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8> 변신-11
“아니. 잠 깨워서 미안한데, 그 여자가 핸드폰 여기 떨어트렸냐고 물어보래.”
“안 보이던데. 잠깐 찾아볼게요.”
용준이 방 안으로 잠깐 들어가더니 고개를 흔들며 나왔다.
“없어요.”
“알았어. 잘 자.”
유미가 뒤돌아서는데 용준이 물었다.
“저, 연기 괜찮았어요?”
“잘했어. 배용준 뺨치던 걸?”
“근데 여자 나가자마자 쌤이 저 깨워서 그런 짓 시킨 건 마음에 좀 걸렸어요.”
“어쩔 수 없었어. 내가 잘 보살펴 줄 거니까 걱정 마.”
유미는 용준의 집을 나오면서 골목에서 호주머니에 든 여자의 휴대폰이
꺼져 있나를 다시 확인했다.
아까 여자가 마사지 삼매경에 빠졌을 때 화장실 앞에 있던 여자의 가방에서 슬쩍한 거였다.
유미는 차로 돌아와 말했다.
“어쩌죠? 없대요.”
여자는 걱정스러운 얼굴이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할 수 없죠. 어디다 떨어뜨렸을까….”
“그런데 어디로 모실까요? 그 몸으로 집에 가면 누가 있어요?”
여자가 잠시 머뭇거렸다.
“여동생이랑 함께 사는데 오늘따라 그 애가 남자친구랑 여행을 떠났는데….”
“그럼 어쩌죠? 제 집에 가서 얼음찜질부터 하고 내일 병원이랑 집에 모셔 드릴까요?
전 바로 요 근처에 혼자 살거든요.”
“글쎄… 혼자서 발까지 다치고 아무도 없으니 좀 난감하긴 하네요.
내일 병원에도 가 봐야 할 거 같은데….”
“편할 대로 하세요. 그런데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꼭 우리 사촌 언니를 보는 거 같아요. 그 언니도 앞을 못 봤는데….”
“어머, 그래요? 그 언니는 지금 뭐하시는데요?”
“죽었어요.”
“아니, 어쩌다가….”
“밤에 시골에서 누가 자전거를 타고 가다 언니를 쳤는지 방죽길 밑으로 굴러떨어졌어요.
다친 데다 그 추운 겨울에 혼자 헤매다가 그만….
그때 누가 옆에서 도와줬다면 살았을지 모르는데….”
사촌 언니라야 트랜스젠더 출신 가수로 지금쯤 미사리 라이브 카페에서 열심히 노래를 부르고
있을 수민이 생각났지만 어쨌거나. 여자가 잠시 말이 없어졌다.
“저어… 초면에 큰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함께 있어 줄래요?
이상하게 나도 그쪽 목소리를 들으니까 마음이 편하고 왠지 위안이 되네요.”
“고맙습니다. 그렇게 봐 주시니.”
그렇게 봐 주시니? 앞 못 보는 사람에게 쓸 말은 아닌데….
아무렇지 않게 써 왔던 그 말이 어색했다.
“우리 집에 아무도 없으니 같이 가요.”
여자가 결심한 듯 말했다.
“좋아요. 그렇게 할게요. 내일 병원에도 모셔다 드릴게요.”
유미가 흔쾌히 대답을 하고는 차를 몰았다.
“사실 아까 사촌 언니가 떠오른 데다 저도 늘 마사지에 관심이 많았어요.”
“지금은 무슨 일을 하는데요?”
유미가 좀 처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저냥 카페에도 나가고 바에서도 알바하고… 뭐 그냥. 근데 나이 들어서도
이렇게 불안정하게 살 수도 없고 전부터 기회가 되면 마사지 공부나 해 볼까 생각하곤 했는데…
이것도 인연인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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