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 위험한 약속-1
모든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1단계로 우선 다니엘이 갖고 있는 앤디 워홀의 작품 ‘플라워’와 ‘마릴린 먼로’ 중에서
1965년도 작품인 꽃분홍색 버전의 ‘마릴린 먼로’를 윤조미술관과 계약하기로 했다.
그리고 ‘LOVE’의 작가 로버트 인디아나의 설치 작품도 다니엘의 주선으로
매매가 가능하게 되었다.
윤조미술관 측에서, 특히 강애리는 ‘LOVE’가 윤조미술관 건물 앞에 설치될 경우
미술관 이미지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에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사랑’이란 모든 것을 아우르고 감싸고 초월하는 힘이 있지 않은가.
윤조미술관이 연인들의 명소가 될 것이고 윤동진과 자신의 애정전선에도
부적 같은 주술적인 힘을 발휘할 거란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용준은 다니엘 화랑과 맺은 계약서를 지참하고 귀국했고, 필요한 모든 작업은 물밑에서
유미가 하기로 했다.
앞으로 용준이 출장을 자주 와야 할 것이다.
개선장군처럼 귀국한 용준이 흥분에 겨운 목소리로 전화했다.
“강 관장이랑 위에서 아주 좋아 난리입니다.
덕분에 저도 영웅 됐어요.
앞으로 계속 다니엘 화랑과 신의를 가지고 지속적인 거래를 하고 싶다고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큰돈이 들어도 데미안 허스트나 제프 쿤스의 작품을 구매하겠다고 합니다.
물론 작품을 손에 넣는 게 너무 어렵다는 건 여기서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어려울수록 도전해봐야지. 내가 조만간 영국에 한번 나갈 거야.
그런데 제프 쿤스는 다른 재벌기업에서 샀잖아.”
“그러니까 다른 걸 원하는 거죠. 강애리가 그러더라고요.
우리는 로버트 인디아나의 ‘LOVE’가 있으니 ‘하트’는 됐고
제프 쿤스의 ‘강아지’나 한 마리 데리고 오면 좋겠다네요.
너무 귀여워서 장차 태어날 아이를 위해서라도 선물로 주고 싶다나?”
“그게 장난감도 아니고, 얼마 짜린데!”
“돈지랄하는 거죠.”
“알았어. 한 마리 구해보지 뭐. 되든 안 되든 간에. 루트는 알아볼 게.”
“저 이제 미술관 내 큐레이터는 접고 해외 비즈니스로 뛰어야 되는 거 아닌지 몰라요.
언제든 필요하면 출장신청 하라고 합니다.
쌤, 생각보다 거장들 작품들이 빨리 모이면 윤조에서 ‘팝아트 거장전’이란 전시를
기획하는 것도 지금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쌤, 전 쌤만 믿습니다. 도와주세요.”
“알았어. 나도 모든 게 빨리 진행되길 바라고 있어.”
이 모든 일의 뒤에는 다니엘의 전격적인 도움이 컸다.
다니엘은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했는데 물론 유미의 커미션을 고려한 가격이었다.
세계시장에서 탐내는 거장의 미술품 가격은 고무줄이지만 일단 첫 거래는
신뢰를 주기 위해서 큰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게 좋겠다는 유미의 조언을 다니엘은
선선히 받아들였다.
유미는 다니엘과의 약속대로 ‘몰카 서비스’를 계속했다.
용준과의 전희에서 끊은 필름을 돌려보았는지 다니엘은
다음 날 유미에게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환타스틱했어요.
소피와 함께 봤는데 소피가 얼마나 흥분하던지!
오히려 로즈를 엄청 부러워하더라구.
감질나게 끊어져서 난 너무 아쉬웠지만 그래도 좋았어요.”
“시간이 됐길래 오프한 거죠. 약속은 약속이잖아요.”
그리고 그 이후엔 유미는 별다른 장면을 보여주지 않았다.
다니엘은 그저 유미의 일상적인 모습만 훔쳐보았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좀 우울하고 불안해 보였다.
특히 그의 아들 에릭을 만나기 위해 유미가 런던으로 떠나려 하자
더욱더 그런 기색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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