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 十八 章 魔藏塔의 超絶技들
두번
째의 석실,
이곳
역시 장방형이었다.
또한
전신을 회색빛으로 표백시킬 것 같은 가공할 마기가 흐르는 것 역시 첫번 째 석실과 같았다.
그리고
마치 살아서 꿈틀거리는 것처럼 생생한
아홉
명의 기재들의 시신이 사면 벽에 정좌하고 있는 것까지!
다른
점은 이곳의 모든 분위기가 첫번 째의 석실에 비해 훨씬 강렬하다는 것 뿐이었다.
소일초와
주소아는 또 다른 호기심을 담고 석옥을 살피고 있었다.
한데
이 석옥의 사면 벽과 천정에는 첫번째 석실에서 보았던 손의 조각 대신,
주먹(拳)!
수만
개의 정교하기 이를 데 없는 인간의 주먹이 조각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 주먹들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을 담고 있는 것처럼
형용할
수 없는 꿈틀거림을 보이고 있었다.
때문에
이 사방 십여장의 석실은 이 신비로운 생동감으로 꽉 차있는 형태였으니...
허나
그것은 표면적인 것 일 뿐 그것을 대하고 느끼는 소일초와 주소아는 어떠한가?
생동감
만큼이나 파괴적으로 보이는 주먹들!
꿈틀거림
만큼이나 잔인해 보이는 주먹들!
{살심(殺心)을
돋구는 주먹들이야!}
소일초와 주소아,
그들은
전신으로 해일처럼 밀려드는 엄청나게 사악한 기운을 검마의 사리로물리치고 있었다.
하나
주먹들을 살피고 있는 소일초와 주소아의 눈망울은
신비로운
아름다움으로 물들어 있었다.
강(强)해보였다.
무엇이나
부수어 버릴 것 같았다.
그
주먹들을 보면서 자신이 나약해 지는 감을 느끼는 두 사람이었다.
그렇다!
그
주먹들은 모두 강인함의 극치를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소일초와
주소아는 기이한 매혹을 느끼며 그 주먹들을 살펴 나가기 시작했다.
헌데
바로 그때였다.
고오오오!
돌연
석실의 사면 벽을 아득히 울리며 들려오는 이 소리는 또 무엇인가?
그 소리는 순간적으로 소일초와 주소아의 영혼을 일깨웠다.
-아아아!
선택된 마교지존이여!
이
땅에 남아날 수 있는 것은 오직 우리의 뜻으로 이룩된 한(恨)과 저주(詛呪)뿐이로다!
이제
이 땅은 우리의 손에 의해 움직이고,
우리의
주먹에 따라 부서지며,
우리의
주먹에 따라 삶이 결정되리니!
기뻐하라,
마교지존이여!
기억하라!
마교칠십이절기 중 아수라권(阿修羅拳)을...
아수라권을...
아...수...라...권을!
이 영혼을 울리는 소리는 점차 흐려가고...
소일초와
주소아의 영혼은 점차 맑은 상태로 회복되고 있었다.
헌데
그때였다.
고오오오-----
권영(拳影)!
무어라
형용해 낼 수 없는 수 만 개의 권영이 석벽으로부터 폭출되는 것이 아닌가?
그
저주의 아수라권의 그림자들이 아홉 기재들의 몸에서 시작하여
소용돌이치듯
일어나며 석실의 허공에서 하나로 합일되는 것이 아닌가?
보라!
이
세상의 모든 강함과,
이
세상의 모든 파괴가 아수라권의 권영이 만들어낸 하나의 주먹에 넘실거리지 않는가?
소일초와
주소아는 넋을 잃고 말았다.
헌데
그렇게 느낄 그 순간이었다.
파아아아!
그
강렬한 힘을 가진 듯한 주먹,
아수라권은
소일초와 주소아의 영혼을 꿰뚫고 거대한 파문을 일으키는 것이니...
파츠츠츠!
그
위기의 순간 소일초와 주소아의 손에 쥐어져 있던 검마의 사리에서 또 다시 서기가 뻗어나오고,
그토록
강인할 것 같던 아수라권의 권영이 안개처럼 흩어지는 것이 아닌가?
이미
이러한 경험은 수 차 겪었던 것,
주소아와 소일초는 놀라거나 불안해 하지도 않았다.
일백오십년
참수(參修)한 검마를 믿어 의심치 않기에!
시간은
흘러갔다.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흘러갔다.
소일초와
주소아는 그 석실의 아홉가지 권법을 머리 속에 담고 있었다.
그리고...
없었다.
석벽과
천정에 가득했던 그 수 만 개의 주먹 조각들이 흔적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었으며,
그
권법들의 창조자인 아홉 기재들의 시신 역시 한줌의 가루로 흩어져 있었다.
허나
그것도 잠깐,
이미 한 번 그와 같은 변화를 겪은 소일초와 주소아는
곧
침착을 되찾고 얼마간의 여유를 보였다.
그러나
진정 마교칠십이절기의 무공은 하나하나가 지독하리만큼 가공했다.
그
가공함에 소일초와 주소아는 끝없이 놀라고 있었다.
과연
소일초와 주소아는 그 마교칠십이절기가 풍기는 사악함에서 어느 정도나 자신을 지킬 수 있을지!
× × ×
제삼의
석실,
이
석실의 크기라든가 형태면에서는 처음 두 석실과 별로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러나
분위기,
이
석실이 풍기고 있는 분위기만은 판이하게 다른 것이었으니...
보라!
사면의
벽과 천정과 공간이 온통 붉은 검(劍)으로 꽉 차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
분명한
검이다.
달려있거나...
붙어있거나...
허공에
부유하고 있는 붉은 검은 실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스스스스!
투명하면서도
은은한 자광을 뿌려내고 있는 검(劍)...
소일초와
주소아는 생각했다.
(저
검들은 어떻게 해서 공중에 그냥 떠다니고 있을까?
정말
교묘하게 만들어 진 것 같은데...)
수천
개의 붉은 검!
그것의
정확한 숫자는 헤아릴 수 도 없었다.
{석실
속에 떠다니는 검이라니...?}
주소아는
그 신비한 검에 의혹의 시선을 보냈다.
소일초와
주소아는 물끄러미 사면 벽에 빙 둘러 앉은 채 죽어있는 아홉 기재들을 응시했다.
헌데
돌연 소일초와 주소아의 아름답고 신비롭기 이를 데 없는 눈망울에 가는 경련이 일었다.
슈슈슈슈슛!
은은한
붉은 빛을 자욱이 뿌리면서 내렸다가 물보라처럼 일어나며
자신을 향해 몰려드는 검들을 주시하는 소일초와 주소아는
그들은
이 검들이 하나하나가 서로 다름을 느꼈던 것이다.
놀랍게도
그 검 하나하나에 가공할 극사, 극마의 기운이 물살처럼 퍼져오고 있었다.
뿐인가?
그
검에 실린 그 기운들은 곧 무서운 기세로 소일초와 주소아를 향해 밀려드는 것이었으니...
{잘못하면
가루가 돼버리겠다.}
순간
소일초의 외침이 들리고,
스르르르!
휘스스스!
미풍처럼
가벼운 붉은 검들은 일시에
소일초와
주소아의 전신으로 폭풍처럼 밀려드는 것이니...
(피...피해야
한다.)
하나 그것은 단지 그들의 생각일 뿐이었다.
그
어떤 것으로도 소일초와 주소아는 그 검들을 피할 방법을 찾아낼 수가 없었다.
소일초와
주소아가 한 곳에 있을 때는 그토록 조용히 날던 검들이
일단 소일초와 주소아가 빠르게 움직이자
그
검들은 그들의 움직임 보다 더 빠른속도로 그들의 몸을 가격해 왔던 것이다.
그것도
정확히 소일초와 주소아의 십대사혈(十大死穴)을 향해 수백의 무리를 지어 날아드는 검...
돌연,
{마왕수(魔王手)!}
주소아의
입에서 다급한 외침이 튀어나왔다.
슈우우우!
순간
시리도록 투명한 하나의 손 그림자가
그녀의
우수(右手)로부터 환상처럼 솟아나는 것이 아니가?
그
손은 바로 저주의 마왕수였다.
찰나,
석실의 모든 대기가 일시에 그 마왕수에 응축되는가 싶더니...
다음
순간 무서운 폭발음과 함께 그 마왕수는 그대로 수천 개로 분리확산되면서
생명을 사멸시켜버릴 수만은 변화를 담고
그대로
저 수많은 검을 향해 터져 나가는 것이 아닌가?
그
가공할 위력!
그것을
어지 필설로 형용할 수 있겠는가?
한데
이게 웬일인가?
스스스르르!
거센
폭풍에 휘말린 것처럼 사방으로 흩어지던 검들이 한
순간 더욱 빠른 속도로
소일초와
주소아의 전신 삼백 육십 혈을 노리고 짓쳐드는 것이 아닌가?
{마왕수로는
막을 수가 없다.}
소일초의
외침과 함께 그의 손에서 두 번째 석실에서 배운
여덟 가지의 서로 다른 권법이 잇달아 펼쳐졌다.
그러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검은
다시 더욱 빠른 속도로 소일초와 주소아를 노리고 파고 들었다.
여덟가지의
권법도 소용이 없고
생사보록(生死寶錄)의 무공들도 마찬가지의 결과를 가져 왔으며,
오히려
검의 기세만 더 흉폭하게 했을 뿐이다.
소일초는
주소아의 몸을 낮추어 바닥을 앉도록했다.
그의
손에는 언제 꺼냈는지 새파란 소도(小刀)가 들려있었다.
바로
백인장의 최고 신물이랄 수 있는 청옥소도(靑玉小刀)였다.
스악!
청옥소도가
검처럼 사방으로 원을 그리며 뻗어나갔다.
소일초
최후의 절초,
바로
검마의 일초무적 검벽신공(劍壁神功)이 펼쳐진 것이다.
청옥소도의
끝에서 형성된 무형의 기류는 사방팔방에서 몰려오는 붉은 검들을 휘감았고...
붉은
검들은 일제히 기류속으로 휘말리며 천정으로 몰려갔다.
그러나
천정에 부딪치기도 전에 검들은 다시 변화를 일으키며 강렬한 저항을 했고,
소일초는
청옥소도를 이리저리 흔들어서 붉은 검들의 저항을 일소시키고 있었다.
일단
힘이 들기는 하지만 그의 검공에 붉은 검들이
더이상
두 사람에게 접근해 오지는 못하자 긴 안도감이 생겼다.
{부수어
버리자. 가루가 돼도 움직이는가 보자!}
소일초가
화가 나서 소리쳤다.
한데
그 순간에서도 소일초와 주소아의 영혼을 아득히 적시며 흘러드는 소리가 있었으니...
-마교지존이여! 만마검(萬魔劍)을 거역치 말라.
만마검은 어떤 것으로도 피할 수 없으며... 막을 수도 없는 것...!
우리의 뜻으로 인세의 모든 사악(邪惡)과 패륜(悖倫)과 부덕(不德)을 담아 만든 만마검이로다.
{그럼
뭐야? 이대로 갈갈이 찢겨 죽으란 말인냐?}
소일초의
분통터지는 소리가 울려퍼지고...
영혼을
텅비어 가듯이 떨어지던 마의 음성은
다시 으스스한 한기를 뿌리며 소일초와 주소아의 영혼 속으로 밀려들었다.
-만마검은
모두 일만 개이나 그것이 하나로 합쳐 졌을 때는 천지간에서 가장 뛰어난 검이 되나니...
그를
일컬어 마황검(魔皇劍)이라 하노라!
마황검은
그 어떤 호신강기로도 막을 수가 없으며,
그 어떤 뛰어난 보법으로도 피할 수 없고,
그
어떤 무공으로도 상대할 수 없는 것이다.
아아!
마황검!
천지간에서
가장 뛰어난 검이라!
그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일만
개의 검이 합쳐져 하나의 검을 형성하고 그것을 마황검이라고 명명(命名)한다니...
마황검!
그러나
소일초와 주소아는 마주보고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무엇으로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다는 그 만마검이
지금 소일초의 청옥소검에 휘말려 소용돌이 치고 있는데...
화가
더 나면 가루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는데...
그
음성은 분명 사기(詐欺)치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음성은 자화자찬 속에 계속되었다.
-그리하여 우리 아홉 기재들은
마황검이
고금제일지검(古今第一之劍)이라는 신념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마황검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아홉 가지의 검식(劍式)을 창조하였으니
이름하여
마검구식(魔劍九式)!
마황검과
더불어 이 고금제일의 검법을 마교칠십이절기 중 하나로 전하나니
마검구식은
오직 마황검으로만 펼칠 수 있는 것으로써...
우리의
뜻에 따라 일만 변의 검리(劍理)를 합쳐 모두 아홉 가지의 변환을 이루노라!
그로부터
소일초와 주소아는 마검구식의 검법요결을 들어야 했고...
소일초는와
주소아는 그 마검구식이 어쩐지
백인장의
마도구식(魔刀九式)을 의식하고 만들어 진 것 같다는 것을 느꼈다.
음성이
마검구식의 구결을 다 설명하고 났을 때,
일만 개의 가볍고 붉은 검이 서로 모이며 강렬의 빛을 뿜어내고
하나의
검이 되어 바닥에 떨어졌다.
바로
마황검(魔皇劍)이 된 것이다.
그
검을 집어 들면서 소일초가 말했다.
{재미있는
곳이야! 조금도 심심할 틈이 없으니...}
{이제
겨우 이십칠절기를 구경했을 뿐이야!}
그들의
뇌리 속에서 마검구식이 완벽하게 기억이 되었고...
또한 소일초는 일만 개의 검이 합쳐져 완성된 이 땅에서 가장 완벽한 검,
마황검(魔皇劍)을 얻었다.
무겁고
둔중함 마저 어린도를 닮은 듯한 마황검!
그
마황검은 이렇게 소일초와 운명의 만남을 이루었던 것이다.
그리고
얼마가 지난 후에 소일초와 주소아는 다시 네 번째의 석실로 걸음을 옮겼다.
그들의
손엔 여전히 검마의 사리(舍利)가 들리워져 있었다.
그리고
세월을 느낄 수 없는 곳에서 기상천외한 마공들을 익혀가고 있었다.
바깥세상에는
해가 거푸 바뀌고 있는데...
× × ×
-마교칠십이절기(魔敎七十二絶技)!
이 광세의 살인마학(殺人魔學)들은
아무리 하늘의 축복 속에서 태어난 선인(善人)이라 하더라도 이 무학을 연성하노라면
인세에서는
다시 찾아볼 수 없는 혼세의 마물(魔物)이 되어버리고 만다.
인간이
지닐 수 있는 인성(人性)을 모두 상실해 버리고
오직
피와 죽음과 저주와 증오의 심성(心性)만이 가득 채워지는 마교칠십이절기!
누구라도
그 마교칠십이절기 중 한가지만 연성한다 해도
완전히
인성을 잃어버린 마물이 되어 버리고 말리라,
그런데
칠십이기재의 한과 저주가 깃들어 있는 마교칠십이절기를 익혀가는 소일초와 주소아!
과연
그들은 어떻게 변했을까?
칠십이기재들의
주문대로 인성(人性)이라고는 모를 피의 마물이 되어 버린 것인가?
글쎄...
* * *
세월은
변했다.
그리고
무림도 변했다.
변해도
엄청나게 변했다.
무림의
주도세력들이었던 신주사패천중 강남의 백인장과 강북의 청옥검궁,
그리고
삼성무림청은 어디론지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들은
이제 중인들의 아득한 기억의 망각 속에으로 침몰하고 마는가?
불과
일년이 지났을 뿐인데...
전설!
삼성무림청의
전설!
백인장의
전설!
청옥검궁의
전설!
그렇다.
불과
일 년 전만 하여도 무림의 지배자였던 이들 세 세력이 이제는 전설로 치부되고 있는 것이다.
뉘라서,
대저 뉘라서 백인장을 망각할 수 있단 말인가?
뉘라서
백인장주 소선풍을 전설 속에 넣을 수가 있단 말인가?
모른다.
아무도 모른다.
삼성무림청과
백인장, 그리고
청옥검궁이 전설의 주인공이 되어
현무림에
떠돌게 된 것을 누가 해석하고 설명할 수가 있단 말인가?
그것은
고금 최고의 신비요, 불가사의인 것을...
그들은
마치 아침 안개가 따사로운 양광(陽光)아래 흔적도 없이
소멸되어 버린 것처럼 사라져 버린 것이다.
누구도
그들의 흔적을 찾을 수는 없었다.
그런
경악과 전율 속에서 시간은 흘러갔고...
그
무서운 시간이란 악마 속에서 탄생한 또 하나의 충격이 있었다.
삼성무림청과
백인장, 그리고 청옥검궁이 사라진 후
백가장(白家莊)과
혈군자(血君子)가 이끄는 취현성(取賢城)이 남북을 갈랐는데,
또다시
중원의 땅 위에 또 다른 두 개의 거대한 세력이 출현한 것이다.
-등천마세(騰天魔勢),
-정천보(正天堡),
무림인들은
말한다.
등천마세와
정천보이야말로 무림사상 완벽한 잠재력을 지닌 세력이라고...
그리고
이 두 개의 세력을 기존의 두 세력과 함께 칭하여
또다시
신흥 사대세력(四大勢力)이라 하니...
등천마세는
사마(邪魔)의 지배자로 등장했으며,
정천보은
백도(白道)의 하늘이라!
천지간에
존재하는 온갖 사마요악(邪魔妖惡)의 기운을 중심으로 하여 거대한 마풍을 잃으키며
무림에
출현한 등천마세는 그야말로 파죽지세로 흩어진 사마의 무리들을 하나로 일통했다.
급기야
등천마세는 혈군자가 세운 취현성마저 잡아먹어 버렸다.
그리고
정파무림의 수호자로 부상한 정천보(正天堡)...!
자비와
선과 인의를 근원으로 탄생한 정천보는 이제 모든 정파무림인들의 성역(聖域)이 되어 있었다.
정파무림인들은 정천보를 중심으로 뭉쳤고,
정천보은 급기야는 정파연합체로 완성이 되었다.
구파일방도
정천보의 지지세력이 되었다.
오직
백가장만이 흡수되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다 어느날 강호도상에서 사라져 버렸다.
하나의
거대한 문파가 소멸되었음에도
이
격동의 시대에 그것은 있은 듯 없은 듯 사그라져 버린 것이다.
등천마세와
정천보!
그들
정사이대세력(正邪二大勢力)은 마치 환상의 신기루처럼 솟아나
불과
일 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무림을 이분해 버린 것이다.
이것은
무림사에 그 유래를 찾아 볼 수 없는 거대한 괴변이었던 것이다.
한데
천하무림인들은 미처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정사이세의
진정한 내력에 대해서...
아니
굳이 무림인들은 정사이세의 신비를 풀지 않으려 하는지도 몰랐다.
신비를
푼다는 그 자체가 무림인들에게는 또 다른 공포와 전율이 될 수도 있었기에...
바람처럼
시작도 끝도 알 수 없는 존재들...
분명한
것은 그들이 엄청나게 강한 힘을 보유했다는 사실 뿐이었다.
그
힘! 그 가공할 잠재력!
과연
그것은 어디로부터 시작되었으며, 어디로 흘러가는 것인지,
그리고,
정사이세의 공존과 함께 무림은 근래 볼 수 없었던 평화의 시대를 구가하고 있었다.
폭풍전야의
정적이 바로 이런 것인지는 모르지만 무림은 죽은 듯한 정적에 잠겨 있었는데...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비릿한
피의 바람이...
그
바람은 등마제(騰魔祭)의 소문과 함께 시작이 되었다.
-등마제(騰魔祭)!
그것은
악마들의 축제다.
그것은
죽음의 제전이다.
모든
살인(殺人)이 허용이 되고 어떠한 형태의 악(惡)도 용납이 되는,
그리하여,
더이상 잔인할 수도,
더이상
악랄할 수도 없는 저주의 축제가 바로 이 등마제였던 것이다.
십오야(十五夜)
만월이 뜨는 밤이면
이
땅은 어디선가 죽음의 축제에 악마들이 혼탁한 숨결을 토해낸다.
살인과
방화!
간음,
간통, 난륜!
이런
패륜의 축제가 난무하는 등마제!
누구도
그곳에는 접근하지 말라!
접근하면
어떻게 죽을지도 모르며, 어떻게 마인들의 재물로 변할 지 모른다.
이제 천하의 모든 정파무림인들은 등마제을 두려워 하기에 이르렀고,
울던
아이들도 등마제라는 말만 들어도 혀가 굳어져 울음을 그쳐야 했다.
십오야
만월은 이제 무림인들에게 죽음의 대명사 같은 존재가 되었으며,
만악(萬惡)의
상징이 되어 버렸다.
하나,
사파의 마두들에게는 등마제야 말로 꿈의 제전인 것이니...
잠재된
그들의 욕망의 유일한 분출구이며,
인간의 탈을 벗고 짐승이 될 수 있는 유일한 축제이기에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그들은 등마제의 초대장이 날아 들기만을 목이 빠지게 기다리는 것이다.
그리하여
무림의 짧은 평화는 무참하게 깨어지고
등마제라는 피의 폭풍과 함께 난세는 그 거추장스런 허울을 벗어던지니...
바야흐로 당금의 무림은 난세중의 난세였다.
× × ×
쿠르르르!
일성
굉음과 함께 하나의 석문이 열렸다.
바로
마장탑 내의 여덟 개의 석실 중 마지막 여덟 번째의 석실 즉,
마교칠십이절기라는
저주의 무학 중 마지막 아홉 절기가 비장된 석실이 열린 것이다.
그러자
우선 사이한 운무가 해일처럼 뿜어져 나왔으며...
더불어
두 사람의 남녀가 천천히 그 최후의 석실로부터 걸어나오고 있었다.
여인의
황홀하리 만큼 아름다운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왔고...
사나이의
긴 장발(長髮)이 다음,
마지막으로
그들의 헤어질대로 헤어진 옷이 눈에 들어왔다.
더불어
사악한 기운이 몰아치는 곳에서 그들의 부드러운 분위기가 풍겨져 나왔고...
이어
서기(瑞氣)가 은은히 그들을 사악한 마기 속에서 감싸 보호하고 있었다.
그것은
인간의 몸에서는 도저히 발산될 수 없는 것,
그
두 사람의 손에서 부터 일어나는 것이었으니...
장엄한
서기를 전신에 뒤덮고 있는 그들은 대체 누구이겠는가?
남자!
세월
저 너머 아득한 세월,
그 세월에 존재하던 그 어떤 미남자 보다도 준수한 얼굴의 남자,
한데 문제는 그 얼굴에 함유된 고집과 심술에 있었다.
도대체
이 인물의 얼굴에 어린 저 끼(?)는 어떻게 저토록 매력을 발산하고 있단 말인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기이한 매력을 지닌 이 인물은 누구인가?
그리고
여인,
틀어올린
머리 밑으로 보이는 뽀얀 얼굴에는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서기보다 더 강렬히 발해지고,
너무도
부드러워 꺼져버릴 것 같은 가날픈 몸은 오히려 사람의 영혼을 앗아갈 듯 하다.
이들은
누구겠는가?
바로
소일초와 주소아!
그들이
아니겠는가?
어린
꼬마에서 청년과 숙녀의 몸으로 완전히 변화된 그들의 모습은 물처럼 고요하고 심유한 것이었다.
물끄러미
닫히는 마지막 석실의 문을 응시하는 그들의 아름다운 동공에 반짝 감회의 빛이 스쳤다.
{익힐
게 뭐 있다고 그 고생이람. 알고 있으면 자연 할 줄도 알게 되지!}
소일초가
지독한 무공광(武功狂)인 주소아에게 투덜거린다.
구경만
하고 말자는 그를 억지로 붙잡고 익혀보자고 졸라대던 그녀였다.
{그래도
잘만 익히더라!}
이제
그들은 마교칠십이절기가 남겨져 있던 여덟 개의 석실을 모두 통과했다.
뿐만
아니라 몸으로 익히기 까지 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는 모른다.
어떻게 생각하면 아주 오랜 세월이 흘러버린 것 같기도 하고
또
어쩌면 얼마되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
그럼에도
단 한가지만 익혀도 인간 마물이 되어버린 다는 마교칠십이절기를 익히고도
그들은 전혀 마성(魔性)에 물들지 않은 듯 했다.
아마
언제나 손에 쥐고 있는 검마의 사리(舍利) 때문일 것이다.
사르르!
소일초와
주소아는 통로를 따라 미끌어지듯 걸음을 옮겨갔다.
걸음을
옮기는 소일초의 등을 덮고 있는 그의 긴 흑발은 아름다운 포말을 일으켰다.
걸음을
옮겨가매 주소아의 가날픈 몸은
바람에
날려가기라도 할 듯 하늘거리고 있어 위태로워 보이기 까지 했다.
{이제
어디로 가게 되는 걸까? 여덟 개의 석실은 다 지났는데...}
{걱정할
것 없어, 그 미친 작자들이 다 알아서 챙겨 놨을 거야! 침상은 하나 뿐이겠지만!}
주소아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
잘난 척하는 마교의 칠십이기재들은 두 사람이 들어오리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는지
뭐든지
하나 씩 만 준비되어 있었다. 당연히 침상도...
성숙한
몸으로 소일초에게 짖궂은 장난을 받는다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었다.
자기도
주체할 수 없는 어떤 강렬한 욕망에 그녀도 부르르 몸을 떤 적이 한 두 번도 아니었다.
소일초
역시 마찬가지,
워낙 완강하게 주소아가 최후의 선을 지키고 있어서 그렇지
다른
장난은 해보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 였다.
주체할
수 없는 욕망에 주소아의 몸을 끌어안고 몸부림친 것은 수를 헤아릴 수 조차 없었다.
몸이
완전히 성인으로 변해 버리기 이전에도 장난을 했지만,
그것들은
호기심과 기분이 좋다는 정도였을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그들은 이미 육체적인 욕망을 느껴오고 있었던 것이다.
몸의 성장과 더불어 그들의 마음에도 빠른 변화가 왔지만,
그들은 애써 그 변화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여전히 본연의 행동을 하고자 노력해 왔다.
소일초의
말은 사실이었다.
칠십이기재들은
지금까지 치밀한 안배로 그들로 하여금 따르기만 하면 되도록 해놓았었다.
사르르르!
통로를
따라 걸음을 옮겨가는 소일초와 주소아,
돌연
그들의 발길이 한 곳에 우뚝 멈추어졌다.
{정말
이곳에 또 다른 석실이 있네!}
주소아가
말했다.
보라!
소일초와
주소아의 면전에 또 하나의 석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들은
이곳이야 말로 마장탑의 최후 비밀이 숨어있는 것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이 석실은 지금까지의 석실에 비해 실로 어마어마하게 넓었다.
스스스스...
그
속에 핏빛의 운무가 기이한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넓다란 공간을 자욱이 메우고 있었다.
한데
이 넓은 석실의 공간에 한 개의 석대(石臺)가 놓여있었다.
그리고
그 석대 위에는 두 개의 관(棺)이 놓여 있었다.
하나는
핏빛이 진하게 풍겨지는 혈옥관(血玉棺)이었으며,
또
하나는 눈보다 흰 백옥관(白玉棺)이었다.
자욱이
푸른 기운과 붉은 빛과 흰 빛이 교차하는 광경은 실로 형용할 수 없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었다.
소일초와
주소아는 두 개의 관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묵묵히 생각에 잠겼다.
(기이하다.
여덟 개의 석실과 거의 흡사한 분위기를 풍기는데... 저 관(棺)들은 대체...!)
문득,
주소아가 단정적으로 말했다.
{아!
여덟 번째 석실에서 보이지 않았던 두 명의 기재들의 관(棺)이야!}
소일초도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기에 머리를 끄덕였다.
그들이
방금 나선 여덟 번째의 석실!
이곳은
먼저의 일곱 개의 석실과 다른 점이 하나가 있었다.
그곳에는
유독 아홉명이 아닌 일곱 명의 기재들만이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두 개의 관을 보자마자 남은 두 기재의 관(棺)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었던 것이다.
소일초와
주소아는 사방을 둘러본 후 바짝 석대 앞에 다가섰다.
사방벽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의 손에는 혹시라도 있을 지 모르는 극악한 마기를 물리치기 위해
검마의
사리가 꼭 쥐어져 있었다.
{이
두 개의 관속에 최후의 비밀이 있단 말인가?}
침중하게
내뱉는 소일초였다.
이
생각 역시 확신으로 그들의 가슴에 와닿았던 것이다.
(으음!)
잠시
동안 관을 살폈지만 더이상의 것은 발견하지 못했고 어떤 변화도 찾을 수가 없었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돌연 두 개의 관으로부터 여운처럼 영혼의 울림이 흘러나오는 것이 아닌가?
-아아아아!
마교지존(魔敎至尊)이시여!
그대는
우리의 뜻에 따라 창조된 위대한 인간!
우리들
한천이기(恨天二奇)는 육십 년의 세월을 오직 그대 만을 기다려 왔소이다.
우리는
칠십이기재들 중 두 명,
당신에게
천지파멸의 길을 열어드리기 위해 살아온 삶이었소!
마교지존이시여!
그대에게 진정으로 바라노니 마교칠십이절기 중 청사무(靑邪霧)를 펼쳐서
우리들의 관을 열어주기 바라오!
영혼의 소리!
귀로
들리는 것이 아니라 뇌리에 바로 전해지는 신비한 소리였다.
{흠!
지금까지의 그 귀신같은 소리가 바로 이 관에서 나왔었군!
어째
귀신소리 같더라니...!}
소일초가
중얼거렸다.
그렇다!
그들이 마장탑에 들어와서 들었던 신비한 연혼의 울림은
바로
모두 이 두 개의 관에서 흘러나온 것이었다.
{보고싶지
않은 귀신들이지만 여기서 나가자면 하는 수 없겠지! 제길...
귀신을
만나게 되다니...}
헌데
관 속에서 울려나온 그 영혼의 소리가 말하는 청사무란 어떤 것인가?
-청사무(靑邪霧)!
이것은 마교칠십이절기 중 하나로써
아홉 가지의 사악한 기공이 기록되 있던 여섯 번째의 석실에 있던 절기이다.
전신을 푸른 유형의 사기(邪氣)로 두르고
인간의
악을 바탕으로 스스로를 파괴하게 하는 극사의 마공!
그것은
죽은 시신(屍身)을 일시에 깨워 강시(疆屍)로 부릴 수 있다는,
그야말로
천지간에서 가장 사이한 마공 중의 하나인 것이다.
지금
그 무서운 청사무는 관 속의 기재들이 원하고 있는 것이니
소일초와
주소아는 망설여 지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육십 년 전의 기재들이 아직 생존하고 있다는 사실에 상당히 불쾌해 하고 있었다.
이미
모두 오래 전에 죽었으리라고만 생각했던 칠십이기재들이 아닌가?
{나가자면
하는 수 없지!}
주소아도
침음성을 흘리며 소일초와 같은 결단을 내리고 있었다.
천천히
그녀는 청사무를 양팔에 끌어 올리고 있었다.
스스스!
순간
놀랍게도 그녀의 양 손에서 푸른 안개가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빨리해!
보기에 좋지 않아!}
소일초는
자기의 예쁜 놀이개 주소아가 끔찍한 마공을 쓰는 것에 불만인지 한마디 한다.
주소아의
눈은 그를 흘기고 손에서 무럭무럭 일어난 푸른 안개는 순식간에 그녀의 몸을 감싸버렸다.
쏴아아아아!
그리고
그 푸른 안개는 그대로 두 개의 관으로 몰려갔다.
순간...
덜컹!
덜커덩!
석실을
울리는 진동음과 함께 두 개의 관 뚜껑이 허공으로 치솟아 올랐다.
그와함께
관은 청사무에 완전히 뒤덮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었다.
잠시
동안 허공에서 풍차처럼 돌던 두 개의 관 뚜껑은 바닥에 떨어지고,
녹색의
푸르스름한 기운이 소름끼치도록 살벌하게 두 개의 열려진 관에서 뿌려지고 있었다.
다음
순간,
두
사람,
붉고,
흰 두 사람이 관으로부터 한 줄기 연기처럼 솟아나오는 것이었다.
환상(幻像)처럼
허공을 부유(浮遊)하는 두 사람...
그들은
일신에 붉은 홍의(紅衣)를 걸친 청년과 백의(白衣)를 걸친 소녀였다.
나이는
대략 이십여 세 가량,
백납처럼 창백한 얼굴,
냉막무심한
얼굴의 눈동자에서 폭사되어 나오는 안광은 기이하게도 칙칙한 잿빛이었다.
그들
두 남녀는 아무리 보아도 살아있는 인간의 모습이 아니었다.
극치의
미(美)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시신을 보는 듯한 것이다.
이들이
바로 관의 주인들인 한천이기(恨天二奇)이다.
본래
마교의 구마존은 자신들이 천하에서 잡아들인 칠십이기재들이
무공을
연마하지 못하도록 전신요혈을 철저하게 망가뜨려놓았었다.
결국
마교가 천하를 뒤져서 찾아낸 이 인세 최고의 기재들은 무공을 연구할 수는 있어도
자신들이
연구한 무공을 연마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진정 뛰어난 자라면 없던 길도 만들어낼 수 있는 법!
칠십이기재들
중 가장 뛰어난 지혜를 지닌 두 명의 남녀가 있어
요혈이
파괴된 몸으로도 무공의 도(道)를 이룰 수 있는 길을 찾아내었다.
그들이
바로 지금 주소아와 소일초가 보고 있는 두명의 남녀,
한천이기(恨天二奇)인 것이다.
(육십
년 씩이나 관 속에 있었을 텐데 상당히 젊었네!)
소일초와
주소아는 그들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자신들의 면전에 마치 무게 없는 깃털처럼 소리없이 내려선 한천이기를 보며
그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두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단지 무심하고 비정하며 잔혹한 것 뿐이었다.
특히
여인의 몸에서 풍겨지는 기운은 더욱 패도적이며 전율스러운 것이었다.
문득
무심비정한 눈빛을 소일초와 주소아의 얼굴에
번갈아
두고 있던 청년이 경악의 음성으로 침묵을 깼다.
{어...
어떻게 두 사람이...! 이럴 수가...!}
그는
두 사람을 처음에 보았을 때 눈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 했었다.
그러나
정말 두 사람이 그들의 앞에 서있자 경악하고 만 것이다.
{이럴
수가 있지!}
소일초가
단호하게 못을 박는다.
{...}
{...}
잠시의
침묵 속에서 두 쌍의 남녀는 서로를 노려 보았다.
{어느
분이 마교지존이시오?}
홍의의
청년이 침중한 음색으로 묻는다.
{우리
두 사람 다!}
주소아가
소일초의 입에서 무슨 소리가 나오기 전에 재빨리 대답했다.
다시
얼마의 침묵 뒤에 홍의 청년이 천천히 말했다.
{두 분의 마교지존이시여.
당신은
우리 한천이기를 인간으로 보지 마시오.}
그의
음성에는 죽음의 냄새가 진하게 담겨져 있었다.
{우린
이미 마장탑이 봉쇄 된 육십 년 전에도, 인간으로서의 모든 것을 버린 몸이오.}
그의
입술은 열리지 않고 있었다.
한데도 기이하게 그 음성은 그에게서 흘러나오고 있엇던 것이다.
마치
영혼으로 속삭이듯...
{재미있는
복화술(腹話術)이야, 전혀 표가 나지 않아!}
그런
기이함을 주소아는 태연하게 받아들이며 입을 열지않고 말했다.
그녀
역시 복화술을 펼쳐 온 몸으로 소리를 울려 낸 것이다.
{그런데
무슨 말을 하려고 서두가 길어?}
청년이
그녀의 당돌한 물음에 개의치 않고 계속 말했다.
{마교지존께서는
지금까지 여덟 개의 석실에 존재한 칠십이기재 중
두
명이 빠져 있음을 기억하실 것이오?}
{알아,
그게 당신 두 사람이라는 걸.}
소일초가
말했다.
{그
두 명이 바로 우리들이며 본인은 원천기(怨天奇)이고 ...
이
여인은 한천녀(恨天女)라 하오.}
(원천기!
한천녀!)
면전의
두 사람 한천이기,
소일초와
주소아가 그들의 한맺힌 이름을 되뇌였다.
그때
다시 두 남녀중 청년, 원천기의 음성이 이어졌다.
{우선
두 분 마교지존의 성취를 진심으로 축하드리는 바이오.
당신들이 선택된 인간이 아니었고 절대의 자질이 없었다면 결코 이곳까지 이를 수 없었을 것이오.}
{...}
{우린
그대들이 연성한 청사무를 대하지 못하면...
영원한
잠 속에 빠져 있어야 할 운명이었소.}
원천기는
계속 입을 열었고 한천녀는 침묵을 지켰다.
얼음처럼
냉오한 그녀는 마치 말을 잃어 버린 듯했다.
{헌데
당신들은 우리의 뜻을 외면하지 않고 그 청사무를 극으로 연성한 것이오.
그리하여
우리 한천이기는 육십 년의 안배된 잠에서 깨어나게 된 것이오.}
{...}
{그것은
곧 당신들이 우리 칠십이기재들의 뜻대로
마장탑의 모든 안배를 무사히 마쳤음을 말함이고...
또한
당신들과 우리 한천이기는 청사무로 완전하게 영(靈)적인 합일을 이루었음을 말하는 것...!}
원천기의
음성이 여기까지 이르자,
소일초가
안색을 굳히며 말을 끊었다.
{나는
아니야. 나는 너같은 귀신과 영적인 합일 따위 한 적이 없어. 내 마누라하고 따져 봐.}
{...}
도무지
신비하기 그지없는 자기들을 발가락 새 때만치도 여기지 않는 소일초를
원천기와
한천녀가 어이없어 하며 바라보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 궂은
일 시킬 때는 언제고
의리없이
귀찮다고 혼자서 뒤로 빠질 궁리를 해? 치사하게스리...!}
주소아가
소일초에게 핍박했다.
{난
몰라 아무튼 네가 시작했으니 끝도 네가 맺어.}
{좋아,
두고보자.}
주소아는
눈을 흘기고는 원천기를 돌아보았다.
{한데...
먼저 이것부터 물어보자. 우리가 여기 얼마나 있었는데?}
{이
년이 조금 넘었을 뿐이오.}
{음!
내 계산이 틀리진 않았군.}
주소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헌데
모를 일이다.
그녀는 해도 달도 없는 이곳에서 어떻게 날짜를 계산했단 말인가?
설마
남몰래 시계라는 걸 숨겨갖고 있기라도 했단 말인가?
소일초가
신기하게 생각하면서 쳐다보았다.
사실
주소아는 여인만이 가진 시계로 달 수를 헤아렸던 것이다.
그녀가
소일초에게 입을 삐죽해보이고 다시 물었다.
{대체
무슨 이유로 육십 년 동안이나 죽지않고 우릴 기다렸지?
그러지
않아도 웬만한 부탁은 들어 줄 텐데...}
순간
원천기의 몸에서 무감정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것은
그대로 하여금 우리 칠십이기재들의 천지파멸(天地破滅)의 뜻을 계속 행하게 하기 위함이었소.}
{좀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한천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죽음, 그 자체의 침묵을 고수하고
원천기는
주소아의 물음에 일일이 대답했다.
{우린...
우리 칠십이기재들은 그대를 계속하여
우리들의
안배대로 이끌어 가기 위해 살아 있어야 하는 것이오.}
일순
소일초와 주소아의 얼굴에 싸늘한 분노가 어렸다.
{그
천지파멸인가 하는 것 말인가?}
원천기은
다소 느리면서도 침착하게 대답했다.
{그대가
마교지존로서 이 땅을... 이 하늘을 파멸시키려면...}
{그러려면?}
{절대적으로
우리 칠십이기재들의 안배가 더 필요한 것이오.}
{말하자면
너는 나를 너희 칠십이기재들의 꼭두각시로 계속 부리기 위해
육십
년의 잠을 잔 것이란 말이로군.}
주소아의
음성이 서릿발처럼 차갑게 가라앉았다.
원천기의
말에 약간의 충격과 분노를 느꼈기 때문이리라.
무서운
일이었다.
그들
칠십이기재들은 실로 완벽하게 소일초와 주소아를 이용하려 하고 있었다.
즉,
이들은 철저하게 자신들의 욕망과 저주와 한(恨)을
그들을
통해 무림에 뿌리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때
원천기의 음성이 다시 울렸다.
{이후
당신들의 모든 행동은 우리 한천이기의 안배에 따라야 하는 것이오.}
{...!}
{그것이
우리 칠십이기재들의 율법이기 때문이오.
누구도
거역해서는 아니되는...}
순간
소일초의 몸에서 거대한 폭풍같은 기도가 일었다.
{잡혀왔던
주재에 간만컸군. 누구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가!}
{우리를
거스르지 마시오.}
{쓸데
없는 소리! 내가 거스러겠다면?}
순간
단호히 떨어지는 음성...
{죽음!}
소일초와 주소아는 동시에 한천녀를 응시했다.
방금의
대답은 최초로 한천녀의 입에서 떨어진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죽음이라는
말 한 마디가 그대로 죽음 그 자체로 받아들여질 만큼 잔혹비정한 음성!
그것은
철저하게 모순이었다.
이
절색의 미녀 입에서 최초로 흘러 나온 음성이 이토록 잔인한 말이란는 사실이...
그리고
그녀의 몸에서 죽음보다도 더욱 칙칙한 기운이 풍겨나오다는 사실이...
하나
소일초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음성 또한 진하게 죽음의 냄새를 풍겼다.
{대단해.
단단히 미친 년놈이야.}
-으핫하하하!
-호호호호호!
소일초와
주소아는 석실이 떠나가라 앙천대소를 터뜨렸다.
그러자
그들의 몸에서 터져나오는 강인하고도 당당한 절대의 위엄...
그
위엄으로 한천이기의 신형이 그 광소가 계속이 되는 동안
거의
육안으로는 판별할 수 없으리만큼 미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말하면 믿을까?}
소일초는
느릿하게 말을 이었다.
{너희들은
어떤 방법으로도 지금의 나를 죽일 수 없다는 것을?}
순간
원천기의 입가에 차가운 냉소가 피어올랐다.
{자만을
하지 마시오. 마교지존!}
{...}
{우리의
안배는 한치의 틈도 있을 수 없고, 하여...
그대를
죽이는 안배 또한 완벽하게 내려져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오.}
{...!}
{믿지
못하시겠다면 지금이라도 시험해 보도록 하시오.}
{그러나,
너희는 우리가 두 사람이라는 것도 알아내지 못했다.
이곳까지
오는 중간의 헛점은 이루 헤아릴 수 조차 없이 많았다.}
{...}
무서운
긴장감이 세 사람 사이에 숨막히게 흘렀다.
하나
곧 주소아가 입가에 미소를 띠우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
시험은 차후에 해.}
{...}
{우선은
이곳을 빠져나가는 그대들의 안배가 절실하니까.}
더
이상의 말의 필요없었다.
원천기의
말 또한 어떤 안배처럼 생각없이 흘러나왔다.
{좋소.
적어도 그 정도의 크기는 있어야 마교지존로서의 자격을 갖춘 것...}
다음
순간 그의 손이 그들이 나왔던 관 속을 가격했다.
쿠쿠쿠!
그러자
돌연 천지를 울리는 엄청난 굉음과 함께 석실의 내부가 무겁게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시작이었다.
화산
옥녀봉(玉女峰) 정상의 산정호수는 거대한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그리고
천지파멸의 욕망과 저주와 한의 시작이었다.
소일초와
주소아,
그들은
한천이기의 인도를 받아 어디론가 사라져갔다.
세상을
저주한 칠십이기재들의 안배!
과연
그것은 이루어질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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