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숨은 그림 찾기-5
유미는 누가 이 사진을 찍었으며 어떻게 동진의 손에 이 사진들이 들어왔는지 궁금했다.
그러나 동진은 입을 다물었다.
“이 사진에 나온 남자들을 모른다고 하진 않겠어요. 하지만 맹세코 이 남자들을 사랑하진 않아요.”
유미는 이렇게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최선이었다.
따져 보면 인규는 옛 애인에 불과하고 용준은 동진의 대타이며 김 교수는 부정(父情)을
채워 주는 대상일 뿐이다.
“사진을 보니, 이미 처음부터 날 의심하고 있었던 거군요.”
유미의 눈에 살짝 눈물이 차올랐다.
“어쩜… 나야말로 당신 손에서 놀아난 거 같아요.”
유미의 눈에서 눈물이 진주처럼 떨어졌다.
그걸 본 동진의 마음이 약해졌다.
“사실 나도 오늘 사진을 처음 봤어.”
“이건 모함이에요.”
유미가 침대에 쓰러져 어깨를 들먹이며 울었다.
유미는 동진이 자신을 달래줄 걸 기대했다.
그러나 동진은 약해지려는 마음을 누르며 다짐받듯이 말했다.
“그 남자들과 아무 일이 없다는 걸 어떻게 믿지?”
“그럼 그 남자들과 섹스했다는 증거를 갖고 올 수 있어요?
도대체 누가 사주해서 내 뒤를 쫓는 거죠?
이건 그 사람의 의도대로 조작된 모함이에요. 도대체 누구예요?”
“나도 몰라.”
“그럼 나도 어떤 것도 말할 수 없어요.
내 말을 믿지 못하는 당신에게 내가 무얼 더 말할 수 있겠어요?
나는 당신의 감시를 받아야 하는 죄수가 아니란 말이에요.
분명히 말하는데 난 자유인이지 당신의 노예가 아니에요.
당신, 착각하나 본데, 난 돈의 노예가 아니에요.
내 자유를 건드리는 건 용서 못해요.”
동진이 갑자기 유미의 뺨을 또 한 대 갈겼다.
그 통에 유미가 침대로 다시 쓰러졌다.
뺨에서 불이 나는 거 같았다.
이번엔 정말 너무 아파서 눈물이 퍽, 쏟아졌다.
유미는 침대에서 일어나 핸드백을 멨다.
룸을 나가려는데 동진이 뒤에서 팔을 낚아채며 소리쳤다.
“그러니까 저 자식들하고 섹스는 했다는 거 아냐!”
유미가 동진의 손을 뿌리치며 문을 닫고 나왔다.
안에서 동진이 주먹으로 도어를 내리치는 소리가 들렸으나 따라 나오지는 않았다.
호텔 밖으로 나온 유미는 택시를 잡아탔다.
집으로 가는 내내 유미는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부풀어 오른 뺨을 만지면서 분한 생각도 들었다.
최후의 무기라는 여자의 눈물을 보이면서까지 모함이라고 강변했으나
동진은 믿는 거 같지 않았다. 눈물이 아까웠다.
말은 그렇게 큰소리치며 했지만 사실 유미는 속으로 놀랐다.
어떻게 그런 사진이 찍히는 걸 몰랐을까?
그나저나 그 사진을 찍은 사람은 누구일까?
아니면 누가 사주를 했을까? 만약 동진이 한 짓이라면 용서할 수 없다.
그러나 오늘 사진을 처음 보았다는 동진의 말은 거짓말이 아닌 것 같았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표정을 하고 있지 않았는가.
유미의 주위에서 무언가를 노리는 사람이 있다.
커튼 뒤에서 꼭두각시의 줄을 쥐고 유미를 제 마음대로 놀리고 싶어 하는 누군가가 있다.
유미는 그 어둠 뒤의 드러나지 않은 존재에 대한 두려움과 적개심 때문에 미칠 거 같았다.
하지만 언젠가는 숨은 그림 찾기처럼 하나하나 찾아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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