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내가 누구인지 알아맞혀 봐-23
“무슨 말이야? 아까 내가 너네 집에 갔을 때 넌 없었잖아.”
“사실은 그때 집에 있었어. 인규씨가 와 있어서….”
“그 사람이 왜 거기 가있었니?”
“네가 집을 나왔다며 우리 집에 왔는지 확인하러 왔더라고.”
“그런데 용준씨는?”
“너 가고 나서 한 이십분 있다가 용준씨가 문을 두드리며 너를 찾으러 왔다고
소리치는 바람에 인규씨가 눈치채고 나와서는 그만….”
“내가 미쳐!”
“용준씨가 잽싸게 도망가긴 했는데, 혹시 두 사람, 어디선가 티격태격할지 모르겠다.
어쩜 근처에 있을지 모르니까 너도 눈에 띄지 않게 하고.
오늘밤에 우리 집에 오는 건 좀 위험할 거 같아.”
“이 일을 어쩌면 좋니?”
“나도 모르겠다. 아무튼 오늘은 어디 모텔 같은 데서라도 자.
그런데 왜 오늘 하필 두 사람이, 아니 세 사람이 다 우리 집으로 뛰쳐 온 거야?”
“유미야, 박용준 그 자식이 날보고 헤어지잔다. 사랑하는 여자가 생겼다면서.
그런데 나 황인규한테 돌아가고 싶지가 않아. 황인규, 그 남자는 이제 끝난 거 같아.”
지완이 울먹거렸다.
“차분하게 생각해. 그나저나 나도 곤란하게 생겼다. 너 있는 곳 모른다고 딱 잡아뗐는데 말야.”
인규는 유미가 용준을 지완에게 소개한 걸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리고 용준이 지완의 남편 인규와 유미의 관계를 알게 된다면…?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지완이 인규와 유미의 관계를 알게 된다면?
그리고 유미와 용준의 관계를 알게 된다면?
그야말로 유미가 테러범보다도 더 끔찍한 악의 축이라고 생각할 게 틀림없다.
그러고 보면 자신 속에 악의 씨앗이 자라고 있는 게 아닐까 유미는 섬뜩해졌다.
유미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꼬이는 일에 진저리를 쳤다.
강강술래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돌아가는 물고기처럼,
네 사람의 관계는 바람개비처럼 맞물려 헛돌고 있는 꼴이었다.
유미를 좋아하는 용준, 용준을 좋아하는 지완, 지완과의 끈을 놓지 못하는 인규,
인규와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운명에 얽힌 유미….
다음날, 용준은 오후에 늦게 출근했다.
입술이 터지고 광대뼈 부분이 벌겋게 부어 있었다.
다행히 줄행랑을 친 덕에 인규를 따돌리고 밤늦게 귀가했던 모양이었다.
“며칠 모처에서 은신할까 했는데 저 없으면 회사 일이 얼마나 더 바쁠까 싶어서….”
“잘했어. 놀랐지? 지완이는 연락 있었어?”
“아뇨. 유부녀라면 질렸어요. 지완씨 얘기 꺼내지도 마세요.”
용준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도 정말 곤란하게 됐어. 지완이 남편한테 용준씨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왜 하필 지완씨 남편이 거기 있었어요? 상상도 못했어요.
지완씨는 쌤 집에 갈 줄 알았거든요.
다투다가 새로 생긴 여자가 누군지 쌤한테 물어보겠다고 뛰쳐나갔거든요.”
“남편이 지완이 행방을 알아보려 왔더라고.
하필 용준씨가 지완이가 우리 집에 있을 줄 알고 찾아온 거하며 다 오비이락이었어.”
인규에게서는 연락이 없었다. 혹시나 싶어 전화를 했지만 인규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지완에게 전화를 했더니 친정집에 있다고 했다.
꼬리를 물고 있는 이 관계의 고리를 어디서부터 끊어야 할지….
'소설방 > 유혹' 카테고리의 다른 글
(193)숨은 그림 찾기-2 (0) | 2015.03.31 |
---|---|
(192)숨은 그림 찾기-1 (0) | 2015.03.31 |
(190)내가 누구인지 알아맞혀 봐-22 (0) | 2015.03.29 |
(189)내가 누구인지 알아맞혀 봐-21 (0) | 2015.03.29 |
(188)내가 누구인지 알아맞혀 봐-20 (0) | 2015.03.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