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9> 파멸 혹은 연민-15
자쿠지 탕에서 나와 침대에 누운 윤 회장이 정희의 손길을 받기 전에 요란하게 전화가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하자 윤 회장이 전화를 받았다.
“그래. 자네 수고했어.”
“회장님, 그 정도에서 해결하신 거 잘하신 겁니다.
걔가 성격이 아쌀해서 지저분하게 굴진 않을 겁니다.”
“수표 건네고 각서까지 쓰고 우리 한 실장이 알아서 법적인 장치까지 다한 걸로 알고 있네.”
“게다가 어제 비행기 표를 끊은 사실도 확인이 되었습니다.”
“그렇군.”
“그러니까… 저도….”
“자네 그 통장으로 입금하면 되지? 자네도 이제 마지막이야.
알겠나? 자네 평생 무슨 보험 든 줄 알고 날 성가시게 구는데 이제 그만하라구.
우리 인연도 여기서 끊자구.”
“알겠습니다. 천륜도 끊는 판에 저 같은 인연이야 뭐….”
“또 그 말도 안 되는 소리!”
“잘 알겠습니다, 회장님.
하긴 뭐 늘 진실이 중요한 건 아니니까요.
진실을 파헤치는 자체가 추문이 되는 사람들은 그걸 피해야죠.
똥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더러워서 피하는 거 아닙니까?”
“전에 말하던 거보다 10프로 더 넣겠네.”
“감사합니다. 만수무강하십시오. 그럼. 아드님 결혼식때 뵙겠습니다.”
“안 와도 돼. 끊어.”
윤 회장의 기분을 눈치챘는지 정희가 다가와 기분 좋은 향유를 몸에 발라 주었다.
정희의 부드러운 손길이 느껴지자 좀 전의 똥 같은 기분도 서서히 사라졌다.
똥은 네 놈이 똥이지. 그래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 오물 처리하는 데 그 정도 돈쯤이야 좀 쓰면 어떤가.
한동안 그놈이 나타나진 않을 테니.
오유미 일이 일단락되고 동진의 결혼식은 애리가 배부르기 전에 치를 것이다.
부드러운 정희의 손길이 온몸에 녹작지근하게 느껴졌다.
“자네 사촌 말이야. 김지영이….”
아랫배를 지난 정희의 손길이 잠깐 주춤했다.
“예, 회장님!”
“걔, 애가 꽤 쓸 만하겠던데. 앞으로 계속 잘 좀 가르쳐 봐.”
윤 회장은 정희를 슬쩍 떠보았다.
대답 대신 갑자기 그녀의 손길이 재빠르게 리듬을 탔다.
“으음, 좋아. 그렇다고 자네를 버리진 않을 거야.”
윤 회장은 정희에게 자신을 속인 걸 따져 묻고 싶진 않았다.
지금은 그냥 모른 척하고 덮어 두는 게 나을 것이다.
게다가 이 여자만 한 손맛은 없다.
아까 그놈이 똥 얘기를 했지만,
만사 해결되니 된똥을 시원하게 눈 것처럼 개운하고 홀가분했다.
과연 돈이 좋긴 좋구나.
정희의 기교가 무르익자 윤 회장은 흥분에 겨워 정희의 몸을 마구 꼬집기 시작했다.
정희가 몸을 비틀며 단발마적인 콧소리를 냈다.
그 소리가 교성보다 더 듣기 좋았다.
배설의 쾌감을 느끼면서 카타르시스에 빠져든 그는 스르르 잠으로 기분 좋게 미끄러졌다.
정희는 기분 좋게 잠든 윤 회장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쓸어 주었다.
회장은 모르겠지만, 지영은 정희에게 돈 많은 남자를 물어 외국으로 떠난다고 했다.
그리고 어렵지 않은 부탁을 했는데,
오늘 저녁에 만나 그 대가로 생각보다 큰돈을 주겠다고 했다.
지영이 사라지면 윤 회장은 완전히 정희가 독점할 수 있는데 그 돈에 그 정도 부탁쯤이야.
내 이런 일을 오래 할 기집애가 아닌 건 애저녁에 알았지.
흥, 맹인안마사 얼굴만 갖고 되는 줄 아나?
윤 회장이 완전히 잠든 걸 확인하자 정희는 가방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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