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217)좁은문-10

오늘의 쉼터 2015. 4. 2. 00:31

(217)좁은문-10 

 

 

 

 

 

 유미는 수익의 말에 몸으로 화답했다.

 

그의 매끄러운 몸을 꼭 껴안았다.

 

사랑해요. 당신의 과거까지도….

 

얼마나 위로가 필요했으면 그 말에 눈물이 찔끔 날 뻔했다.

 

그냥 그가 단순히 하나의 비유로 한 말이라 해도 유미는 그 말이 고마웠다.

 

고수익이 유미보다 더 어린 남자라 해도 그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런 마음에 부응이라도 하는 것처럼 수익은 멧돼지 같은 저력으로 다시 돌진했다.

 

풀무질하듯 푸푸거리는 거친 숨결이 그의 입에서 뿜어 나왔다.

 

그의 몸 냄새와 땀 냄새, 그리고 체액이 뒤섞인 원시적인 냄새가 훅 끼쳤다.

 

모든 것은 짐승의 일이라….

 

지금 현재 쾌락으로 엉켜있는 짐승 같은 두 몸. 지금은 그것만이 인생이다.

그의 몸이 나사처럼 깊게 파고들었다.

 

그럴수록 간질거리던 온몸이 시원해지고 세포 하나하나가 깨어나 즐거운 비명을 질러댔다.

 

유미는 그의 몸을 빨아들일 듯이 빈틈없이 조였다.

 

그가 기분 좋은 신음소리를 길게 흘렸다.

 

암나사와 수나사가 꼭 조인 두 몸이 빈틈없이 포개져서 하나가 되었다.

 

아무것도, 어떤 터럭 하나도 끼어들지 못하는 절대적인 합일이다.

 

두 몸은 마치 서로가 자신의 몸인 것처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동시에 오르가슴을 느꼈다.

 

그것은 머리가 아니라 몸만이 아는 확신이었다.

 

그 확신이 유미에게 지고한 위로와 충족감을 안겨주었다.

 

유미는 무당이 사설을 풀듯, 신자가 방언을 하듯 자신도 이해하지 못하는 말을 터뜨렸다.

 

수익도 마찬가지인가 보았다.

 

그의 입에서는 계속 사랑해란 말이 고장난 녹음기처럼 흘러나왔다.

갑자기 그가 몸을 심하게 떨었다.

 

그 진동이 유미에게도 전해져서 두 사람은 부둥켜안고 짧고 단속적인 경련을 수차례 했다.

 

어느 순간, 동시에 두 사람은 소리를 질렀다.

 

귀를 막고 눈을 감고 어떤 좁고 긴 동굴 속으로 함께 미끄러지듯 소리만 울려왔다.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강력한 오르가슴 속으로 두 사람은 빨려 들어갔다.

정신을 차리자 유미는 자신이 울고 있음을 깨달았다.

 

4차원의 어느 세계에서 빈 배로 다시 돌아와 아직 잔잔한 물살에 흔들리고 있는

 

몸이 꼭 요람 속에 누워있는 듯했다.

 

그 편안함 때문인지, 쾌락 후의 허전함 때문인지, 감정의 과잉상태 때문인지

 

유미는 조금씩 흐느끼고 있었다.

“바보같이 울긴….”

수익이 혀로 유미의 눈물을 핥았다.

“미안해요. 그냥 눈물이 뻥 터져버렸네.”

수익이 땀으로 젖은 유미의 머리칼을 쓸어주며 말했다.

“속에 울음이 가득차 있었나 보죠. 울어요. 내 품에서 실컷.”

수익이 유미를 품에 안고 등을 쓸어주었다.

 

유미가 그 품에서 소리 없이 울었다.

 

아, 왜 이러지. 이러면 안 되는데.

 

혼자서는 울어도 남자 앞에선 울지 않았는데.

 

내가 왜 이렇게 약해졌을까.

 

그토록이나 많이 힘들었나….

“그동안 많이 힘들었나 봐요.”

수익이 다 알겠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요. 유미씨가 내 품에서 어린애처럼 우니까 더 사랑스러워요.”

“나 이런 적 없는데….”

“예쁘고 도도하고 남부러울 거 없어 보이는 사람일수록 더 외로운 법이죠.

 

아마 유미씨가 그럴 거 같은데….”

“수익씨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지만, 그 어떤 사람보다도 따스한 사람 같아요.”

“그렇다면 다행이에요.”

“내가 추워서 떨고 있을 때 나타난 아주 따스한 사람.”

유미는 갑자기 무언가를 고백하고픈 강렬한 심정이 되었다. 

 

 

 

'소설방 > 유혹' 카테고리의 다른 글

(219)좁은문-12   (0) 2015.04.02
(218)좁은문-11   (0) 2015.04.02
(216)좁은문-9   (0) 2015.04.02
(215)좁은문-8  (0) 2015.04.02
(214)좁은문-7  (0) 2015.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