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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5> 악어와 악어새-11

오늘의 쉼터 2015. 4. 5. 09:54

<295> 악어와 악어새-11 

 

 

 

강애리가 만만치 않을 거라는 느낌이 가슴을 무겁게 했다.

 

하룻강아지 강애리는 족보나 있는 개지, 나야말로 족보도 없는 똥개 아닌가.

 

이러다 용준의 말마따나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개털 신세가 되는 거 아냐?

유미는 담배 두 개비를 연거푸 피우고 나서 휴대폰을 들고 번호를 눌렀다.

 

한참 있다가 전화가 연결되었다.

 

유미가 반갑게 그의 이름 끝자를 영어식으로 불렀다.

“이크!”

“어? 웬일? 오늘 꿈자리가 좋더라니.”

오랜만에 듣는 수익의 목소리였다.

 

수익의 웃는 눈이 떠올라 유미도 저절로 눈웃음이 쳐졌다.

 

미소가 아름다운 남자는 기분전환용으로도 그만이다.

“공부 잘 돼?”

“뭐 그럭저럭.”

“자기가 100일간 공부하러 들어간다고 했을 땐 몰랐는데,

 

왜 이렇게 빈자리가 허전하지? 나 정말 방해할까봐 전화도 안 하려고 했는데….”

“정말?”

“웅!”

유미가 젊은 애들처럼 콧소리로 대답했다.

언제부터 수익은 자신이 원하던 공부를 하러 가니 당분간 연락하지 말라며 떠났다.

 

원래부터 좀 신비로운 게 매력인 수익이라 더 묻지 않았다.

 

게다가 윤 이사의 일로 머리가 한창 아플 때였다.

“나도 전화 한번 하려고 했는데 내가 먼저 큰소리치고 들어갔으니

 

내 편에서 하기가 그랬지. 그런데 며칠 전부터 전화가 자꾸 기다려졌어.”

“오늘이 며칠째야?”

“49일째.”

“그럼 한 번 내려왔다 가지. 49재도 지낼 겸.”

“49재?”

“49일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제사도 지내고 젯밥도 먹고 그러자는 거지.

 

제사보다 젯밥이 더 맛있잖아.

 

맛있는 거 사 줄게.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거, 녹차 먹인 삼겹살…ㅋㅋㅋ. 거긴 어디야?”

 

“그냥 모처의 깊은 곳.”

“무슨 공부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깊은 산속 옹달샘에 와서 잠깐 목이라도 축이고 하시지.”

“글쎄. 그럴까? 헉! 갑자기 막 허기가 지네.”

“배고프고 허기진 영혼을 구하는 성자도 자신이 배가 불러야 기운 나서 하는 거야.

 

그리고 나도 요즘은 너무 허기져. 심신이 모두.”

유미는 농담에서 진담으로 말을 바꾸었다.

“내일이 금요일이니까 내일 저녁에 우리 집으로 초대할게.”

“정말?”

“녹차 먹인 삼겹살도 많이 먹여줄게. 주말 함께 보내도 좋고.”

수익은 잠시 생각하는 눈치였다.

“게다가 수익을 올릴 건수도 하나 있을 거 같아.”

“수익?”

“그래. 고수익 ㅋㅋ… 깊은 산속의 모처에서 무슨 수익이 나겠어.

 

기껏 약초나 먹고 기운이나 좀 모아두겠지. 아니, 그것도 중요하지.”

수익이 깊은 산속 암자나 고시원 같은데 있을 것 같은 그림을 떠올리며 유미가 말했다.

“알겠어. 내가 내일 유미씨 퇴근 무렵에 전화할게. 드디어 집으로 초대하네.”

“그럼. 난 아무나 집에 안 불러. 내 남자라는 확신이 들지 않는 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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