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 뻐꾸기는 둥지를 짓지 않는다-6
조두식이 그날을 떠올리듯 양미간에 주름을 세웠다.
“내가 몇 달 외유하다 돌아오니 그새 유 의원과 붙은 것 같더란 말이야.
나를 아주 무시하길래 몇 대 쳤지. 아니 잠깐 이성을 잃고는 죽이려고 했어.”
엄마가 목을 매달았지만 목에 희미하게 손자국이 있었다는 말을 이모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아저씨가 엄마를 목 졸라 죽였나요? 그렇죠?”
유미가 다그쳐 물었다.
갑자기 뺨으로 조두식의 손이 날아왔다.
불이 번쩍 일었다.
“넌 늘 날 살인범으로 생각하고 있지?
네 마음을 모를 줄 아냐! 넌 네 어미와 마찬가지로 날 벌레 취급했어.
아주 쪼그만 계집애 때부터. 지금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한때는 널 쥐도 새도 모르게 처치하고 싶었다.”
조두식이 으르렁거렸으나 유미는 확인하고 싶었다.
“그럼 혹시 아저씨가… 프랑스에서 나를 죽이려고 했던 사람이?”
조두식은 그 물음에는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숨을 푹 내쉬더니 말을 이어 갔다.
“네 엄마에게 결국 진실을 말해 줬다.
그랬는데 울고 있던 네 엄마가 잠시 내가 누워 있는 틈에 화장실에 가서 목을 맨 거지.
그때 네 엄마 상태가 최악이었거든. 염세적인 데다가 우울증에다가.
진실이라는 게 이렇게 사람을 죽이기도 하는 거다.
진실은 잘 다뤄야 해. 그거 아주 독극물 같은 거거든.”
“엄마에게 말한 진실이 도대체 뭔데요?”
유미가 물었다.
조두식이 어깨를 으쓱하며 잠시 침묵하였다.
그때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가 들어왔다.
건장한 젊은 남자 두 사람이었다.
그 중에 대장 격으로 보이는 호리호리한 남자에게 조두식이 소리를 질렀다.
“야, 왜 이리 늦었냐?
너 빨리 안 와서 이거 뭐 청문회도 아니고,
얘한테 내가 들입다 시달렸잖냐. 술 갖고 왔지?”
그러나 남자는 싸늘한 표정으로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뭐야? 씹쌔야. 안 가져왔냐?”
조두식이 흐느적거리는 걸음으로 다가가자
갑자기 그 남자가 조두식에게 주먹을 날렸다.
“이 새끼가 미쳤나?”
술에 취한 조두식이 나가떨어졌지만 기민한 동작으로 다시 남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대장 격인 남자가 다른 남자에게 고갯짓을 했다.
그러자 덩치 큰 젊은 남자가 상의에서 칼을 뽑아들었다.
유미가 칼날에서 반사되는 섬뜩한 빛을 보고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소리는 온전히 나오지 않아 쥐어짜는 듯 목구멍을 통과했다.
혼란 속에서도 저 칼이 곧 자신의 목으로 다가올 거란 생각이 들었다.
아, 여기서 인생을 끝낼 순 없어.
믿을 수 없지만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듯했다.
칼을 든 남자가 호리호리한 남자를 바라보자
그 남자는 턱으로 조두식을 가리켰다.
칼을 든 남자가 칼을 조두식의 목에 겨눴다.
“야, 니들 뭐야! 미쳤냐?”
조두식의 외침에 호리호리한 남자가 조두식을 끌어다 손을 의자 뒤로 묶어 버렸다.
그리고 구둣발로 조두식을 걷어찼다.
조두식의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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