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숨은 그림 찾기-7
사직서 제출을 용준에게 맡기고 유미는 허허로운 마음으로 사무실을 나섰다.
사표가 수리될지 어떨지 모르지만 일단 윤동진에게 보고는 될 것이다.
유미는 윤동진에 의해 특별채용된 직원이기 때문이다.
밖에는 장마가 시작되는지 잔뜩 찌푸린 날씨였다.
막상 대낮에 나오니 갈 데가 마땅치 않았다.
그동안 미술관 일에 매진하느라 특강이나 개인적인 일은 대폭 줄였다.
갑자기 빈 시간이 너무 공허하게 느껴졌다.
때마침 전화벨이 울렸다.
김 교수였다.
평소 같지 않게 내심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어머, 교수님!”
“잘 있었어? 많이 바쁘지?”
“아빠교수님이 호출하면 언제든 달려가죠.”
“거 립서비스라도 반가운 소릴세. 오늘 저녁 시간 돼?”
“저녁식사라면… 될 거 같은데요.”
“마침 잘 됐네. 안 되더라도 나오라고 할 참이었거든.
이사장님이 한번 보고 싶어 하셔.”
“이사장님께서요?”
“안 그래도 그 양반하고 자리 한번 하자고 했잖아.
좋은 기회니까 저녁 시간 비워 둬. 이따 일곱시쯤….”
김 교수가 시내 호텔의 일식당을 약속 장소라며 알려주었다.
대학의 실세인 김 교수가 이사장과의 자리를 마련하는 것은 교수 공채를 염두에 둔 배려였다.
마침 사표를 집어던지고 나오는 마당에 타이밍이 잘 맞는 약속이다.
일곱시까지는 여섯시간 가까이 남았다.
늦은 점심이나 먹을까 생각하다가 인규의 레스토랑 베네치아 생각이 났다.
유미는 차를 몰아 가로수길로 가보기로 했다.
전에 인규의 말로는 개점휴업이라 했다.
막상 가보니 베네치아는 내부 공사중이라 당분간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공고문이 붙어 있었다.
무슨 일인지 유미는 지완에게 전화를 해보았다.
‘오비이락’격인 그 일을 겪고 지완의 거취가 어찌 됐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지완아, 나 유미야.”
지완이 반갑게 전화를 받았다.
“어! 유미야. 안 그래도 전화 한번 하려고 했어.”
“요즘 어떻게 지내? 어디니?”
“그냥저냥… 아직 친정에 있어.”
“인규씨는?”
“애들 말 들으니 집에 그냥 처박혀 있나봐.”
“안 만나 봤어?”
“만나긴. 지가 감히 여길 어떻게 와? 전화는 한 번 왔어.
으르릉대면서. 나 당분간 그 사람 안 보고 전화도 안 받으려구.”
“베네치아는 완전히 문 닫은 거니? 점심 먹으려고 한번 들러봤더니….”
“팔려고 내놨어. 재산 정리 차원에서도 그렇고….”
“이혼하려고?”
“하여간 머리가 복잡해. 너 점심 안 먹었으면 이리로 와.
마침 삼계탕 만들려고 하는 중이야. 네 것도 준비할게.”
“아냐. 넌 그 와중에 몸보신도 하고 좋다, 야.”
“그러지 말고 정말 와라. 보고 싶어. 아버지도 좋아하실 거야.”
유미는 약간 망설이다 지완의 친정집으로 가기로 했다.
예전부터 정계와 재계의 거물들이 살고 있기로 유명한 동네로 들어오니
마침 윤동진의 집도 그리 멀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방 > 유혹'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숨은 그림 찾기-9 (0) | 2015.03.31 |
---|---|
(199)숨은 그림 찾기-8 (0) | 2015.03.31 |
(197)숨은 그림 찾기-6 (0) | 2015.03.31 |
(196)숨은 그림 찾기-5 (0) | 2015.03.31 |
(195)숨은 그림 찾기-4 (0) | 2015.03.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