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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시간표 2

오늘의 쉼터 2015. 5. 31. 19:35

그녀의 시간표 2

 

 

 

 

버러지 같은 놈들… 팀장은 자주 자신을 카프카와 동일시한다.

 

팀장의 착각에 대한 결과는 팀원들의 쓰디쓴 고통. 팀원들은 시도 때도 없이

 

버러지로의 변신을 시도한다.

 

요즘 버러지는 ‘원산폭격’도 마다하지 않는다.

 

팀장은 대화 간간이 버릇처럼 이런 말을 덧붙인다.

 

“군생활을 오래 해서 그런지… ”

 

“내가 군출신이라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고… ”

 

기가 막힐 노릇이다.

 

중령이나 대령쯤으로 전역했다면 입도 뻥긋 않겠는데, 하사출신이면서 걸핏하면 군출신이란다.

 

중위출신이 하사출신의 한마디에 사무실 바닥에 머리를 꽂아야 하는 현실…

 

그녀만 아니라면 진작 이놈의 회사 때려치웠다.

 

누구 말마따나 이 죽일 놈의 사랑만 아니라면…

 

어기적어기적 발걸음을 옮기는데, 웬 아가씨가 불쑥 내 앞을 가로막고 섰다.

 

그야말로 여자는 어디선가 짠 하고 튀어나왔다.

 

대체 어디서… ? 찬찬히 차림새를 살펴보니 알 것도 같다.

 

빨강노랑초록의 머리칼, 물고기의 비늘처럼 반짝거리는 은빛의 미니스커트,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 가슴과 길쭉한 두 다리… 오호라, 어젯밤 만화책에서 보았다.

 

“오빠, 핸드폰 바꾸세요. 신형인데, 아주 싸게 드려요.”

 

코맹맹이소리가 대단히 매력적이다. 여자의 립스틱 색깔, 홍대리와 똑같다.

 

“기브 앤 테이크… 휴대폰 살 테니까… 우리 애인할래?”

 

경계하는 듯 여자가 비스듬하게 시선을 그었다. 여자는 나보다 머리 하나쯤이 크다.

 

“하룻밤이면 돼. 생각 있어?”

 

여자가 어머어머를 연발하며, 별 미친 놈 다보겠다는 듯 뱀눈으로 쏘아본다.

 

그 모습이 영락없이 홍대리와 닮았다. 데이트신청을 했던 날, 그녀는 이 여자처럼 반응했었다.

 

오기가 발동했다.

 

“따블이면 돼?”

 

자가 휙 고개를 돌리더니 짙은 어둠속을 쏘아보았다.

 

이종격투기장에서 금방 튀어나온 듯한 덩치 하나가 나타나더니 내 팔목을 으스러져라 움켜잡았다.

 

그저 팔목이 잡혔을 뿐인데도 고통이 극심하다.

 

참지 못하고 결국 비명을 내질렀다.

 

아아, 홍지연… 나의 고통에 희색이던 여자의 얼굴이 갑자기 하얗게 질렸다.

 

송충이를 붙여놓은 듯한 덩치의 눈썹이 꿈틀 위로 치켜지고,

 

여자가 뒷걸음질치며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 악! 비명소리가 밤하늘을 가르더니,

 

여자의 몸이 데굴데굴 낙엽을 쓸며 굴렀다.

 

다시 봐도 여자의 다리는 정말 늘씬하다.

 

여자가 손으로 한쪽 뺨을 감싼 채 악다구니를 쳤다.

 

“난 정말 몰라. 미친놈이야, 미친놈이라고!”

 

덩치가 내게 으름장을 놓았다.

 

“지연이는… 이제 돈으로 살 수 있는 여자가 아냐… 알겠어?”

 

고스란히 상황이 이해되었다.

 

여자를 위해 변명을 해줘야 하나?

 

덩치의 간절한 눈빛과 부딪친 순간 갈등은 이내 사라졌다.

 

“어때? 따따블이면 서로가 만족할 것 같은데… ”

 

어쭙잖은 객기는 비참한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예상보다 결과는 끔찍했다.

 

무수한 주먹세례만으로 상황은 종결되지 않았다.

 

“휴대폰… 어떤 걸로 살래?”

 

“가장 비싼 걸로 살게요.”

 

비로소 내게 안식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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