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306> 갈림길-3

오늘의 쉼터 2015. 4. 5. 10:14

<306> 갈림길-3

 

 

 

유 의원이 마음을 잠시 가다듬듯 침묵했다.

 

그러다가 유미를 보며 달래듯 말했다.

“윤 회장은 자신의 출세와 영달을 위해서는 교활하기도 하고 잔인하기도 한 인간이다.

 

한 가지 충고하는데 난 너가 그 인간이랑 털끝 하나라도 얽히지 말았으면 싶구나.”

“무슨 말씀이신지 알아요.

 

제가 어떻게 정면으로 대결하겠어요.

 

때가 되면 이런 진실이 큰 힘이 되니 그냥 정보로 모아두고 싶은 거죠.

 

아버님과 연루된 다른 것은 그대로 두고 윤 회장의 치부만 눈알 파내듯 파낼 거예요.

 

그러니 윤 회장의 비행이나 비리 같은 것만 말씀해주시면 돼요.”

“그것뿐이냐?”

유 의원이 물었다.

 

유미는 일단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노회한 유 의원의 머릿속에선 어떤 계산이 오고가는지 유미로서는 알 수 없었다.

“내 대답은 두 가지다.

 

그 인간 의처증이 있는 또라이야.

 

그런 문제로 홍 마담을 알게 모르게 괴롭힌 모양이야.

 

아이 아버지로 나를 의심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난 홍 마담 관련 부분에서는 결백해. 난 당시에 묶었거든.”

묶었다? 잠시 후에 유미는 이해가 되었다.

“아, 예….”

“그리고 장부니 수첩에 관해서는….

 

나도 그 인간에게 배신감을 많이 느끼는 부분이다.

 

그 인간 때문에 내 정치 생명에 위협도 많이 받았는데 난 의리를 지키려고 노력했다.

 

그놈과의 인연이 사실 수십 년 되기도 했고.”

“어떤 인연이었는데요?”

“내 중학교 후배야. 따지고 보면 한때 한솥밥을 먹던 놈이기도 하지.

 

그놈 아버지가 옛날 우리 집 일꾼이기도 했지.

 

그런데 예전부터 이리저리 인연이 얽히고,

 

저는 저대로 맨바닥에서 돈을 벌려니 정치판에 있는 나를 이용하고 싶었겠지.

 

비자금 관련이나 세금 포탈 같은 건 그 장부가 아니라도

 

내가 알고 있는 건만 해도 여러 건이다만,

 

사실 그런 게 터지면 나도 일부 관련된 부분이 있어서 늘그막에 모양새가 안 좋아.

 

그건 너 같은 애가 터트린다고 해서 이 판의 지형도가 바뀌는 것도 아니고.

 

한때 정경유착 아니었던 기업과 재벌이 어디 있겠니?

 

다 톱니바퀴 같은 구조의 문제지.” 

 

유미는 유 의원이 살짝 빠지려고 하는 걸 알았다.

 

자신에 대한 보호본능일 것이다. 이해가 되긴 한다.

 

그걸 생각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좋아요. 아버님이 조금이라도 다치실 거 같으면 저 그 정보 취하지 않겠어요.

 

그런데 그 홍 마담이 뺑소니 교통사고로 즉사를 했는데 그 부분이 석연치 않아요.

 

윤 회장에게서 끊임없이 협박과 괴롭힘을 당했던 거 같아요.”

뭔가 짚인다는 듯 유 의원의 눈빛이 가늘어졌다.

“그럴 수 있는 놈이야.

 

그놈, 예전부터 조직과 가까웠어.

 

일의 속성상 필요하기도 했겠지만.”

“조직요? 조폭?”

유 의원이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정말 나쁜 놈이네. 정말 가만두면 안 되죠.

 

아버님은 예전부터 그걸 알고도 모른 척하신 거예요?

 

나는 새도 잡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있으면서요?”

“지금이야 그렇진 않겠지.

 

사실 거시적으로 보면 저나 나나 거대한 조직의 한통속이나 마찬가지였겠지.

 

경찰 영화 보면 조폭 잡는 경찰이 조폭과 친하잖냐?”

유 의원이 머쓱하게 웃었다.

 

유미는 어깨를 올렸다 내렸다.

“아마도 지금은 은밀한 사조직을 거느리고 있을지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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