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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9)오, 로즈(Oh, Rose)-8

오늘의 쉼터 2015. 4. 8. 23:50

(409)오, 로즈(Oh, Rose)-8

 

 

 

“제프 쿤스는 인생 자체가 화제고 예술이었지.”

유미는 그 말을 하면서 이유진을 떠올렸다.

 

이유진은 한때 제프 쿤스를 자신의 롤모델로 생각했다.

 

유미를 사랑하게 되자 이유진은 유미가 제2의 치치올리나가 되길 원했다.

 

동영상을 찍을 때도 이유진은 유미에게 자신의 예술적 취지를 설명했었다.

“예술과 외설의 경계는 위험하고도 모호하지만 난 예전부터 그걸 늘 꿈꿨어.

 

그런데 제프 쿤스가 벌써 10년 전에 그걸 보여줘 버린 거야.

 

그 이후는 모두 아류에 불과한 거지.”

이유진이 입맛을 쩝 다시고는 말했었다.

“두 사람은 실제 섹스 사진 전시회 후에 함께 포르노도 찍기로 했지만 그러지 못했지.

 

우리가 그걸 해내는 거야.

 

육체를 오브제로 세상에 그야말로 천국을 보여주는 거야.

 

예술은 그런 천국에서 자연스레 나오는 거야.

 

그게 바로 내가 꿈꾸는 천국 같은 섹스고 예술이야.

 

트루 섹스 메이드 인 헤븐….”

유미가 이유진의 생각에 잠깐 빠져 있을 때 용준이 말했다.

“어떡하든 제프 쿤스의 강아지나 하트, 이런 거라도 하나 계약하면 좋은데….”

제프 쿤스는 예전의 노골적인 섹스를 담은 작품보다는 크리스마스 장식 같은 대형 하트로

 

요즘엔 더욱 주가를 올리고 있다.

“제프 쿤스는 이제 좀 진부하고 팝아티스트 중에서 데미안 허스트 같은 작가의

 

좀 쇼킹한 작품이 더 화제가 되지 않겠어?”

영국 작가인 데미안 허스트는 런던 크리스티 경매회사에 근무하는

 

자신의 아들과 선이 잘 닿을 거라는 다니엘의 말을 떠올리며 유미가 용준에게 조언했다.

“아, 너무 엽기적이고 잔혹하지 않아요?

 

해골바가지에 다이아몬드를 잔뜩 박은 작품도 그렇고.” 

 

“센세이셔널하고 철학적이잖아.”

“또라이랑 예술가는 한 끗 차이 같아요.ㅋㅋㅋ”

“현존하는 작품값 최고의 살아 있는 전설이야.

 

하긴 그 해골이 1억달러니 윤조미술관이 살 능력이나 되겠어?”

“작품만 구할 수 있으면야, 뭐. 참, 쌤! 일정이 어떻게 되죠?”

“실력자들을 미팅에 포진해 놨으니 이번에 한번 만나 봐.

 

내가 또 여기서 물밑 작업하며 도와줄 거니까 그렇게 알고.”

“쌤은 정말 대단해요. 고마워요.

 

참 어제 강 관장과 윤 이사 결혼식 올린 거 얘기했던가요?”

“응, 알고 있어.”

유미는 사실 어제 인터넷을 뒤적거려 보았다.

 

그러나 결혼식은 비공개리에 진행된다는 짧은 기사만 겨우 발견할 수 있을 뿐이었다.

“거기 참석했겠네.”

“결혼식에 참석하고 바로 왔어요.

 

윤 이사의 얼굴이 밝아 보이지는 않았어요.

 

강애리야 입이 귀에 걸렸지만.”

“그 커플 신혼여행 갔겠네.”

유미가 시큰둥한 척 물었다.

“강애리도 임신한 몸이고 윤 이사는 또 곧 해외 출장이 잡혀 있어

 

제주도에서 주말 보내고 오는 게 신혼여행인가 봐요.”

유미는 용준과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게 탐탁지 않았다.

“피곤할 텐데 호텔에 가서 쉬어.”

유미가 일어서자 용준도 따라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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