바지는 아닌데...머리 나빠 고생들이 많겠어.}
그리고
소일초는 계속하여 등마제주라는 인물을 살폈다.
등마제주!
그는
쉽게 발견할 수가 없었다.
하나
안광이 극도로 높은 경지에 올라 있는 인물이라면 그를 발견할 수가 있으리라.
그는
마차의 전면에 있는 붉은 악마화 앞에 앉아있었다.
악마화와 동화가 된듯 자연스럽게 어우려져
유심히
보지 않으면 그의 존재를 느낄 수도 없었다.
달빛은
다시 혈응의 핏빛 깃털에 반사되어 아래로 쏟아져 내리는데...
신비롭다.
그의
몸에서 풍기는 기운은 그야말로 극사한 것이었는데
발견하기는
어려워도 보는 이들에겐 강렬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노을처럼
환상적으로 형성되어 있는 그 인물이
바로
등마제주이라는 사실은 주지의 일이었다.
그는
면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면사의 사이로 드러난 눈망울은 유리알처럼 맑고 깨끗하였다.
그런
그의 눈망울을 보며 소일초는 느낄 수가 있었다.
(흔적을
다시 발견했군.
한천이기가 좋아하고 있겠지! 마교의 무공을 익힌 자를 발견했으니...)
그렇다.
극마의
경지에 이른 인물만이 지닐 수 있는 눈빛을
등마제주는
완벽하게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벌써부터
소득이 있으니 빨리 동선장으로 돌아갈 수 있겠군,
등마제주의 배후 집단 만 알아내면... 하지만 그 세력을 경시해서는 안되겠는데.
어쩌면 등마제주가 그들의 우두머리가 아닐 텐데...
극마의
경지에 다다른 고수가 많이 있다면 옛날의 마교보다 오히려 더 강하다는 말...)
마교에서는
오직 구마존 중에 천마존 만이 극마의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그런데
등마제주 역시 극마의 경지에 이른 인물인 것이다.
소일초의
생각은 이즈음에 이르러 있었고
다시 그의 생각이 이어질 즈음,
문득,
등마제주가 입을 열었다.
{시작하라!}
단
네 마디의 음성이었다.
어떤
인간의 감정도 찾아볼 수 없는 무심무정한 음성이었다.
한데
그 음성이 막 떨어지는 그 순간이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피리소리...
삐리리리...삐리리리...
사람의
감정을 팽팽하게 잡아당기는 그 소리,
어쩌면
이 피리소리는 등마제주의 음성과 동일한 시간에 터졌는지도 모른다.
한데
그 피리소리에 이끌린듯 사방의 붉은 악마화들이 움직인다.
아니,
붉은 악마화를 새긴 마인들이
등마제에
바쳐진 제물들을 향해 천천히 움직이고 있는 것이었다.
그때
소일초는 정천수호군주 왕혜려를 비롯한 정천보의 인물들을 쳐다보았다.
(왜
아직 움직이지 않는가? 시작하려면 지금 해야지!
멍청하게 이미 들통난 판에 더 기다려서 전멸할 작정인가?)
기습과
암습은 철저히 비(秘)로 시작되고 비(秘)로 끝나야 하는 것이다.
한데,
바로 정천보의 이번 거사는
보안의
부족으로 완전히 실패로 끝나가고 있는 것이다.
등마제주는
그것에 관해 한 마디의 언급도 없었다.
그가
정천보의 비밀을 파악했다는 말에 대해서...
하나
독수리의 발가락 사이에 죽어있는 그 몇 마디의 전서구는
그가 이미 정천보의 모든 것을 완전히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무언으로 보여 주는 것...
아무리 천하의 기재인 정천수호군주 왕혜려라 해도
그때는
난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아악!]
[흐윽!]
처절한
비명이 들린다.
붉은
악마화를 든 수백여 명의 인물들이 제물들을 덮쳐 들면서 일어난 비명이었다.
일신의
무공이 제압된 무림의 선남선녀들,
공포에 질려 달아나는 그들을 등마제에 초청된 마인들이
굶주린
늑대들처럼 덮쳐갔다.
곧
여기저기서 목불인견의 참극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청년들은
마녀들에게,
소녀들은
추악한 마인들에게 사로잡혀 욕정의 제물이 되어갔다.
어둠
속에서 터져 오르는 공포와 전율의 신음!
그것은 욕정의 폭발이요,
광란이었다.
소용돌이
치는 안개...
뜨거운
신음과 공포에 질린 비명이 병행하여 들리고...
마침내
등마제의 제전 중 육욕(肉慾)의 제전이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소일초를 향해 다가오는 그림자도 있었다.
삘리리리리...
어디선가 들려오는 피리소리,
그것은
천상에서 들려오는 듯 아름다왔다.
그러나
소일초는 그 아름다운 소리에 내포되어 있는 무서운 마력을 느끼고 있었다.
인간의 영혼을 잡아끄는 마력을 가진 피리소리는
사람들을
엄청난 욕정의 바다로 인도하고 있었다.
이것은
그가 마장탑에서 본 바있는 다섯 번째 석실의 아홉 음공중의 하나와 비슷했다.
무엇인가 빠져 있는 듯 위력은 그곳의 오욕음(五慾音)보다 뒤쳐지는 것 같지만
틀림없이 같은 운율이었다.
-오욕음(五慾音)!
마교칠십이절기의 하나인 오욕음은
인간에
존재하는 다섯가지 욕망을 극대화시키는 음공이다.
지금
피리로 연주되는 음은
오욕
중의 색욕(色慾)을 증폭시키는 색욕음(色慾音)이었다.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성을 잃어버리고 미친 듯한 색의 도구로 만들어 버리는 무공,
그리하여 마침내는 스스로 욕정에 몸부림치다가 정기의 고갈로 죽고마는...
그
소리에 접하자 소일초 조차도 욕념으로 가득 차오른다.
하지만,
(저
등마제주가 속한 집단은 어떤 형태로 마교의 배반자들과 연관이 있을까?
마교칠십이절기의
부본으로 저 오욕음을 익혔겠지!)
이
생각은 어떤 확신이었다.
동선장의
침입자들 역시 이들과 같은 집단에 속해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들이 먼저 한천이기의 존재를 알고
동선장으로
선공을 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소일초는
지금 새롭게 발견한 사실에 신선한 충격을 느끼고 있었다.
(이것이었군! 칠십이기재의 두 사람인 한천이기가
굳이
등마제에 나를 참석하라했던 이유가?)
그의
생각은 일단 이곳에서 멎어야 했다.
등마제주!
그가
소일초를 주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일초는
그 눈망울에서 극사한 아름다움을 느끼며
등마제주이라는
인물을 마주 바라보았다.
주위에서는
비명과 뜨거운 열락의 신음이 터지고
어디선가
피리소리가 끊임없이 흘러든다.
이곳은
인간의 세상이 아니었다.
인간의
욕정이 해일처럼 폭발하고 있는 신의 환락지(歡樂地)였다.
눈빛!
그
욕정의 환락지 사이에서 마주하고 있는 두 쌍의 눈망울...
하나는
극사의 아름다움을 차갑게 풍기고 있었고
하나는
무덤덤하고 광채마저 느껴지지 않는 졸리운 듯 한 것이었다.
이상하게도
등마(騰魔)들은 소일초를 스쳐가기는 해도 그를 덮쳐들지는 않는데...
문득,
등마제주의 면사에 가린 얼굴이 끄덕여 졌다.
스스스...
순간
등마제주의 손이 천천히 들려져 소일초를 가리켰다.
그러자
사방을 완전히 차단하고 있던 흑의복면인들의 얼굴에
언뜻
경악의 번져 흘르는 것이었다.
그들은
등마제주의 행동이 의외라는 듯 등마제주과 소일초를 번갈아 주시했다.
소일초는
자신을 가리키는 그의 손을 무심히 본 후 천천히 머리를 돌렸다.
그때였다.
{나를
따르시오.}
소일초의
영혼을 울리는 소리가 있었다.
더없이 아름다운 음성이나 그것이 여인의 음성인지
사내의
음성인지는 구분하기가 힘든 것이었다.
하나,
소일초는 그 음성의 주인이 바로 등마제주이라는 사실을 알 수가 있었다.
그때
등마제주는 허공을 밟으며 천천히 우측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나를
알고 있는 자로군.)
소일초는
그의 말을 음미하며 천천히 그를 따르기 시작한다.
걷는
그의 눈으로 왕혜려가 들어왔다.
그녀와
정천수호군들은 완전히 악마화 표기를 한 악인들에게 포위되어 있었다.
그녀의
용모가 중원에서 다시 찾아볼 수 없으리만큼 뛰어난 절색이었기에
그녀는
많은 인물들로부터 선호의 대상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그녀의 눈으로 스쳐가는 갈등,
그녀는
정천수호군의 군주,
정천수호군이 이곳에 온 목적은 바로
이
등마제를 지상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하는 것이다.
한데
등마제주라는 인물에게 자신들은 노출 되어버렸고,
때문에
그녀는 갈등하고 있는 것이다.
예정대로
감행할 것인가 철수할 것인가?
철수하기에는
참혹하게 죽어갈 무림의 젊은 남녀들의 운명이 너무 안타깝고
예정대로 공격을 감행하자니
노출된
지금 자기들 마저 몰살당할 지도 모른다.
왕혜려는
갈등하고 북궁헌은 감행할 것을 계속 주장한다.
그때 소일초의 전음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녀에게 들려왔다.
-함께 다 죽기를 원하는가 아니면 너만이라도 살겠는가...
너는 이미 등마제주에게 졌다.
깨끗이 물러나서 예쁜 얼굴이나 잘 다듬어라!
소일초의
전음을 들은 왕혜려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의
눈에 굳은 빛이 떠올랐다.
그것이
어떤 의미의 것인지는 소일초도 알 수 없는 것이지만...
추우우!
순간
파란 불꽃이 그녀의 손에서 달을 향해 치솟아 올랐다.
그때였다.
[크악!]
[아악!]
사방에서
갑자기 참혹한 비명이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
정천수호군이
철수하고 있었다.
그들은
한무더기가 되어 돌진하며 가로막는 등마들을 꺼꾸러뜨리고 있었다.
소일초는
걸음을 옮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쁘면서도
말잘 듣는 여자야.)
아무도
소일초 만은 제지하지 않았고
그는
유유히 등마제주를 따라서 숲으로 갔다.
계속하여
사방에서 죽고 죽이는 비명소리가 들려오고 있었고...
소일초는
잠시 후 사망림의 한 황량한 잡초림에 이르렀다.
등마제주는
잡초위에 앉아 달을 쳐다보고 있었다.
피리소리는
끊임없이 비명소리를 뚫고 이곳까지 울려오고 있었다.
지금,
소일초는 등마제주의 전신에서 진한 고독과 우수,
그리고
퇴폐를 느낄 수가 있었다.
{너에게도
이런 감상이 있는 줄은 몰랐는데...}
소일초의
이해할 수 없는 말에도
여전히
등마제주의 침묵을 지킨 채 달을 주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소일초는
앉아있는 그를 보고 등마제주는 달을 보고 있다.
두
사람 사이에는 긴 침묵의 강이 한동안 흐른다.
등마제주는
사방에서 울려오는 비명과 소란을
이미 짐작이라도 했다는듯이 태연하다.
어떤
동요의 빛도 그에게서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문득,
그의 시선이 소일초에게 돌려졌다.
그리고
그녀의 입에서 음성이 흘러나온 것은 한참이 지난 뒤였다.
{그대를
이곳에 부른 진정한 뜻을 아는가?}
소일초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어떻게 네 마음까지 알겠는가}
순간
등마제주의 눈에 언뜻 묘한 기광이 떠올랐다가 이내 사라진다.
{그대가
무슨 이유로 이곳에 올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아마
아주 중대한 일이 있기는 하겠지만...}
{중대한
일이 있지! 한 시라도 급하지!}
{그
목적은 저 정천보의 인물과는 다른 것이겠지?}
등마제주의
말은 어딘지 모르게 은근한 듯 했다.
소일초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스스스스!
한
줄기 야풍에 잡초림은 파도처럼 출렁인다.
소일초가
입을 열었다.
{취풍녀!
네가 등마제주라는 사실이 의외라면 의외지!}
갑작스런
소일초의 말,
취풍녀라니!
한데,
등마제주의 말투역시
갑자기
아주 부드러운 여인의 것으로 바뀌는 것이 아닌가?
{확실히
비범하군요. 맞아요. 언제 부터 알고 있었죠?}
{등마제가
시작되는 그 순간부터...}
등마제주,
아니 취풍녀는 아무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녀는
양양의 객점에서부터 소일초에게 관심이 있어서 접근했었다.
천하십이대고수
중 일녀(一女)로서 자리하고 있는 그녀...
소일초는
그녀가 맞은 편에 앉는 그 순간
이미
그녀의 몸에서 아주 미약하나마 낮은 소리가 나는 것을 알아차렸었다.
몸에서
휘파람 소리를 내는 여자,
주소아
아니면 취풍녀다.
주소아는
이미 소리가 완전히 없어져 버릴 정도로 무공이 깊어져
일부러가
아니면 소리를 내지 않았다.
취풍녀,
극마지경에 이르른 그녀가 주소아와 어떤 형태로든
관련이 있을 거라고 조예진이 말했었다.
그리하여, 만사를 재쳐두고 취풍녀가 주는
미혼분(迷魂粉)을
넣은 술을 받아먹고 잠에 취해 주었던 것이다.
취풍녀는
소일초가 일부러 속아주던 진짜로 속아주던 개의치 않았다.
스스로
무적검 승취풍 이라고 부르는 그에게 강렬한 매력을 느낀 것이었다.
자기를
올라타겠다는 그의 말은 그녀의 의도와도 어느 정도 맞아떨어졌던 것인데...
당연히
그 때문에 등마제가 시작되어도
어느
누구도 소일초에게 손을 뻗치지 않았던 것이다.
취풍녀가
고개를 들며 말했다.
{어떻게
된 것인지 알고 싶나요?}
{당연히
알게 되겠지!}
{당신이
일부러 응해 주었던 어쨌던 나는 당신을 이곳에 데려 왔어요.}
소일초의
힘이 실리지 않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따.
{그래서
나를 제물로 다루길 원하나...}
취풍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것이 이 등마제주로서의 제 뜻이죠.}
소일초는
얼굴가득 미소를 지었다.
{상당히
위험할 수 도 있을 텐데...}
취풍녀의
면사가 희미하게 날린다.
그녀는
웃고 있는 것이다.
{정천수호군의
소란도 무관심한 저예요!
한데... 당신 하나를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면 등마제주로서
애초부터 이곳에 나타나지도 않았겠죠.}
말을
한 후 그녀는 의미심장한 눈길로 소일초를 주시한다.
{아주
준수한 얼굴이군요!}
독백처럼
중얼거린 그녀는 천천히 소일초에게 다가온다.
소일초는
피식 웃는다.
{준수하다니...
취풍녀
네 눈은 껍질
속의 알을 볼 수 있는 재주가 있기라도 한 모양이군.}
{호호호!
그래요. 나의 눈은 정상인데 당신 얼굴이 비정상이지요!}
{그리고
우리 둘다 비정상인 것이 있지!}
{그게
뭐죠?}
취풍녀가
의아하게 물어온다.
{생각!
너나 나나 생각하는 것이 아주 삐뚤어져 있지.}
{맞아요,
내 마음은 삐뚤어져 있어요.
하지만
당신 역시 그렇다니 기뻐요.}
{내
마누라가 너의 그런 말을 좋아하지 않을 걸?}
{제가
당신의 부인이 아니었던 가요?}
취풍녀의
말은 은근하다.
{취풍녀는
세상에 너 혼자가 아니야!}
소일초는
단호하게 내뱉었다.
일순,
취풍녀의 몸이 흠칫했다.
{세상에
또다른 취풍녀가 나타났는가요?}
{오래전에...}
말끝을
흐리면서 소일초는 역근천골공을 풀었다.
강한 매력으로 먼저 상대방의 관심을 모은 이후에 절세적인 용모를 보여준다.
이것이야
말로 여인을 사로잡는 색귀(色鬼)의 대표적인 수법이 아닌가?
소일초
그는 취풍녀를 상대로 지금까지 그 수법을 응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스스스!
조용한
침묵 속에 서서히 변해가는 소일초의 모습...
시간이
흐르면서 등마제주의 면사는 가볍게 떨리기 시작한다.
달빛
아래 새로운 소일초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본래의
소일초의 용모가 그곳에 있었던 것이다.
천지간에서
가장 굴강한 표정과 신비롭고 수려하며
보는
것만으로도 여인의 방심을 흔들리게 하는 아름다운 얼굴...
{음!
}
순간
무엇인가를 물어려던 취풍녀의 입에서
신음인지
찬탄성인지 알 수 없는 소리가 입술을 비집고 흘러나왔다.
그녀의
몸이 가볍게 떨기까지 한다.
마치
어둠 속에서 한 줄기의 빛을 발견한 듯...
그의
보석처럼 빛나는 눈망울은
희열의
빛마저 내포한 침묵으로 뿌리고 있었다.
{좋아요!아주
아름답군요!}
무슨
말인지 그녀는 똑같은 말을 한동안 되뇌이고 있었다.
그런
다음 그녀는 더이상 소일초를 보기가 두렵다는 듯 시선을 허공으로 돌렸다.
{당신을
제물로 생각한 오늘의 등마제주는
어쩌면
이 땅에서 가장 큰 행운을 잡은것 같군요!}
소일초는
자신의 역근천골공이 풀어지는 순간
취풍녀의 몸에서 풍겨지는 기이한 향기를 맡을 수가 있었으니...
그것은 여인의 몸에서 발해질 수 있는 강렬한 체향과 지분냄새였다.
취풍녀가 동요했기 때문에 그녀는 자신이 완벽하게 감추고 있던
그
여인의 향기를 드러내게 되었던 것이리라.
그리고,
그녀의 몸에서는 허무와 퇴폐가 깊이 내재된
욕정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소일초는 느낄 수 있었다.
주소아에게서와는
아주 다른 느낌,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강렬한 그것은 오히려 때때로 한천녀에게서 나 보여지는 것 같던
그
느낌이 소일초에게 묘한 자극으로 전해져 왔다.
그때
취풍녀는 드디어 몸을 일으켜 바짝 소일초에게 다가왔다.
{지금
이 시간은 육욕의 축제가 벌어지고 있는 시간...
당신과
함께 이 축제를 만끽하고 싶어요.}
{내가
결국 제물이 되는건가? 너의 짝짓기 제물이...
이렇게
해서 몇 명의 사내와 관계를 가진 후 죽였나?}
{다른
곳에서는 몰라도 등마제에서는 세 사람 뿐이었어요!}
취풍녀는
숨을 몰아쉬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소일초의 말에 대답한다.
(나쁜년!
그게 적어?)
{그럼
이제 네 사람이 되는건가?}
{하지만
당신은 달라요. 영원히 곁에 두고 싶어요.}
{끔찍하게
들리는군.}
{당신은
내키지 않은가요?}
소일초는
등마제주을 뚜렷히 직시했다.
{나는
항상 여자의 신비에 감탄하고 있지.
여체에서
느껴지는 그 흥분을 즐기는 편이지!}
순간
취풍녀는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호호호호!}
그러다,
{나도
그런 점은 마찬 가지였어요!
늘 나에게도 이런 우발적으로 사내를 받아들이고 싶은 욕망이 있었어요!
이편이
아는 사람과의 행위보다는 더 짜릿하죠.}
그녀는
소일초에대해 깊은 동질감을 느끼는 듯 했다.
달빛과
야풍 속에서 그녀의 손은 은밀하게 소일초의 몸을 더듬고 있었다.
{오늘
밤, 오늘 밤 나는 등마제주이고 당신은 내 짝이예요!
그것이
우리가만난 의미의 모든 것이죠.}
소일초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오늘
밤은 내가 거꾸로 여자의 장난감이 되는구나,
어디
소아의 흉내나 한번 내 보자.)
그리고,
그는 자신의 몸을 완전히 취풍녀에게 내맡기고 있었다.
소일초의
음모속으로 그녀가 빨려드는 것인가?
아니면
그녀가 미끼만 따먹고 도망치는 물고기가 될 것인가?
멀리서
아직도 비명소리가 끊이지 않는데...
취풍녀는
자신의 옷을 벗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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