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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7> 38장 애인 [5]

오늘의 쉼터 2016. 1. 15. 23:54

<397> 38장 애인 [5]

 

(790) 38장 애인 - 9

 

 

응접실로 들어선 한지서가 김광도를 보았다.

오전 9시 반,

고려호텔 스위트룸 응접실 안에는 그들 둘뿐이다.

“고 실장한테서 이야기 들었지?”

김광도가 묻자 한지서는 심호흡부터 했다.

“예, 회장님.”

머리만 끄덕인 김광도에게 한지서가 말을 이었다.

“저는 이번주까지 정리를 해서 토요일에 한랜드로 출발하겠습니다.

그래서 월요일부터 적응훈련을 받겠습니다.”

“알았어.”

김광도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비서실 근무자는
교육과정이 조금 다를 거야.”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야지. 내가 특채를 했으니까 문제가 되면 내가 망신이야.”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한지서의 얼굴이 빨개졌으므로 김광도가 다시 웃었다.

“안상도한테는 내 식당에서 일하는 것으로 해둬.”

“예, 회장님.”

“곧 알게 되겠지만 말야.”

“예.”

김광도가 지그시 한지서를 보았다.

한지서를 처음 본 순간부터 끌렸던 것이다.

안상도의 애인인 줄 알았더니 아무 관계가 아니라는 말을 듣고 기뻤다.

더구나 한지서의 적극적인 자세도 마음에 들었다.

이윽고 김광도가 다시 입을 열었다.

“어머니는 뭐라고 하셔?”

“잘 되었다고 하세요.”

한지서는 서울 상계동에서 어머니와 두 동생과 함께 산다.

이틀 전에 고영일한테 제출한 이력서에는 어머니가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는 것으로 적혀있지만

점원이다.

5년 전에 운영하기는 했다.

그러다 적자가 나서 넘기고 다른 가게의 점원으로 일하고 있는 것이다.

두 여동생은 각각 유치원 교사와 전문대 1학년이다.

빠듯한 살림이어서 제각기 일하는 가족이다.

막내동생도 학교 끝나면 편의점 알바를 뛰는 것이다.

고영일은 하루 만에 한지서에 대한 조사를 시키지 않았어도 해왔다.

비서실에 불량하거나 불순한 직원이 섞이면 안 된다는 의미인 것 같다.

“남자친구는 없어?”

김광도가 불쑥 물었더니 한지서의 어깨가 내려가면서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긴장이 조금 풀린 것 같다.

“몇번 만난 친구는 있었지만 지금은 없습니다.”

김광도의 시선을 받은 한지서의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먹고 살기 바빠서요.

대학 1학년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했거든요.

남자 만날 시간도 없었습니다.”

머리를 끄덕인 김광도가 탁자 밑에서 검은색 비닐 가방을 꺼내 내밀었다.

꽤 묵직하게 들린 가방이다.

“자, 받아.”

한지서가 엉겁결에 가방을 받았을 때 김광도가 말을 이었다.

“이곳 정리하고 떠나는 데 돈이 좀 필요할 것 같아서.

카드대금이나 어머니 생활비, 동생 용돈이나 등록금을 내줘도 되겠다.”

그때 한지서의 얼굴이 빨개졌지만 김광도가 말을 이었다.

“이건 내 스타일이야. 다른 회사 사장들은 어떻게 직원들을 관리하는지 모르지만 말야.”

김광도가 조금 상기된 표정으로 아직도 한지서가 엉거주춤하게 들고 있는 가방을 눈으로 가리켰다.

“2000만 원 들었어. 나중에 월급 받으면 조금씩 까든지, 아니면….”

말을 멈춘 김광도가 숨을 들이켰다. 참자.

 

 

 

 

 

   

 

 

 

 

 

 


 

 

 

 

 

 

(791) 38장 애인 - 10

 

 

“어서 오너라.”

김진봉이 마루에 서서 김광도를 맞았다.

이곳은 대전 용문동의 저택 안, 마당까지 있는 집이다.

토방으로 올라서 김광도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건평 75평, 대지 155평짜리 저택으로 시가 15억8000만 원을 주고 샀다.

물론 김광도가 보내준 돈으로 산 것이다.

김광도는 돈만 보내주었지 이곳에는 처음이다.

마루방으로 들어선 김광도가 자리에 앉은 김진봉에게 큰절을 했다.

절을 기다리던 김진봉이 감개가 무량한 듯 얼굴이 씰룩거렸다.

마루방에는 어머니 심연숙, 여동생 김명희, 매부 함봉만, 그들의 네 살짜리 딸 함미정

그리고 뒤쪽에 엉거주춤 서 있는 김광도의 형 김명도, 형수 양기숙, 여섯 살짜리 아들 김태기,

아직 이름도 모르는 두 살짜리 딸까지 다 모였다.

김진봉이 앞에 앉은 김광도를 지그시 보았다.

화요일 오후 5시 반,

평일인데도 보험회사에 다니는 함봉만, 학원 수학강사인 김명도까지 집에 와서 기다리고 있다.

김진봉이 헛기침을 하고 물었다.

“언제 떠난다고?”

“내일 오후에 갑니다.”

“그럼 오늘 밤은 자고 가겠지?”

어머니 심연숙이 확인하듯 물었다.

김광도가 가장 보고 싶었던 사람이 심연숙이다.

철도공무원으로 정년퇴직을 한 아버지 김진봉은 한 달에 한두 번 얼굴을 볼까 말까 했고

바람을 많이 피웠다.

김광도 기억으로도 어렸을 때부터 여자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니 집안 살림이 제대로 펴질 리가 없다.

자식들은 심연숙이 다 키웠다.

심연숙의 시선을 받은 김광도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럼요, 어머니.”

“너, 회사가 여러 개라면서? 오석이한테서 들었다.”

김진봉이 묻자 모두의 시선이 모였다.

김오석은 김진봉의 사촌 아들이다.

어렸을 때 한두 번 본 사이였는데 한시티에서 만난 것이다.

한시티 관광을 온 김오석이 김광도 소유의 카페 한 곳에 들렀다가 만나게 되었다.

한국에 돌아와서 동네방네 소문을 낸 모양이지만 그놈이 알고 있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이제 여자들은 저녁 준비를 하려고 주방으로 몰려갔지만 김명희는 남았다.

김명희는 30세, 그늘진 얼굴이 열 살쯤은 더 먹어 보인다.


“오빠, 거기, 우리 취직할 데 없어? 오빠 회사라도.”

김명희가 다가앉으면서 물었다.

예상하고 있었는지 둘러앉은 김진봉, 김광도는 외면했고 함봉만은 시선을 내렸다.

함봉만은 32세로 김광도와 동갑이지만 사이가 좋지 않았다.

김광도는 둘의 결혼을 반대해서 결혼식장에도 가지 않았다.

결혼 전에 김명희가 함봉만한테 두들겨 맞고 온 적이 있었다.

그것을 안 김광도가 다음 날 함봉만을 찾아가 두들겨서 전치 3주로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함봉만은 고소하지는 않았지만 결혼한 후에도 김광도하고는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도 다른 식구들은 전치 3주 사건은 물론 김명희가 맞고 온 사실도 모른다.

그때 김광도가 김명희에게 물었다.

“왜? 네 남편 회사가 잘 안 돼?”

“퇴직한 지 반 년이 넘었어.”

김명희의 얼굴이 상기되었고 눈의 화장이 붉어졌지만 시선은 떼지 않았다.

“열심히 살려고 하지만 잘 안 돼, 오빠.”

“근데 본인은 입이 없대냐?”

어깨를 부풀린 김광도가 함봉만의 옆얼굴에 대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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