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1> 38장 애인 [9]
(798) 38장 애인 - 17
오성호와 진기섭은 걱정이 된 것이다.
그래서 서동수에게 한국의 여론조사 내용과 앞으로의 전망, 한국당이 나아갈 전략까지 작성해 왔다.
선거를 여러 번 치러본 터라 미리 대비하자는 것이다.
한 시간 가깝게 집무실에 머문 둘이 떠났을 때 서동수가 유병선에게 말했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그것이 최선이야. 믿고 따르는 당원들의 뜻을 거역할 수는 없는 것이라구.”
“그렇습니다.”
유병선도 선선히 시인했다.
“한반도가 세계로 뻗어나간다는 대의에는 뜻을 같이하고 있으니까요.
다만 통치 방법이 조금 다르다고 밀어붙일 것입니다.”
연방대통령의 북한 후보는 김동일이다.
북한도 후보 선거를 통해 연방대통령 후보를 뽑게 되겠지만
거의 100퍼센트 가까운 지지를 받고 김동일이 후보가 될 것이다.
한국에서는 민족당 후보로 현 대표인 고정규가 나서기로 확정되었다.
청렴한 인물로 4선 의원에다 서울 출신, 부친의 시멘트 회사를 상속받아 5000억 원대의
자산가이기도 하다.
한국당의 후보가 될 서동수와 고정규의 대결에서는 서동수가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현재 여론조사를 보면 70대 30 정도가 된다.
그런데 연방선거가 되면 민족당과 북한의 민생당이 연합, 시너지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북한의 유권자는 대략 1700만 명, 남한 유권자가 3000만 명인데 현 상황에서 계산하면
서동수는 남한에서 2000만 표가 조금 넘을 것이다.
민족당 표가 1000만 표, 그런데 만일 북한표 1700만 중 1500만 표가 김동일에게 간다면
2200만 표 대 2500만 표로 진다.
연방대통령으로 김동일이 당선된다.
오성호가 가져온 자료를 덮은 서동수가 유병선을 보았다.
“대한민국 연방대통령에 누가 당선되느냐는 것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겠군.”
“지금도 그렇습니다.”
유병선이 굳어진 얼굴로 서동수를 보았다.
“특히 직접 연관이 있는 중국, 러시아, 일본 그리고 미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겠지요.”
“그들에게는 누가 바람직할까?”
“각각 계산을 하겠지요.”
서동수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지금 당장 대답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때가 되면 또 변할 것이었다.
국익을 위해서라면 전쟁도 불사하는 것이 국제사회다.
인간 개개인의 인연과 약속 따위에 연연한다면 웃음거리가 된다.
“요즘 김 위원장도 바쁜 모양이군.”
서동수가 혼잣소리처럼 말하자 유병선의 얼굴에 쓴웃음이 떠올랐다.
“민족당 의원들이 평양에 자주 들릅니다.”
“민생당 창립에서 조직 운영까지 도와주고 있다면서?”
“자금 지원까지 은밀하게 해준다고 들었습니다.”
“공작을 서로 배우겠군.”
둘은 마주보며 웃었다.
신의주특구가 발전되면서 남북한은 경제 소통이 시작되었고, 관광도 훨씬 자유로워졌다.
휴전선에서의 충돌은 이제 거의 일어나지 않았지만 아직 대치 상태는 계속되고 있다.
2년 후에 연방이 되면 단계별로 휴전선의 철책 등이 철거될 것이었다.
그때 서동수가 말했다.
“한로드가 완공되면 한랜드의 기반이 굳어지게 될 거야.”
유병선이 머리만 끄덕였고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난 한로드가 개통되는 것을 보고 한랜드를 떠날 거네.”
한로드는 한랜드를 관통하여 유럽으로 통하는 고속철을 말한다.
지금 한국철도에서 공사 중이다.
제2의 실크로드인 것이다.
(799) 38장 애인 - 18
“휴게소로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운전사 이반이 말했으므로 김광도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 이대로 달릴 수는 없어, 이반.”
폭설이다. 이곳은 눈이 쏟아지면 한 시간에 20㎝ 쌓이는 건 보통이다.
한 시간쯤 전부터 내리던 눈이 이제는 고속도로에 20㎝가량 쌓였고 지금도 퍼붓듯이 내린다.
오후 8시 10분 한시티 남쪽 150㎞ 거리의 고속도로, 이반이 곧 대형 리무진을 좌회전시켜
휴게소로 진입했다.
한랜드의 고속도로 휴게소는 식당, 유흥 시설은 물론 숙박시설까지 갖추고 있다.
이곳은 호텔이 여러 개였고 카지노까지 구비되었다.
호텔 앞에 차가 멈췄을 때 김광도가 옆에 앉은 한지서에게 말했다.
“방 세 개 잡도록 해.”
“네, 회장님.”
한지서가 서둘러 차에서 내리더니 호텔 현관으로 다가갔다.
한지서와 함께 소도시에 위치한 사업장에 다녀오는 길이다.
잠깐 기다리는 사이에도 눈이 쏟아져 앞쪽 계단이 보이지 않았다.
그때 한지서가 뛰어와 차 안으로 들어왔다.
“회장님, 스위트룸 하나에 일반실 하나가 남아서 체크인 했습니다.”
머리를 끄덕인 김광도가 이반에게 말했다.
“이반, 방 잡았으니까 차 놓고 들어가자.”
“예, 회장님.”
차에서 내린 김광도가 호텔 현관 안으로 들어서며 한지서를 보았다.
“스위트룸에 방이 몇 개야?”
“투 베드룸이라고 했습니다.”
김광도의 시선을 받은 한지서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급해서 자세히 묻지는 못했어요. 예약이 쏟아지고 있어서요.”
“큰일 났는데.”
로비에서 이반을 기다리고 선 김광도가 입맛을 다셨더니 한지서가 물었다.
“왜요?”
“너하고 같은 방에서 자게 되었잖아?”
한지서의 얼굴에 다시 웃음이 떠올랐다.
“불편하세요?”
“불안해.”
“왜요?”
그때 이반이 다가왔으므로 한지서가 키를 건네주면서 말했다.
“저하고 회장님은 301호실이에요, 이반.”
“알았습니다.”
거구의 이반은 경호원 겸 운전사다.
무표정한 얼굴로 이반이 돌아섰을 때 김광도가 발을 떼며 말했다.
“내가 절제하지 못할까 봐 그런다.”
호텔은 통나무로 만들었지만 단단한 구조다.
기둥은 한아름이 넘는 전나무였고 천장 대들보도 지름이 50㎝는 되었다.
계단을 오르는 김광도의 옆을 따르면서 한지서가 말했다.
“그럼 절제하지 마세요.”
입을 다문 김광도는 한지서의 머리칼 냄새를 맡았다.
한지서가 말을 이었다.
“저는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요.”
“…….”
“처음부터요. 회장님이 식당 사장님이라고 하셨을 때부터요.”
김광도의 시선을 받은 한지서가 눈웃음을 쳤다.
얼굴이 붉어져 있는 것은 찬 곳에 있다가 들어왔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한지서가 똑바로 김광도를 보았다.
“비서하고 연애하는 것이 불편하시면 내보내면 되죠.”
“그럴 수야 있나?”
입안의 침을 삼킨 김광도가 3층의 복도에 발을 딛고는 숨을 내쉬었다.
3층 복도는 양탄자가 깔려 있다.
그때 한지서가 앞장서 가면서 말했다.
“내보내고 마음 놓고 만나시든지요.
난 어떤 식으로든 애인 노릇을 할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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