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336> 파멸 혹은 연민-2

오늘의 쉼터 2015. 4. 6. 17:50

<336> 파멸 혹은 연민-2 

 

 

 

 

그때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왔다.

 

윤 회장이었다.

 

유미가 얼른 일어나서 목례를 올렸다.

“어, 그래. 자네 왔는가.”

“회장님, 안녕하십니까.”

“일단 앉게. 내가 따로 불러서 놀랐는가?”

“정희 언니한테 언질을 받고는 마음이 반반이었습니다.”

“왜?”

“기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회장님을 잘 모셔야 할 낀데…. 아직 마사지가 서툴러서요.”

“서투른 맛도 나름대로 좋아. 익숙한 거 보다 새로운 자극이 될 수도 있단 말이지.”

“아, 예….”

그때 아까 유미를 에스코트했던 남자가 차를 들고 왔다.

 

차 주전자에서 뜨거운 차를 윤 회장과 유미의 잔에 따르고 공손히 읍한 자세로 서 있었다.

“자넨 이제 나가 봐. 내가 벨을 눌러 부르지 않는 한 별채에 내려가 있게나.”

“예, 알겠습니다.”

“자네 말고는 집안에 누가 있나?”

“아무도 없습니다. 윤 이사님은 밤에 늦게나 들어오실 테고요.”

“그래도 혹시나 해서인데, 아무도 집안에 들이지 말게나.”

“옙, 잘 알아 모시겠습니다.”

남자가 윤 회장에게 고개를 숙이면서 물러났다.

 

방문을 나서기 전에 눈길을 살짝 들어 유미를 잠깐 일별했다.

 

그리고 다 알겠다는 듯 묘한 눈빛을 흘렸다.

 

유미가 맹인이기에 모를 줄 알고는 노골적인 표정을 지어보이는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유미는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들게나. 이 차를 마시면 몸과 마음이 아주 편안해지지.”

“예.”

“보고 싶었네.”

윤 회장이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유미를 빤히 쳐다보았다. 

 

“아, 예. 저도요, 회장님.”

유미도 고개를 숙이며 수줍게 말했다.

“자네도? 나를 보고 싶었단 말이지?”

“회장님 생각이 많이 났어요.”

“그래? 뭐가 생각나던가?”

갑자기 뭐라 말을 해야할지 몰라 유미는 잠시 망설였다.

 

뭐 이리 꼬치꼬치 묻나.

“처음 뵀을 때부터 그냥 이상하게 편안했어요.

 

아, 맞아요. 회장님 몸에서 나는 체취가 참 좋았어요.

 

우리 같은 사람은 보지를 못하니까 느낌이나 냄새에 민감하거든요.”

“그랬어? 흐음, 미스 김도 오늘 좋은 향이 나는데?”

“고맙습니다. 회장님 마음에 드신다니…. 오늘은 자쿠지 탕에 안 들어가십니까?”

“오늘은 안 들어갈래.”

“아, 예….”

“미스 김, 나이가 몇이라 그랬지?”

유미는 순간 본 나이를 말해야 하나,

 

정희에게 속인 나이를 말해야 하나 고민했다.

“서른 둘입니다.”

“좋은 나이군. 결혼은 왜 아직 안 했어?”

차를 마시는 동안 윤 회장은 이것저것 물었다.

“눈도 안 보이는데 어떤 멀쩡한 남자가 저랑 결혼하겠어요?

 

먹고사는 문제만 해도 마음이 무겁다 아입니까.”

“이렇게 젊고 예쁜데…. 나이 많은 사람은 상대를 좀 해 봤나?”

으음, 이제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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