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내가 누구인지 알아맞혀 봐-18
위베르와 통화를 한 후 유미는 그의 친구인 벵샹이란 남자를 한 번 더 통해 드디어 폴의
전화번호를 입수하게 되었다.
유미는 쇠뿔도 단김에 뽑을 생각으로 폴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프랑스 남자가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저어… 폴인가요?”
“그런데요. 제가 폴입니다.”
“폴! 저는 오유미, 한국 출신의… 저, 기억나요?”
“유미? 그림 그리던… 기억나요. 올랄라! 이게 얼마 만이지?”
폴이 탄성을 지르며 반겼다.
“오랜만이죠? 잘 지내세요?”
“나야 뭐 꼼씨꼼싸… 당신은?”
“제가 대기업 산하의 미술관 일을 맡고 있는데 당신 친구 위베르가 초대작가로
그룹전을 하게 돼요. 당신 연락처를 위베르, 벵샹을 거쳐 알게 됐어요.”
“오, 그래요? 위베르는 유명작가지. 나도 무시하지 말고 전시 좀 해줘요.”
“그럼요. 제가 당신 그림 좋아했잖아요.”
“이곳에는 안 와요?”
“여건이 되면 조만간 가게 될지 모르겠어요.
참! 으음… 유진 리, 기억나요?
한국 남자. 유진이 아파트 구할 때 내가 당신 소개시켜줬잖아요.”
“유진…? 아, 무슈 리! 알지. 내 아파트에 세 들어 살았지.
당신 남자 친구였잖아. 그 친구, 잘 지내요?”
“으음… 모르겠어요. 우리 진작에 파리에서 헤어졌었거든요.”
“그 남자 갑자기 여행 간다고 집을 비우더니 소식 없었지.”
“그랬군요. 그 이후로는 어떻게 되었나요?”
“가만 있자. 어떤 남자가 친구라며 찾아와서 그의 짐을 챙겨야 한다고 해서
열쇠를 준 적이 있었지. 그런데 나중에 방을 빼고 보니 짐을 다 안 챙겨 갔더라고.
목욕탕 천장에 무슨 작은 가방이 있었는데… 내가 그냥 보관하다 잊고 있었는데
언젠가 또 다른 남자가 친구라며 연락을 해왔더라고. 무슈 리가 올 상황이 못 된다며
그가 한국에서 보냈다며 위임장까지 보여주기에 그 물건을 전해줬어.”
“네? 유진이 보냈다고요? 혹시 유진의 연락처 같은 건 모르세요?”
“몰라. 안 물어봤어요.”
“그 친구라는 남자 이름 기억해요?”
“들었을지 모르지만 기억 안 나. 한국 이름 어려워.”
“그럼 처음에 왔던 남자와 나중에 왔던 남자는 같은 사람이었어요?”
“글쎄… 기억이 잘 안 나. 한국남자들 다 비슷비슷해서… 왜 무슨 일이 있어요?”
“개인적인 일이라 말하긴 좀 그렇고요.”
“오우, 사적인 일에 우린 관심 없어요.”
“마지막 남자는 언제 찾아왔어요?”
“으음… 한 몇 년 된 거 같은데… 정확히 기억 안 나. 보고 싶네.”
“저도 보고 싶어요. 파리에 가게 되면 꼭 연락할게요.”
대머리에다 유쾌한 폴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그런데 혹시 말이죠. 그 가방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본 적 있나요?”
“올랄라! 유미, 우린 남의 개인 용품을 그 사람만큼 존중해요.
남의 물건을 뒤지는 건 나쁜 일이죠. 절대 보지 않았어요.”
“아, 미안해요. 그저 궁금해서요. 기분 나빴다면 사과하죠.”
“괜찮아요. 참 그런데 재작년인가?
무슈 리의 사진전이 파리에서 열렸다는 걸 들은 적도 있는 거 같은데…?”
“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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