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9> 38장 애인 [7]
(794) 38장 애인 - 13
“안녕하세요?”
웃음 띤 얼굴로 배혜원이 인사를 했다.
“반갑습니다.”
김광도의 인사말이다.
오전 11시,
이곳은 유성의 크리스탈호텔 라운지 C룸,
아침에 김광도는 고영일을 시켜 미팅 전용실인 이곳을 빌려 놓았다.
심연숙은 호텔 커피숍으로 약속장소를 잡을 작정이었는데 이곳에 들어와 보고는 고무되었다.
금방 C룸에 적응한 뒤 배혜원 모녀를 자연스럽게 맞는다.
2시간 사용료가 50만 원이나 되는 C룸은 30평형 규모에 응접실 소파가 갖춰졌고 베란다까지 있다.
호텔 스위트룸 수준인데 침대만 없을 뿐이다.
배혜원은 처음 들어섰을 때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더니 곧 표정이 밝아졌지만 어머니는 얼었다.
그러나 거부감을 느낀 것 같지는 않다.
눈웃음을 치는 모습이 착한 성품 같다.
인사를 마친 심연숙이 배혜원의 어머니를 안내하여 베란다 밖으로 나갔다.
10월의 맑은 날씨다.
20층 베란다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더 좋다.
두 어머니가 의자에 나란히 앉았을 때 김광도가 머리를 돌려 배혜원을 보았다.
갸름한 얼굴, 눈꼬리가 조금 솟은 맑은 눈. 쌍꺼풀이 없는 눈이다.
곧은 콧날, 꾹 닫힌 입술, 웃을 때 드러난 치아는 가지런했다.
육감적이기보다 이지적인 미인이다.
그리고 분위기가 밝고 화려하다.
가족관계를 보았더니 부친은 어렸을 때 사망했고 대학 졸업반인 남동생 하나와 어머니까지 세 식구,
어머니는 화장품 대리점을 운영한다.
자리에서 일어선 김광도가 커피포트로 다가가며 물었다.
“커피 드려요?”
“네, 제가 할게요.”
따라 일어선 배혜원이 김광도를 따라 주방으로 가더니 나란히 서서 커피잔을 내리면서 말했다.
“이런 데 처음 와요. 좋네요.”
“어머니들께 뭐 드실 거냐고 여쭤보지 그래요? 냉장고에 음료수 많으니까.”
“그럴게요.”
배혜원이 몸을 돌렸는데 상큼한 향내가 맡아졌다.
피부 냄새에다 화장품 냄새가 섞였을 것이다.
배혜원은 키가 컸다.
170은 되는 것 같다.
젖가슴도 컸지만 날씬한 몸매다.
베란다에서 돌아온 배혜원이 냉장고를 열면서 말했다.
“오렌지 주스 드시겠대요. 그리고 곧 나가시겠다는대요.”
김광도의 시선을 받은 배혜원이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방해하지 않으시겠대요.”
“방해는 무슨.”
“우리 엄마가 좀 얼었어요.”
주스를 잔에 따르면서 배혜원이 말을 이었다.
“이런 곳에서 선보는 건 처음이거든요. 여기 비싸겠죠?”
“두 시간에 50만 원.”
“이따 엄마한테 이야기해줘야겠네.”
베란다로 다가가는 배혜원의 엉덩이가 단단했고 두 다리는 미끈했다.
잔에 커피를 따르고 있는데 다시 배혜원이 다가와 섰다.
“여자 많죠?”
앞에 놓인 커피잔을 보면서 배혜원이 물었으므로 김광도 역시 앞을 향한 채로 대답했다.
“몇 명 있어요.”
“결혼 급하신 건 아니죠?”
“잘 아시는 것 같은데.”
머리를 돌린 김광도가 배혜원을 보았다.
배혜원이 마주 보더니 다시 소리 없이 웃었다.
희고 가지런한 이가 다 드러났다.
그때 김광도가 물었다.
“그럼 애인 만들기부터 해볼까요?”
(795) 38장 애인 - 14
칭다오 공항 동쪽 격납고 끝쪽에 세워진 전용기 안에서 서동수가 커피를 마시고 있다.
오후 2시 반, 전용기가 착륙한 지 20분쯤이 지났다.
괌에서 서울을 거쳐 칭다오로 날아온 것이다.
기내는 조용하다.
24인승인 전용기 앞쪽은 서동수의 공간이다.
집무실 소파에 앉은 서동수가 다시 한 모금 커피를 삼켰을 때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열렸다.
안으로 들어선 여자는 후원이다.
베이지색 투피스 정장 차림의 후원이 서동수를 향해 머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안녕하셨습니까, 장관님.”
“반갑습니다, 후원 씨.”
자리에서 일어선 서동수의 얼굴에도 웃음이 떠올랐다.
후원을 만나려고 이곳에서 기다린 것이다.
후원도 베이징에서 날아와 지금 도착했다.
비밀 접촉인 셈이지만 후원은 중국 정부의 밀사다.
소파에 마주 보고 앉았을 때 서동수가 옆쪽 커피포트를 눈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커피 드릴까?”
“감사합니다. 커피 마시고 싶으면 제가 할게요.”
후원의 목소리는 나긋나긋했고 맑다.
머리를 끄덕인 서동수가 눈을 가늘게 뜨고 후원을 보았다.
“괌에서 민주당 대선후보 윌리엄 크리스를 만났어요.
국무장관 헤이스, CIA 국장 브레넌과 함께였지요.”
후원은 두 손을 무릎 위에 단정하게 놓고 있었지만 무릎 밑의 두 다리는 드러났다.
무릎을 덮은 손가락을 응시하면서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한반도와 동북3성, 한랜드를 잇는 대한민국의 등장을 아직 크리스는 실감하지 못한 것 같았습니다.”
후원은 석상처럼 움직이지 않았고 서동수의 시선이 조금 올라갔다.
“푸틴이 동북3성과 한랜드를 이어준다고도 말했지요. 크리스는 충격을 받은 것 같았습니다.”
이미 한랜드의 영토는 동북3성과 닿아있다.
한랜드에 대해서는 푸틴과 시진핑 양측에서 적극적인 우호관계를 표방하고 있다.
푸틴이야 러시아연방이니 당연하겠지만 시진핑은 남북한과 한랜드 사이의 동북3성을
마치 한랜드화(化)해 주려는 기세다.
이제 서동수의 시선이 후원의 가슴께로 옮아갔다.
“크리스가 나한테 남북한연방의 대통령이 되면 제일 먼저 뭘 하겠느냐고 묻길래
대마도를 회수하겠다고 했지요.”
“대마도라고 하셨어요?”
엉겁결에 후원이 물었는데 긴장한 것 같다.
중국과 일본이 아직도 분쟁 중인 일본명 센카쿠 열도, 중국명 댜오위다오 군도를 떠올린 모양이다.
그때 서동수가 말했다.
“한국 부산 바로 밑의 섬이오. 그 섬이 본래 한국령이었지요.”
“…….”
“그 섬을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항복했을 때
당시 한국의 이승만 대통령이 반환을 강력하게 요구했지요.
2년 동안 수십 차례 요구했는데 6·25전쟁만 일어나지 않았다면 한국령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이야기가 조금 어긋났다고 느꼈는지 후원이 눈을 서너 번 깜박였다.
영리한 여자다.
결코 포사가 아니다.
심호흡을 한 서동수가 후원의 가슴에 시선을 둔 채로 말을 이었다.
“대한민국의 위상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미국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고
대놓고 말해주었지요. 그랬더니 크리스의 얼굴이 벌게집디다.”
“…….”
“헤이스와 브레넌은 나한테 공감하는 눈치였습니다.”
그때 후원이 한 손으로 가슴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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