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숨은 그림 찾기-6
유미는 다음날, 미술관으로 출근해서 사표를 내기로 했다.
유미로서는 지금 내밀 수밖에 없는 카드였다.
일단 카드를 내던져보는 거다.
우선 상관인 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임의 뜻을 표했다.
재개관을 앞두고 분주한 상황인데 이러면 어쩌냐고, 부장은 펄펄 뛰었다.
사직서를 쓰고 있는데 박용준이 들어왔다.
“초대장 명단 정리해놨는데 한 번 확인해주시죠. 그럼 바로 내일이라도 발송하죠.”
“박 팀장, 오늘부로 여기 일은 알아서 해야 할 거 같아.”
“무슨 뜻인지….”
“이거 안 보여?”
“아니, 웬 사직서?”
“그렇게 됐어.”
“아니 왜요? 에이, 말도 안 돼요. 개관일이 얼마 남았다고요.”
“그럴 일이 생겼어.”
“아니, 그럼 저는 어떡해요?”
용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왜 밥줄 잘릴까 봐? 괜찮을 거야.”
“무슨 일인지 물어봐도 돼요? 혹시 윤동진 이사랑 관련된 거 아닌가요?”
“왜 뭐 짚이는 게 있어?”
“아! 아뇨. 그냥 제 감이… 뭐 기분 나쁜 일 있었죠? 자존심 상한다거나.”
유미는 동진이 내밀었던 사진에 용준이 있었던 것도 기억나서 물었다.
“혹시 사진 찍히거나 누군가에게 미행당하거나 그런 느낌 있었어?”
“왜 제가 어디 찍혔어요? 내가 아직 파파라치에게 시달릴 만큼 유명하진 않은데….”
용준이 어깨를 으쓱하다가 뭔가 느낌이 오는지 유미에게 채근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윤 이사가 내민 사진에 용준씨가 아침에 우리 집을 나서는 장면이 있더라.”
“아 그날 우리 진하게 한 날, 내가 그거 핸드폰으로 인증샷 찍으려 했는데 쌤이 말렸죠.”
“차 안에 함께 있는 사진도 있더라.”
“윤 이사님이 찍었어요?”
“몰라.”
“우이씨! 이거 뭐야. 민간인 불법 사찰도 아니고.
그렇다고 감정적으로 그만두시면 전 어떡해요?
쌤이 저한테 늘 말했잖아요. 공사를 분명히 하라고.”
“그랬지. 하지만 그 모욕을 받고 여기서 버틴다는 게….”
“말하자면 여자로서 마지막 카드를 내미는 거네.”
눈치 하나 빠르기는…. 유미는 좀 무모하다는 느낌도 들지만,
윤동진의 반응을 보고 싶었다.
그동안 미술관 일에 쏟아부은 애정은 윤동진도 잘 알고 있다.
그만두는 것에 미련이 있기도 하지만,
어제 일 같은 핍박과 모욕에 대한 유미 나름의 저항을 일단 표하고 싶었다.
상처받은 자존심 때문인지도 모른다. 마음 한편으로는 오기가 생기기도 했다.
일단 그에게 간 쓸개 다 내놓고 매달려서 이 일을 없던 일로 무마하고
어떡하든 결혼에 골인해서 윤 회장과 윤동진을 보란듯이 쥐고 흔들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이 결혼이 세속적 욕망의 엘리베이터일지라도 결혼은 연애의 무덤이다.
솔직히 유미는 결혼과 자유, 두 개의 떡을 양손에 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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