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187)내가 누구인지 알아맞혀 봐-19

오늘의 쉼터 2015. 3. 29. 23:37

(187)내가 누구인지 알아맞혀 봐-19

 

 

 

 

 

이게 무슨 소리인가?

“이유진이 그 이유진 맞아요?”

“모르지. 물론 가보진 않아서 확인된 건 아니지만 유진이 사진작가 아니었어?

 

하긴 한국 사람은 다 무슈 리, 아니면 무슈 김이어서 헷갈리긴 해.”

“혹시 이유진에 대해 새로운 사실이나 근황 같은 걸 알면 저한테 연락 좀 주세요.

 

제 전화번호는요.”

유미는 폴에게 휴대폰 번호를 말해 주었다.

 

마치 이유진이 꼭 살아있는 사람처럼, 헤어진 옛 연인이 그리워서 수소문하는 것처럼

 

간절하게 말했다.

 

폴은 이유진이 죽었다는 건 꿈에도 모를 것이다.

 

그러나 전화를 끊고 난 유미는 더 혼란에 빠졌다.

 

이유진의 물건을 수습하러 간 인규 말고 한참 후에 이유진의 작은 가방을 찾아간 남자는

 

누구일까?

 

그 가방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었을까?

 

혹시 동영상 파일이나 유미의 이미지 파일이 든 노트북이나 USB는 아닐까?

 

인규는 유진의 방에서 유미를 모델로 찍은 누드 사진들은 모두 수거해 왔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확인된 사실은 아니지만 폴은 이유진이 사진전을 열었다는

 

풍문을 들었다고 했다.

 

그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하지만 유미가 말할 수 있는 사실은 이유진은 죽었다는 것이다.

 

그럼, 그 작은 가방을 갖고 간 남자가 ‘홍두깨’인 걸까?

그때 용준이 노크를 하고 들어왔다.

“저어, 저번에 주신 휴대폰 번호 말입니다. 그거 알아보니 대포폰이더라고요.”

“그래?”

“그 사람, 누구예요? 독특한 포스가 느껴지던데….”

“아버지.”

“예? 설마?”

“양아버지야. 엄마 남잔데 어린 시절 한때 함께 산 적이 있어.”

“그런데…?”

 

“그런데 왜냐고? 가끔 내 인생에 등장하는데 미심쩍은 부분이 많은 사람이야.”

“그러게요. 인상이 좀 ‘껄떡지근’하더라고요.”

“코빼기밖에 못 봤다면서?”

“그래도 감이 있잖아요.”

“감? 참, 작품 도착 날짜 체크하고 입국작가들 확인해서 호텔에 예약 좀 해줘야겠어.”

“예. 그리고 지완씨 제 집에 있어요.

 

남편과 한바탕하고 집을 나왔다는데… 어제 밤늦게 찾아왔기에 가라 하기가 뭐하더라고요.

 

그 남편이 알고 쳐들어올까봐 걱정이에요.

 

쌤이 나서서 뭐라 좀 해주면 좋겠어요. 제가 뭐라 하면 서운해 할 테니.”

“내가 뭐라 그래? 두 사람 일은 두 사람이 알아서 해야지.”

말은 그렇게 해도 인규와 지완의 사이가 심상치 않은 거 같아 유미도 불안했다.

“쌤과는 친한 친구니까… 그 남편도 남편이지만, 지완씨가 우리 사이도 눈치챌까 봐 불안해요.

 

지완씨를 귀가시키는 게 여러모로 좋지 않을까요?”

“그래, 내가 통화해서 일단 좀 알아볼게.”

유미는 지완도 지완이지만 인규의 상태도 어떤지 궁금했다.

 

그동안 지완과 함께 있을 인규에게 연락을 취할 수 없었다.

 

지완이 일단 집을 나왔으니 인규에게 전화를 해보고 싶었다.

 

그러고 나서 지완에게 전화를 하는 게 좋을 것이다.

“방금 지완씨에게서 문자 왔는데 퇴근하고 곧장 집으로 오래요. 꼭 마누라처럼 굴어요.”

용준이 퇴근하여 귀가하면,

 

유미는 인규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