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192)숨은 그림 찾기-1

오늘의 쉼터 2015. 3. 31. 14:12

(192)숨은 그림 찾기-1

 

 

 

“잠깐 볼 수 있을까?”

윤동진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머! 지금? 웬일이에요?”

유미가 시계를 보았다. 밤 10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어디서?”

“새해 우리 처음 만났던 호텔 바에 있어.

 

손님과 저녁미팅이 있었는데 보내고 혼자 술 한잔 하고 있어.”

“글쎄요… 자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당분간 전화하지 않겠다는 동진의 일갈을 떠올리며 유미는 살짝 퉁겼다.

 

흥, 겨우 그 정도 버틴 거야? 속으로 날짜를 대충 꼽아보니

 

그가 다시 전화한 것은 열흘 만이었다.

“다시 전화하다니, 뭔가 확신이 선 거예요?”

“뭐 꼭 확신이 서야 보나?”

“그럼, 그것보다 더 급하게 서는 게 있나요?”

유미가 동진을 살짝 비꼬았다.

동진이 헛, 하고 웃었다.

“아닌 게 아니라 목소리 들으니까 엉뚱한 물건이 스탠드업하네.”

“싯다운하라 그러세요. 오늘밤은 피곤해요.”

“나 물 먹이는 거야? 나 또 물 먹고 싶지 않은데….”

“치이, 물은 내가 먹었잖아요.”

“함께 술이나 먹자.”

동진이 목구멍으로 술을 넘기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짧은 순간, 한숨을 내쉬었다.

“외롭다.”

“……!”

“난 유미씨가 외롭다고 하면 달려갔었는데. 왜 그렇게 기브앤테이크 정신이 부족해?”

“갈게요. 누가 장사꾼 아니랄까봐. 이심전심이라 표현하면 더 인간적이잖아요.”

유미는 옅은 화장만 하고 간편한 차림으로 차를 두고 집을 나섰다.

 

새해 첫날 우연히 그를 만났던 호텔의 바에서 동진은 이미 많이 취해 있었다.

 

웬일인지 그는 무척 피곤하고 정말 외로워 보였다.

 

 

“꽤 취했네요.”

“으음…그러고 싶었어. 자, 한잔 해.”

동진이 유미의 잔에 위스키 한 잔을 따라 주었다.

 

유미는 스트레이트로 쭉 마셨다. 목구멍이 화끈하게 뚫렸다.

“무슨 일 있어요?”

동진은 대답은 않고 유미를 빤히 바라보았다.

“참 알 수 없는 여자야.”

“신비롭다는 말씀?”

“누구야, 넌?”

동진이 유미에게 검지손가락을 들이댔다.

“내가 누구인지 알아 맞혀 봐요.”

“난 내가 생각하는 게 별로 틀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살았어.

 

그런데 짐작과는 다른 일들도 일어나는 게 인생인 거 같아.”

“보기보다 늦되는군요. 아님 그만큼 탄탄대로만 걸어왔다는 거죠.”

“그래서 내가 유미씨에게 매력을 느끼는 건지도 모르지. 당신에 대해 알고 싶어.”

“당신이 보는 대로 믿으면 그게 바로 나예요.”

동진이 유미에게 또 한 잔 술을 따랐다.

 

유미도 사양하지 않고 마셨다.

“나 말야. 오늘 밤 널 좀 한 대 갈기고 싶다.”

“어머, 취향이 바뀌셨나? 사실 나 완전 짐승남 취향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