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9> 39장 한로드 [7]
(814) 39장 한로드-13
한국당 정책위의장 진기섭과 원내총무 오성호는 자타가 공인하는 서동수의 당내 측근이다.
둘 다 3선에 50대 초반의 비교적 참신한 이미지의 정치인으로 고(故) 한대성 대통령이
서동수에게 추천해준 브레인이다.
오후 9시 반, 둘은 인사동의 한정식당 방 안에서 소주를 마시고 있다.
상 위에는 20가지가 넘는 찬이 놓였지만 거의 손도 대지 않았다.
“처칠을 봐.”
술잔을 든 진기섭이 오성호에게 말했다.
소주를 두 병째 마시는 중이었지만 둘의 얼굴은 멀쩡하다.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웅 아닌가?
그런데 전쟁 끝나고 나서 치러진 선거에서 낙선했다고. 국민들은 전시(戰時)가 끝났으니까
새로운 시대의 지도자를 원한 거야. 그걸 참고해야 돼.”
“염병하네.”
쓴웃음을 지은 오성호가 한입에 소주를 삼켰다.
“영국 국민들을 아주 높게 평가하고 계시구먼.
다 헛소리, 우리 국민 수준도 그쯤 돼. 문제는 다른 곳에 있어.”
“뭔 소리야?”
“누가 전시, 평시 지도자 가려서 뽑았단 말이야?
그냥 처칠한테 질려서 다른 놈 뽑은 거지. 게으르고, 독선적인 성격도 다 드러났기 때문이야.”
“이봐. 당신은 요점 흐리는 데는 선수지만, 내 말 들어봐.”
“무슨 말인지 잘 아니까 처칠 이야기 하지 마. 서 장관은 처칠하고 다르니까.”
“민족당 전략이 먹히고 있단 말이야.”
정색한 진기섭이 오성호를 보았다.
“방법을 만들어야 돼. 방심하면 안 된다고.”
오성호가 이제는 잠자코 잔에 술을 채운다.
아직 연방대통령 선거는 1년 반이 남았지만 남북한은 선거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북한이 공산당 대신 민생당이란 정당을 세우고 한국의 야당인 민족당과 공공연하게 연대하고 있는 것도 그 열기에 부채질을 한 셈이 되었다.
민족당은 지금까지 지원해서 북한의 민생당 창당을 도와준 것이다.
이제 북한 공산당은 민생당이란 더 단단한 조직으로 바뀌었다.
당원만 300만 명인 조직이다.
그렇다고 한국당이 북한에다 경쟁 조직을 만들어 놓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때 오성호가 말했다.
“내가 들은 말이 있는데…….”
주위를 둘러본 오성호가 말을 이었다.
“일본이 민족당을 도와주고 있다는 거야.”
“응?”
놀란 진기섭이 숨을 들이켰다.
“일본이?”
“그래. 미국도.”
진기섭의 어깨가 천천히 내려갔다.
소리 없이 숨을 품은 것이다.
가능한 일이다.
서동수는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다고 알려졌고 실제로도 그렇다.
“세상에.”
쓴웃음을 지은 진기섭이 잔에 소주를 채웠다.
적의 적은 우군이기는 하다.
그렇다고 일본의 지원을 받다니.
머리를 든 진기섭이 오성호를 보았다.
오성호는 정보위 소속이어서 정보기관 관계자와 긴밀하다.
“어떻게 도와준다는 거야?”
“자세한 내막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평양에서 일본 특사와 자주 접촉하고 있다고 했어.”
“미국은?”
“일본의 배후에 있지. 어쨌든 태평양 방위선의 서쪽 끝은 일본으로 밀어붙이고 있으니까.”
“1950년 애치슨 라인에서 70년 가깝게 한 발짝도 진전되지 않았구먼.”
진기섭이 탄식했다. 한반도가 열강에 둘러싸여 있는 것도 100년 전과 똑같다.
(815) 39장 한로드-14
“애국하지 않는 사람이 있나?”
고정규가 쓴웃음을 짓고 물었다.
서교동의 아선장, 이곳은 도가니탕으로 유명한 식당으로 고정규의 단골집이다.
오후 10시, 고정규는 장신에 윤곽이 뚜렷한 용모의 호남으로 서울에서 4선을 했다.
5000억 원대 재산을 물려받은 재벌가의 장남이었지만, 운동권 경력이 있는 60세의 장년으로
특히 여성들에게서 인기가 많다.
고정규의 깨끗한 사생활 때문이다.
민족당 대표가 된 것은 6개월 전이었는데 민족당은 그때부터 고정규를 중심으로 대선체제에
들어갔다고 봐도 될 것이다.
고정규가 앞에 앉아 있는 최영길과 조태문을 보았다.
둘은 고정규의 심복으로 좌영길, 우태문이라고 불릴 만큼 신임을 받고 있다.
최영길은 당 대표 비서실장으로 재선의원이며 조태문은 최고의원이다.
방 안에는 셋뿐이었지만 고정규가 주위를 둘러보는 시늉을 하더니 말을 이었다.
“서동수는 친중이야, 누가 봐도 사대주의자지.
아무리 미사여구를 동원하고 한랜드 업적을 광고해도 그놈 뿌리는 중국이라고.”
“그렇습니다.”
조태문이 둥근 얼굴을 펴고 웃었다.
웃을 때 하회탈처럼 호인 인상이 되지만 전략가다. 당에서는 그를 조조라고 부른다.
조태문이 말했다.
“선거 때가 되면 서동수에 대한 환상도 식을 겁니다.
1년 반이나 남아 있으니까요, 그때쯤이면 질리게 됩니다.”
“정치는 현실이야.”
맥주잔을 들면서 고정규가 말했다.
“뭐? 한반도에서 중국 3성을 지나 한랜드와 러시아를 잇는 한로드? 도대체 그것이 다 우리 거야?
중국이 딱 한 발짝만 막아도 끝이야. 러시아가 노, 하면 끝장이라고. 이것들이 사기를 치고 있어.”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트러블 한두 차례면 서동수 거품은 걷힙니다.”
조태문이 거들었다. 둘이 주고받는 동안 최영길은 빈 잔에 술만 채워주고 있다.
그때 고정규가 최영길에게 물었다.
“최 실장, 일본에서 대마도 문제로 점점 더 열을 받는다면서?”
“예, 나카무라 씨가 그냥 넘길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는군요.”
나카무라는 자민당 간사장이다. 술잔을 든 고정규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서동수가 실수를 하기 시작한 거야.”
“그렇습니다.”
조태문이 다시 나섰다.
“정치적인 안목이 없는 인간들은 언젠가 제 발등을 찍게 되지요.
사업가로 있을 때나 행정가로 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 됩니다.”
서동수가 괌에서 미국 대선후보 윌리엄 크리스에게 대마도 수복 이야기를 꺼낸 것을 말하고 있다.
그 이야기는 미국에서 바로 일본 정부 고위층으로 전해졌는데 그것으로 서동수는
일본 정부의 공적(公敵) 1호가 되었다.
적의 적은 우군이 되는 것은 이곳에서도 적용된다.
일본 측은 즉각 고정규 측과 접촉했고 정보를 공유하게 되었다.
그때 최영길이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고정규를 보았다.
“이런 식으로 시간이 지나면 한국의 연방대통령 후보 선거에서 우리가 이길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럴 가능성도 있지요.”
맞장구부터 친 조태문의 얼굴이 잠깐 일그러졌다가 펴졌다.
그때가 되었을 때를 떠올린 것이다.
연방대통령 선거 한 달 전에 남북한은 각각 연방대통령 후보를 선출하게 된다.
민족당은 당연히 고정규가 나서겠지만 현 상황에서는 서동수가 70대 30으로 압도적이다.
그런데 그것이 뒤집히면 고정규가 북한 민생당의 김동일과 붙게 되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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